|
최근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독지가의 노력으로 몇 년에 걸쳐 9백만 파운드의 돈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돈으로 영국의 중,고등학교에 셰익스피어와 샬롯 브론테 그리고 챨스 디킨스 등의 작품을 비롯한 영문학의 고전들을 학교마다 300권씩 보냈습니다. 책을 받은 4,000여개의 학교들 대부분은 이러한 기부에 감사하고 좋은 책들을 학교에 비치하게 되어서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1%가 조금 넘는 50여개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기부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거절한 이유인즉슨 그런 책들은 학교에 두어봤자 학생들이 따분하게 여기고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 표지도 보기 싫게 만들어져 있고 책의 제본 역시 답답하고 따분한 것이 전혀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흥미로운 (그림이 있는) 표지로 장식된 축약, 문고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도서 기증을 거부한 학교들의 반응 중에서 영국인들에게 또다른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그러한 고전 속의 영어가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의 학생들에게조차 이 책들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기사에서는 영국 공교육의 문제점까지도 지적을 하고 있더군요. 책을 기증하려했던 이에게는 이러한 학교들의 반응과 거절 이유가 충격이었습니다. 그 역시 학생들 모두가 그 고전을 읽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학생들에게 책을 읽혀야 할 학교에서조차 그런 노력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전들은 인류 문명의 DNA 와 같은 존재로서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책들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저는 기사에서 인용된 한 학교 사서의 말을 읽고 여러가지를 생각했습니다. 링컨셔에 있는 한 학교의 사서인 헬레나 리드(Helena Read-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사서로 일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할까요? ^^) 씨는 "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신문이든 소설이든 잡지든 무엇이든 읽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것은 학생들이 도서관에 와서 그러한 고전들을 읽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오늘 날의 학생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오늘 날의 학생들은 위대한 고전보다는 일본 만화를 더 좋아 한다. 아이들은 액션과 모험을 좋아하고 에라곤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소설들 즉, 자신들에게 흥미있는(흥분시키는) 신간들을 원한다 .. 오늘 날의 책은 뒤에서부터 앞으로 읽는 일본 만화인 "망가(Manga)"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이든지 읽히려는 사서들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물론 일본 만화를 읽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로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문제는 한 방향에 치우친 독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일본 만화도 읽고 고전도 읽고 여러 가지 종류의 읽을 거리를 두루두루 읽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 청소년들이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독서를 할 여유와 시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대입에서 논술이 강조되면서 책읽기도 아울러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진정한 독서가 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책읽기가 책읽기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입을 위한 책읽기가 되어 버리는 현실에서 과연 책의 의미를 새기고 그 속에서 앞으로 삶을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니, 하다 못해 책읽기의 재미라도 느낄 수 있을까요? 현실이 이렇다고 하더라고 청소년 시기는 책 읽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고 또 반드시 다방면의 책을 두루 읽어야 하는 시기라고 믿습니다. (물론 책 읽기가 이 시기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기에 들은 음악이 평생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에 남아 있는 것처럼 이 시기에 읽은 책 역시 그 사람의 평생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가장 많은 독서를 아니, 가장 열심히 책을 읽은 시기는 고 3 시절이었습니다. 80년대 중반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지금에 비하면 많이 느슨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 3이 되어서야 야간 자습 시간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물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던 모범 학생(?) 이었던 저는 땡땡이 치지 않고 열심히 야간 자습 시간에 책상에 책을 펴고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 씩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 하는 의문도 던져 보면서 야간 자습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로 학생들을 잡아 놓고 있는 학교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아마 그러다가 시작된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몇 친구들처럼 반항적으로라도 땡땡이 칠 용기는 없고 그 대신 나는 나만의 공부를 하기로 작정하고 야간 자습 시간에 세계의 고전 문학을 섭렵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것이 제게는 가장 큰 반항(?)이었겠지요. 당시에는 운좋게도 값싼 문고판 책들이 출판되고 있었습니다. '마당 문고' 시리즈를 들어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고 3 시절 일 년간, 이 마당 문고 시리즈의 책들은 저에게 친구였고 교과서 였습니다. 가격도 아주 쌌습니다. 한 권에 98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저녁 시간이면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1000원짜리 한 장을 주인 아저씨에게 주고 20원을 거스름 돈으로 받아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성문이니 정석이니 하는 참고서에 코를 박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이 마당 문고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물론 야간 자습 감독 선생님 때문에 제 책상 위에도 참고서가 펼쳐져 있었지만 그 참고서 아래에는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상과 논쟁하던 김 동인의 사반이 있었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듣고 미쳐가던 박종화의 연산이 있었습니다. 데미안을 보며 알에서 깨어나 성장해 가던 에밀 싱클레어가 있던 책상에 그 다음 날이면 쌍도끼를 든 흑선풍 이규와 호랑이를 때려 잡은 무송이 관군에 대항해서 싸우는 양산박이 펼져지기도 했었습니다. 몹시 추웠던 어느 날 읽었던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는 2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추울 때면 생각나는 책입니다. 교실은 참 추웠었는데 그 책 속에서 묘사된 수용소 노동자들의 추위를 읽으며 교실의 추위를 덜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모인 책이 나중에 학력고사를 칠 때 즈음에는 상당히 많아져서 부모님 눈에 띄지 않게 이리저리 감추고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이러한 저의 반항 아닌 반항이 제 학력고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구요. 중요한 것은 그 때 읽었던 그 많은 책들이 지금도 마음 속에 남아있고 오늘의 나를 만드는데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그 때의 책 읽기가 무엇보다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그 책들이 제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요즘 그 책들을 다시 읽을 때면 그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책의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저로서는 무엇이든 읽는 사람들이 고맙고 반갑지요. 다만 바램이 있다면 절대 닫힌 마음으로 한 가지 종류의 읽을 거리에만 매달리지 말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 편식하지 않고 여러가지 반찬을 골고루 먹는 것 처럼 책도 마찬가지로 편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전을 읽다가 한 번씩 최신 판타지 소설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구요. 무협지를 읽다가 한 동안 유행하던 테크노 스릴러를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 픽션을 주로 읽으시더라도 한 번 씩 논픽션도 읽어보십시오.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아시게 될 겁니다. 부디 열린 마음과 열린 눈으로 주위의 책을 보아주시길 부탁 드려봅니다. 이 글의 시작에서 소개해드린 영국의 그 독지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만일 앞으로 50년 동안 매 년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이 책들을 통해 교과서 밖의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그 학생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지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옛 말은 그저 옛 말만이 아닙니다.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김찬삼 씨의 글은 제 어머니..
by 파란딸기 at 14:16 꿈에 대한 코멘트에 전적으로.. by 동감 at 09/07 꿈은 일찍 꾸는 것이 좋은 것.. by 컴속의 나 at 09/06 정말 멋진 글입니다. 저도 .. by 구버달 at 09/06 지구본은 지금도 로망입니다.. by 키르난 at 09/06 저는 책에게 위로를 받는 타.. by 은혈의륜 at 09/06 저도 어린이 브리태니커 백.. by 썬데이뉴욕 at 09/06 연세많으신 분들을 만날 일이.. by liesu at 09/06 저도 커서 본 책들보다 어릴 .. by liesu at 09/06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by Clio at 09/06 최근 등록된 트랙백
Lipitor side effects.
by Lipitor reviews. Glucophage blog online.. by Glucophage online pha.. Products containing ep.. by Ephedra. Diabetes one and soma. by Soma without prescripti.. Airline last minute ticket. by Airline ticket. 이글루 파인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