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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4)-- 도서목록카드의 운명
도서목록카드를 기억하십니까? 90년대 이전에 도서관을 이용해 보신 분들은 도서 목록 카드를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과 같은 온라인 도서 목록이 등장하기 이전에 도서관 이용자가 책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목록 카드를 이용해야 했었습니다. 저자별, 제목별, 주제별로 만들어진 목록 카드들을 검색하여 자신이 필요한 책을 찾았었지요.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던 것이 이 목록카드함이었습니다. 책 한권에 대해 최소한 두 세장의 목록 카드를 만들다 보니 100만권의 장서를 가진 도서관이라면 300만장의 도서 목록 카드를 보유하게 되지요. 아마 지금도 여전히 이 목록 카드를 사용하는 도서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양에서는 프랑스 혁명 시기에 혁명파들이 압수한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도서 목록 카드가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과 같은 형태의 목록카드는 19세기 말 미국과 영국에서 나타나게 되었구요.  기본적으로 목록 카드에 기입하는 정보는 책의 제목과 제자, 주제,출판사 및 책의 크기 등 요즘 온라인 목록에서 보실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자기가 등장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목록 카드들은 모두 손으로 직접 기입한 것들인데요. 이용자들 누구나가 알아 보기 쉽게 글씨를 써야 했기 때문에 "Library Hand" 라고 불리는 도서 목록 카드 전용의 필체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듀이 십진법으로 잘 알려진  멜빌 듀이도 이러한 'Library Hand"에 관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1940~50년대까지는 도서관 학과에서 이러한 "Library Hand" 글씨 쓰기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쳤다고 합니다. 아래의 몇 몇 예를 보시면 이 "Library Hand" 가 어떠한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목록 카드를 기입하는 개인에 따라 조금 씩은 변형된 스타일도 나타납니다만 기본은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이러한 손으로 직접 쓴 목록 카드는 타자기의 등장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타자기로 기입한 카드는 다시 인쇄된 카드로 바뀌게 됩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의회 도서관에서 인쇄한 목록 카드를 구입하여 각각 도서관에서 자신들에게 맞게 약간 수정해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가 등장하면서 혁명이 일어납니다. 물론 초기에는 이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된 자료들을 이용해서 카드를 인쇄했겠지만 검색 기능이 좋아지면서 더 이상 종이로 된 목록 카드는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동안은 이용자들을 위해 온라인 목록과 함께 목록 카드를 같이 제공했었지만 점점 이용자가 줄어들게 되었고 급기야 최근 몇 년사이에 도서관들은 이 오래된 목록 카드들을 폐기 처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폐기 처분한 목록 카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도 2년전 쯤에 이 카드들을 폐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해서 저도 몇 천장 가져다 놓고 이면지를 메모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두꺼운 종이질을 생각하면 메모장으로 쓰기는 아깝지요. 그런데 이런 폐기된 목록 카드들을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오와 대학의 도서관에서 일하던 직원들 중 몇 사람이 지난 2004년 카드 목록을 폐기하면서 생긴 카드들을 예술적인 창작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cARTalog; a memorial to the card catalog"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 동안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이 카드들을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주 재미있는 목록 카드를 이용한 예술 작품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 중 많은 작품이 아이오와 대학 도서관의 온라인 목록에 등록이 되었는데요. 그 중의 일부를 소개해 봅니다. 굳이 설명을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카드에 기입된 책 제목과 그림을 같이 살펴 보시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 그림 이외에도 바로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입체적인 작품들도 있습니다. "cARTlog" 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많은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목록 카드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이 글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온라인 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목록 카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싸이트가 있더군요. Catalog Card Generator 라는 이 싸이트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글을 입력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카드 목록을 만들어줍니다. 심지어 목록에 남길 낙서까지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시험삼아 만들어 본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글은 입력이 되지 않더군요.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웹싸이트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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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o | 2007/04/14 06:41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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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간여행 at 2007/04/14 09:44
오오... 재미있네요.^^
안 그래도 얼마전에 (구석에 쳐박아둔) 책을 넘기다가,
(독일) 도서관에서 메모지로 사용하라고 내놓은 옛날 도서목록 카드 한장 발견하고선,
clio님 생각이 났습니다, 사진 올려놓으면 좋아하실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도서목록 카드 작성은 국제 표준 같은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매우 비슷한 걸 보니...)
Commented by ALBINO at 2007/04/14 10:30
학교 도서관의 오래된 책들 중에는 아직도 도서카드가 붙어 있잖아요.
비록, 대출기록 목적은 아니지만, 그 책들을 대출할 때마다 꼭 제 과와 이름, 날짜를 적어 넣어요.
알비노 스트레이트 플래쉬!!!
아마 아킬레우스가 도서관 사서 였다면...
Commented by 꼬부기T at 2007/04/14 10:43
알뜰한 제 후배들은 도서관에서 폐기한 미사용 목록 카드를 왕창 얻어서는 학과사무실 장서 정리용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부지런하고 알뜰함은 하늘이 내리는 또 하나의 선물인가 봅니다. ^^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두 인물이 만나는 계기도 도서대출카드였네요~ ^^
저는 도서관 목록카드 함에 볼펜을 끼워놓고(견출용으로요) 그냥 닫고 나오는 실수를 가끔 했답니다. 90년대 초까지 이야기지만요.. 그래서 도서관 목록카드실에서 쓰는 볼펜은 반드시 모나미153 볼펜으로 정하기도 했지요~^^
Commented by GeminiLove at 2007/04/14 11:12
도서 목록 카드에 보면 다른 사람의 읽은 내력이 기록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는데...혹, 아는분이 읽었으면 그 책에 대해 대화도 나누고...20년전에 받은 대학 도서관 대출.출입증 카드를 기념으로 가지고 있답니다.^^ 지금이야 모두 전산카드로 기록이 남으니...온라인에서 책에 대한 공감을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7/04/14 13:33
신입생때 사용했던 기억이...^^;;
Commented by 글틀양 at 2007/04/14 19:58
조금 다르지만 도서대출카드에 관련된 거라면 일본영화 "러브레터"도 있지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도서대출카드에 이름박아 넣기...
Commented by Shoo at 2007/04/15 17:08
도서대출카드를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이미지를 보고 있다니 정감이 듭니다. 아날로그의 따뜻함일까요? 디지털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낭만은 없는 듯 해요 :-)
Commented by Clio at 2007/04/16 02:54
시간여행 님 /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목록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도서 목록 카드 역시 기입하는 내용과 방식이 거의 동일 했습니다.

ALBINO 님 / 그렇네요. 도서 카드 역시 현재는 사용되지 않지만 여전히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물건이군요. 언제 그것들을 한 번 모아 봐야 겠습니다.

꼬 부기T 님 / 그래요. 그 카드들이 대부분 질 좋고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지요. 언젠가 다른 대학에서 온 사서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 사람이 메모지를 꺼내는데 그게 자기 도서관에서 폐기한 목록 카드라서 한참 웃었습니다. 저 역시 같은 메모지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모나미 볼펜이야기를 오랫만에 듣습니다. 아직도 판매되겠지요.

GeminiLove 님 /최근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목록 시스템 중에서는 이용자가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을 첨부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온라인 서점들이 앞서있다고 하겠지만요, 그래도 같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식으로라도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닥슈나이더 님 / 그러시군요. 처음 사용할 때는 좀 복잡하지요. 한 눈에 잘 들어 오지도 았고.. 속으로 가나다라... 읊어 가면서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글틀양 님 / 맞습니다. 저도 그 영화 보았는데요.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인공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 찾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Shoo 님 / 동감입니다. 따뜻한 디지털, 낭만있는 디지털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아날로그에 비해 그런 면에서 약하지요. 하지만 제 얼음집에 들러 글을 남겨 주시는 여러분들을 보며 따뜻한 디지털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7/04/16 09:02
와아-...저는 윈도 3.1에 있던 이 카드 프로그램을 잘 사용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카드 데이터를 읽을 프로그램이 없어졌답니다..ㅜㅜ
Commented by Clio at 2007/04/16 11:23
자그니 님 ./ 맞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으로 문헌정보 데이터를 카드 형식으로 출력해주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요. ... 오래된 소프트웨어들의 전형적인 문제점이지요. 예전에 쓰던 프로그램과 운영체제를 같이 보관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Commented at 2007/04/28 07: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otr at 2007/04/28 07:54
그나저나 우연히 이 블로그에 들르게되었는데요.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너무 재밌고, 또 clio님의 글투가 유려하고 몹시 단정하여 읽으면서 감탄하고 있습니다. 자주 오려고 링크 추가했어요.
Commented by 단미 at 2007/04/29 22:35
아름다운 작품들 입니다..저런식의 감성표출.. 존경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7/04/30 07:57
비공개 m 님/ 승일 배 라고 읽지요. 제 이름입니다.

motr 님 / 과분하신 칭찬에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링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단미 님 /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도서 목록 카드에 적힌 책 제목과 관련되는 그림을 그리는 그 사람들의 아이디어랄까요? 아니면 센스랄까요? 그런 것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Commented by 하이디 at 2007/04/30 13:13
우와.ㅎ카드목록이 진짜 멋있네여~
카드목록이 초등학교때 이용해본거 같긴한데..
잘 생각이 안났었는데..
우리나라 카드목록도 보고싶어요 ㅠㅠㅠ
Commented by Clio at 2007/05/01 05:03
하이디 님 / 카드 목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계시군요. 아마 우리 나라 카드 목록도 도서관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예전 손 때 묻은 카드 목록들을 사용하고 있노라면 그 카드를 이전에 이용했던 사람들의 열정과 땀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지요. 그건 온라인 목록이 줄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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