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윈도우즈 비스타를 출시하고 이것이 한국의 각 종 웹싸이트들에서 '강요'하고 있는 액티브 엑스와 호환되지 않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금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기사가 나가고 나서 웹 표준을 따르지 않는 한국의 은행 및 정부 웹싸이트들에 대해 비판을 하는 목소리들도 많았었습니다. 저 역시 매킨토시와 파이어 폭스를 주로 쓰는 이용자로서 그러한 비판의 목소리들에 공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난 듯 한 이 주제를 오늘 제가 들고 나오는 이유는 낮에 일을 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만 포스팅 하리라는 결심을 깨고 어제에 이어 포스팅을 합니다.
아침 나절에 한국에서 출판된 자료를 찾는 이용자가 있어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국립중앙도서관 웹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웹싸이트 자체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서버 정비 시간인가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일렀고 그래서 혹시나 하고 늘 사용하던 파이어 폭스를 두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다시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훈민정음 판본과 씨디롬을 같이 배치한 멋진 플래시 애니매이션과 함께 Ubiquitous Library, U-Library 라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가 나타났습니다. 아래에 두 브라우저로 접속한 국립 중앙 도서관의 웹싸이트를 캡쳐해 올립니다. 오른 쪽이 파이어 폭스로 접속했을 때 입니다.
처음에는 혹시 제가 실수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은행, 기업 및 정부 기관의 웹싸이트들이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도서관"에서까지..."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맹세코 도서관에서까지 이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회 내에서 도서관이라는 존재는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아무런 차별 없이 정보를 입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도서관 협회의 웹싸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서관인 윤리 선언에는 아래와 같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가 . 도서관인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데 기여한다 .
다. 도서관인은 도서관과 이용자의 자유를 지키고 정보접근의 평등권을 확립한다 .
그리고 역시 같은 곳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계 도서관 협회에서 제정한 "도서관과 지적자유에 관한성명" 에서도
도서관들은 모든 이용자들이 동등하게 자료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인종, 신념, 성별, 나이 또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되어서는 안된다.
고 하고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설마 도서관 웹싸이트에서 이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업무상 세계 각 국의 여러 도서관들을 인터넷으로 접속합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을 겪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작은 사설 도서관이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도서관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은 ... 정말 .. 말이 안 나오더군요.
이러한 국립 도서관에 비해 국회 도서관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파이어 폭스로도 접속이 가능하고 자료도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 동안 국회 도서관만 사용을 하다보니 국립 도서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오늘 이런 일을 겪으며 국내의 도서관 웹페이지들의 상황에 대해 궁금해 졌습니다. 과연 파이어 폭스로도 도서관 웹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을까요? 국회 도서관부터 다시 둘러 보았습니다.
물론 파이어 폭스로도 접속이 가능하고 검색도 가능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여전히 헛점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외부 기관을 링크한 페이지를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파이어 폭스로 접속했을 때 차이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아래의 캡쳐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이어 폭스로는 전체 웹페이지를 볼 수가 없습니다. 스크롤바도 없고 도서관 리스트가 중간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로는 다 보실 수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의 대학 도서관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서울 대학교 도서관의 경우 파이어 폭스로도 큰 무리 없이 검색이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원문 뷰어나 이런 자잘한 것 까지 들어가면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잠시 둘러본 결과 다른 대학교 도서관의 웹페이지와는 달라 보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들러본 A 대학교(학교 이름이 드러날 부분들은 캡쳐 이미지에서 삭제했습니다.)입니다. 공지사항 팝업이 세 개나 떠올랐지만 일단 브라우저가 막아주니 걱정하지 않으렵니다. 화려한 플래시 이미지로 처리된 학교 이미지와 전체적으로 푸른색으로 디자인된 웹페이지가 눈을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물론 파이어 폭스로도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더구나 아래에서 보시는 것 처럼 시작 페이지에서 도서관 목록을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센스까지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검색이 되면 뭘 합니까. 검색 결과를 볼 수가 없는데요. 그리고 정보 검색이라는 항목 아래에 있는 통합 검색 링크를 눌러도 통합 검색 화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막강합니다. 모든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B 대학을 보겠습니다. 이 대학 역시 디자인 면에서는 A 대학에 뒤지지 않습니다. 은은한 베이지색 계통의 색깔을 써서 눈에 부담이 없군요. 팝 업도 하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시작 페이지에서 바로 목록을 검색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역시 파이어 폭스로는 검색을 할 수도 없고 검색 화면으로 가는 링크도 동작을 하지 않는군요. 당장 기본 검색에서 나와야 할 라디오 버튼의 목록들이 파이어 폭스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당연히 검색 결과 출력 화면도 마찬가지현상이 나타납니다. 파이어 폭스로는 하얀 화면만 보이는 군요.
정말 제가 실수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누군가가 나타나서 제가 실수한 것을 지적해주고 파이어 폭스로도 도서관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신 학술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각 종 논문을 바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하는 등 정보 기술의 발전에 발 맞추어 도서관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첨단 기술의 도입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용자들을 생각해 보는 마음이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파이어 폭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 역시 동등한 이용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강요하고 윈도우즈 사용자 만을 배려하더라도 적어도 도서관만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남아 이용자들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펴 나갔으면 하는게 제 작은 바램입니다.
* 도서관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사서 선생님들을 비난하려는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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