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 시, 도서관에서는
매 학기말 해오던 도서관 전직원 결산 모임을 오늘 오후에 가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학기 말에 도서관 내에 커피숍을 설치하는 문제를 이 모임에서 이야기 했었고 저는 그 내용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가 이오공감에 오른 일이 있었더군요. 이번 학기 역시 그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 빠른 시일 내에 커피숍을 도서관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저 마다 내놓는 의견을 듣느라 관장님이 아주 진이 빠진 것 같았습니다.

이번 학기 모임에서 특히 많이 이야기 된 부분은 도서관 개방 시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학기 중에 저희 도서관은 아침 8시에 열어서 새벽 2시까지 개방을 합니다. 일요일은 12시에 열지요. 이와 같은 개방 시간을 최근 몇 학기 동안 학기말 2주일간은 24시간 개방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는데요. 일단은 모든 이용자들이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학기 말에 리포트와 기말 고사 준비하느라 도서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24시간 개방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요.

사실 처음으로 시작하는 제도라 실시 첫 날에는 웃지 못할 실수도 있었답니다. 새벽 2시에 문을 닫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도서관 내에 있는 모든 이용자용 컴퓨터들은 2시 30분에 자동으로 꺼지고 이용자들이 그 전날 하루 동안 저장한 자료를 모두 지우도록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7시 30분에 다시 켜지도록 설정이 되었지요. 도서관 연장 개관을 준비하면서 다른 모든 것은 신경을 썼지만 누구도 컴퓨터의 자동 설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연장 개관 첫 날, 새벽 2시 30분 경에 도서관 이곳 저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왔지요. 결국 시스템 담당자의 집으로 새벽에 전화를 하고 이 친구는 자다 말고 부랴부랴 도서관으로 달려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작성하고 있던 리포트를 날려버린 학생들에게 사과 했다고 하는군요.

도서관을 24시간 개관하는 것은 요즘 대학 도서관들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연장 개관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도서관에 근무할 인력입니다. 그리고 그 인력은 결국 돈과 연결이 되지요. 그래서 이 제도는 여유가 있는 대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실시해 온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들어 저희 같은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한 도서관에서도 이야기되고 있는 이유는 주 이용자인 학생들의 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의 생활을 보면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아침형 인간과는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지요. 아침 11시가 넘어 느지막히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 겸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는 오후에 있는 수업에 들어갑니다. 물론 수업이 아침에 있는 경우는 일어나야 하겠지만 가능하면 그런 수업은 피하려 하지요. 그리고 나서 저녁 무렵이 되면 두 번째 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 야참 겸 저녁을 먹고 또 새벽 3,4시까지 공부도 하고 인터넷도 즐기고 수다도 떨지요. 그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면 당연히 기상 시간은 늦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면으로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생활 방식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24시간 여는 도서관이 대환영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도 그것을 알고 이용자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도서관이 되려 하는 것이지요. 기성 세대인 사서나 도서관 직원들의 생활에 맞춘 도서관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생활에 맞춘 도서관이 되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심지어 시험 기간 동안에는 저녁 시간에 기숙사로 도서관 사서들을 파견하는 곳도 있습니다. 많은 자료들이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사서들이 랩탑을 들고 기숙사 로비에 이동 참고봉사대를만들지요. 그러면 기숙사에서 공부하다가 자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찾아와서 질문을 하고 해결책을 구합니다. 이 제도를 실시한 도서관 관계자의 말로는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한 번도 도서관에 와 본적이 없는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도서관 24 시간 개방을 이야기했을 때 안전 문제를 들어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대학 경찰들이 도서관 내에 상주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지요. 그 결과 단 한 건의 안전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몇 가지 부작용도 있었지요. 아침 출근길에 도서관 로비에 하얗게 깔린 담배 꽁초를 보는 것이 그리 상쾌한 일이 아니었구요. 도서관 구석에서 의자를 몇 개 붙여놓고 곤하게 주무시는 이용자들에게 아침이 밝아왔음을 알리는 일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장 개관하는 야간에 학생들이 도서관에 가지고 들어오는 음식물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지요. 아무래도 근무하는 도서관 직원 수가 적다보니 그 다음 날 아침 도서관 구석 구석에서 발견되는 피자 박스며 KFC 바구니들은 저와 제 동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Did they have a party last night?" 그리고 밤 사이에 학생들이 마음대로 배치해 버린 도서관 책상이며 의자들을 다시 원위치 시키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저는 도서관이 24 시간 개방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학생들의 생활 방식에 맞춘다는 것도중요하겠지만 대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잠들어 있다는 것은 대학이 잠들어 있는 것이라 마찬가지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학생들이 필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은 열려 있어야지요. 인터넷과 컴퓨터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책 속에는 더 많은 정보가 있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도서관은 열려 있어야지요.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창 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것은 대학 생활에서만 찾을 수 있는 낭만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Flickr's Creative Commons pool 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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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o | 2007/05/30 06:01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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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행복한 글쓰기 at 2007/06/01 01:51

제목 : 누구를 위한 도서관일까?
내가 오가는 학교의 도서관은 대학 도서관으로서는 전국 톱수준이다. 장서의 규모에서 그러하고, 소장 자료의 질에서도 그렇다고생각한다. 여기에 은퇴하시는 선생님들의 전통이 장서를 기증하시는 것이라 해마다 꽤 많은 자료가 도서관에 기증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우연히 이번주 고대신문을 보니 도서관 대출 도서의 1/4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장기 연체이거나 아주 배째라로 나온단다.......more

Commented by 파란딸기 at 2007/05/30 06:48
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런 걸 논의한 적이 있었지요. 수용은 안됐지만.
Commented by 강설 at 2007/05/30 08:14
흐음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거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지금은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요. 일반적으로 열람실은 10시에 닫고 시험기간에는 12시까지 운영합니다. 도서관에 공부하기보다 책 빌리러 가는 저는 대여할수있는 단행본실이 6시에 문닫지말고 10시까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Commented by ALBINO at 2007/05/30 08:57
제가 다니는 학교는 공부만 할 수 있는 일반 열람실은 24시간 개방이지만, 책을 대여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료실은 벌써?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초저녁에 문을 닫아요. 물론 학교는 언제나 안전과 인권비를 이야기 하지요. 헌데, 밤샘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이 뭘 자꾸 먹고, 피고 하니까 다음 날 청소와 정리가 피곤하기는 하겠네요.
Commented by 시오、 at 2007/05/30 09:04
잘 읽었습니다. 24시간 여는 도서관.. 좋군요! 그치만 인력과 돈이 없으면 불가능......ㅠ_ㅠ 사실 오래 연다고 하면 다들 안전을 걱정하더군요. 그게 당연한 거긴 한데... 생각외로 안전한것 같기도 하고.....^^;
Commented by 夢影 at 2007/05/30 16:15
제가 다니던 학교는 개가열람실(즉 책 대여해주는 곳)이 학기중에는 9시까지 방학중에는 6시까지 하더군요. 행복했어요. 그냥 열람실은 시험기간 한주간 동안엔 24시간 개방하구요. 책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서비스는 만점이라는~. 근데 사서분들 말씀 들으니 힘드시겠네요. 관리하시려면...
Commented by 단미 at 2007/05/31 01:03
24시간 여는 도서관 절실히 원합니다. 깊은밤 읽는책은 집중이 최고예요.
Commented by Clio at 2007/05/31 06:07
파란딸기 님 / 안타깝군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할텐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강설 님 / 그렇습니다. 도서관이 도서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지요. 저희 도서관에서 새벽 2시까지 개방을 할 때는 그 시간까지 대출이 가능하답니다.

ALBINO 님 / 설사 청소와 관리의 문제가 있더라도 도서관은 언제나 불을 밝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열람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자료실은 일찍 닫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도서관 관리자 조차 도서관의 역할을 독서실로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인건비와 관리비가 문제는 문제입니다만 그것도 좀 융통성 있게 활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오、님 / 도서관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 또 모르지요. 새벽까지 술 마시다가 도서관에 와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 봅니다.

夢影 님 / 이왕 24시간 개방 할 거면 열람실도 개방을 하면 좋지요. 문제는 도서관 운영을 얼마나 탄력적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미 님 / 저 역시 연중무휴 개방하는 도서관을 원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도움이 될 수 있지요.
Commented by 풋내기 at 2007/05/31 09:31
저희 도서관이랑 사정이 너무도 비슷해서 신기하네요. 24시간 열다보니 고시원처럼 열람석에 자기물건을 전세놓듯이 쌓아두는 이용자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보노보노T at 2007/05/31 19:03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관리하는 열람실 가운데, 옛 운동장 지하에 자리한 중앙광장 열람실은 24시간 개방한답니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이 집에 가는 것을 마다하고 거기서 작업을 하지요. 며칠씩 집에 못 가고 거기서 밤 새다 보면 '노숙자'가 됩니다. 지금은 어여쁜 신혼 새색시인 제 후배 하나도 석사논문 마무리를 거기서 했는데, 하루는 정말 '노숙자 모드'로 나타나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곳은 열람실이고 대출반납업무는 아직도 오후 시간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 대학원 도서관은 자료가 많기로 유명한데, 예전에는 9시까지 개방이었다가 재작년부터 갑자기 학기중에는 6시, 방학기간에는 오전시간만 개방하고 금요일까지만 운영합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난감한 운영시간이지요! 개선을 요구하는데 워낙 보수적인 학교라 잘 안 고쳐지나 봅니다. 박물관 자료실도 도서관 개념인데, 여기가 더 문제인 것은 주말에는 도서관을 따라 문을 닫고, 월요일에는 박물관을 따라 쉽니다. 주 4일 개방인 셈이지요.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 사실을 대학신문사에 제보도 했건만 이슈화하는 데는 이르지 않더군요. 요즘 학생들에게는 그게 별 문제가 아닌 모양입니다. ^^
Commented by Clio at 2007/05/31 22:50
풋내기 님 / 다행히 저희들은 시작 단계라서인지 아직 그런 친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학생 뿐만 아니고 일반인들도 들어 올 수있는 도서관이고 그 덕택에 몇 번 도난 사고가 있었던 터라(다행히 범인은 잡았지만요) 조심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인근의 법대 도서관에 근무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쪽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할 때 보면 필요한 책을 대출하지 않고 도서관 내에서 자기 자리에 쌓아두고 며칠씩 이용하는 통에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경우 아예 북카트를 그 학생 책상 근처에 배치하고 학생이 보고 있는 책은 그 곳에 두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학생의 이름을 적어 북카트에 붙여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카트를 보고 책을 이용하고 다시 그 자리에 두거나 아니면 서로 협조해서 공유한다고 하더군요. 도서관마다 나름대로 방식이 있나 봅니다.

보노보노T 님 / 24시간 개방을 하고 나서 저도 느끼는 것인데요, 상괘한 아침 시간에 폐인 모드로 도서관을 어슬렁 거리는 친구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하기야 미국 학생들 수업에 들어올 때 복장을 보면 이미 폐인 모드인 학생들이 많습니다만 어쨌던 그런 것 역시도 대학 생활에서만 찾을 수 있는 낭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요. 그나저나 그렇게 짧은 도서관 개방 시간(특히 대출 업무 시간)은 데모를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학생들 식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해에 내는 등록금이 얼마인데 그 정도 서비스도 학교로부터 받지 못한다면 말이 안되죠. 그런데 말씀하신것 처럼 학생들이 그것을 문제시 하지 않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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