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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987년 6월에 있었던 6월 항쟁에 대해 최근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그것에 대해 포스팅하시는 블로거들의 글도 자주 봅니다. '20' 이라는 숫자에서 모두들 한 번 정도는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봅니다. 일부에서는 20년 전 불의에 대항해 일어섰던 젊은이들의 열정을 이야기하면서 현재 젊은이들이 사회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해졌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20년 전과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 달라졌을 뿐이지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순수한 열정과 정의감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아도 여전히 우리의 젊은이들은 순수하고 정의롭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20년 전에도 젊은이들의 100%가 운동에 나섰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에는 '투사'도 있었고 공부에만 열중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투사'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겠지요. 저는 20년전 4월의 어느 날 밤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 날 저는 최류탄 냄새가 가득 찬 교정에서 밤늦게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낮에 있었던 시위를 이야기하고 암담하게만 보이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지요. 막걸리 잔이 돌아가고 취기가 오르면서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점점 우울해져 갔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의 힘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보잘것 없게 생각되었고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앉아 있던 친구들 중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했고 그것은 곧 합창이 되었습니다.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을 노래로 풀어버리려는 듯 우리 모두 악을 써댔지요.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에선가 '시끄럽다. 공부 좀 하자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침 저희들이 앉아 있던 잔디밭이 도서관 근처였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몇 몇 학우들에게는 우리의 노래 소리가 방해가 되었나 봅니다. 어두운 밤이라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도서관에서 한가하게 공부나 할때냐?" "너 학생 맞냐? 짭새 아니냐" 등등 친구들도 지지않고 고함을질렀습니다. 깜깜한 교정에서 십여 분 서로 고함만 쳐대다가 결국 끝이 났지만 그 와중에 도서관에 있던 그 사람이 던진 한 마디 말이 제게 큰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이 XX들, 20년 후에 어떻게 되나 보자." "뭐? 20년후... 그래. 20년 후에는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런데, 만일 20년 후에 내가 힘이 있어서 이 더러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 아마 이런 식으로 제 생각이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제 마음 속에 자리 잡은 한 가지생각은 "지금의 이 마음을 결코 버리지 말고 20년 후 아니 40년 후까지 가지고 가자. 그래서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 하지만 만일 그 때 내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면 지금 내가 원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보자." 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비겁한 패배주의라고 비난할까봐 입 밖에 내지는 못했지요. 87년을 정신 없이 보내고 그 다음 해에 남들처럼 군대에 갔지요 그리고 제대 후 이리 저리 떠돌다가 학교로 다시 돌아간 것이 94년 이었습니다. 많이 변했더군요. 제 마음은 87년 4월 그 날 밤에 했던 결심을 잊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러다 보니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교 2학년의 마음이었지만, 저를 보는 주위의 눈들은 달랐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87년의 '투사'들이 이제는 도서관 밖 잔디밭이 아니라 도서관 안에 앉아 자신의 진로를 위해 공무원 시험이나 취직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로부터 또 10 여년이 흐른 지금 저는 여전히 87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나이값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제가 느끼는 제 자신은 여전히 대학교 2학년입니다. 물론 그 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했고 또 그 경험만큼 배둘레에 '인격'도 늘었지만^^ 여전히 그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때의 꿈과 소망을 현실에 옮길 힘은 아직 얻지 못 했지만요. 어쩌면 지난 20년간 대학교의 근처를 떠난 적이 없었다는 점이 20대 때 가졌던 마음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게 해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렇겠지요. 그렇게 본다면 저는 행운아입니다. 적어도 술자리에서 제대한 군인들이 군대 생활을 이야기하듯 80년대의 학생 운동을 술안주로 삼지는 않으니까요. 그 때의 그 '투사'들이 궁금합니다. 그들도 모두 저마다의 생활 속에서 여전히 '투쟁'하고 있겠지요. 종종 20년 전의 '투사'들 중에서 마침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이들을 봅니다. 그런데 그들이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진 만큼 그들의 마음과 꿈도 달라져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20년 전 그 때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쩌면 그 때 보다 더 나빠진 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제 정말 20년 전 그 투사들이 가졌던 순수한 열정이 필요할 때인데 "아니 저 사람이 왜 저러나." "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나?"하는 의문을 생기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었는지 안타까웠습니다. 자주 이 블로그에서 기록을 보존하자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존해야 할 것은 기록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젊은 시절가졌던 순수한 열정과 정의감도 분명 마음 속에서 보존하고 언제든지 기회가 오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할 것들입니다. 80년대의 '가열찬 투쟁'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때 자신이 가졌던 마음도 함께 기억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기억나시거든 떠나가기 전에 붙들어 매두십시오. 그리고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에 순수한 열정과 정의감을 가지신 분들은 그것들을 평생 놓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생각하십시오. 당장 우리가 가진 힘은 약하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어 질 것이라 믿습니다. 혁명의 방아쇠는 투사들이 당길지 몰라도 진정한 혁명의 시작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힘은 변화에 대한 열망과 정의감에 불타는 우리 젊은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습니다. *** 1991년 무렵 이탈리아에서 들었던 깐소네 한곡을 올려봅니다. 지노 파올리(Gino Paoli)라는 이탈리아의 싱어송 라이터가 부른 "네 명의 친구(꽈뜨로아미치, Quattro Amici)"란 노래인데요. 60년대 유럽의 강력한 학생 운동을 경험한 청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해가고 90년대에 들어서 새로이 만난 젊은이들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사(특히 굵은 글씨로 표시된부분)를 살펴 보시면 여러 가지 생각되시는 것이 있을 겁니다. 저는 90년대 초반 이 노래를 들으며 아름다운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에 섬찟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링크한 음악은 7월이 오면 지우겠습니다. -- 음악을 지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은 제가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6월 29일, -- Youtube 에서 음악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올립니다.-2007/12/28) Eravamo quattro amici al bar che volevano cambiare il mondo si parlava con profondità di anarchia e di libertà 우리들은 바에 모여서 세상을 바꾸려 하던 네 명의 친구들이었지. 여자나 은행의 취직 자리보다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추구했었어. (그 때 우리는)무정부 주의와 자유에 대해 깊이 이야기 했었지. 한 잔의 콜라와 커피를 나누며 너는 너의 '왜' 와 '반드시 그렇게 할거야' 를 자신있게 이야기했지. Eravamo tre amici al bar. uno si è impiegato in una banca tra un bicchier di vino ed un caffè tiravi fuori i tuoi perché e proponevi i tuoi però. 세 명의 친구들이 바에 모였지. 한 친구는 은행에 취직을 했다는군. 뭐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다 집에 있는 동안 우리 세 사람 만으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 한 잔의 포도주와 커피를 나누며 너는 너의 '왜' 와 '그런데 말이야'를 이야기했지. Eravamo due amici al bar. uno è andato con la donna al mare tra un bicchier di whisky ed un caffè tiravi fuori i tuoi perché e proponevi i tuoi sara'. 두 명의 친구들이 바에 모였지. 한 친구는 여자 친구와 바다에 갔다는군. 뭐 그래도 우리가 더 세잖아. 숫자가 많다고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우리는 끈질기게 희망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지. 한 잔의 위스키와 커피를 나누며 너의 '왜' 와 '아마 그렇게 될거야."를 이야기했지. Son rimasto io da solo al bar. gli altri sono tutti quanti a casa li sentivo chiacchierare han deciso di cambiare tutto questo mondo che non va. 나 혼자 바에 남아 있었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집에서 가 있었지. 그런데 오늘 3시 쯤되니 4명의 청년들이 들어오더군. 두 잔의 콜라와 두 잔의 커피를 두고 내 근처에 앉아 있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거라고 하더군. 이제 나는 여기 세상을 바꾸려하는 네 명의 친구들과 바에 앉아 있다네. " E poi ci troveremo come le star a bere del whisky al Roxy Bar "그리고 나서 우리는 스타들처럼 만나 록시 바에서 위스키를 한 잔 할 거야. 어쩌면 아마 다시 만날 일이 없겠지 그리고는 저마다 자신의 문제에 정신없이 매달리겠지." 마지막에 이어지는 다른 분위기의 노래는 이탈리아의 록커인 바스코 로시(Vasco Rossi)가 80년대에 발표한 "무모한(대담한, 위험한) 삶-비타스페리콜라타, Vita Spericolata)"의 일부입니다. 이 노래는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무모하게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노래로서 80년대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사랑한 노래입니다. 자신의 과거와 친구들을 노래하던 주인공이 친구들이 다 떠난 자리에 새로이 등장한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엉망진창인 세상을 바꾸려하는 것을 보고 그들과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세상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는 것만같을 뿐 그들의 생각과 이상, 그리고 삶의 방식은 과거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질주해 나가는 것이 이 새로운 네 명의 청년들이 나누는 이야기 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지막 이 노래가 삽입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60년대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던 이상과 그것을 위해 돌진하던 그들의 삶 역시 '무모한(대담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 쓸데 없이 길어 졌군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커피'를 참 좋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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