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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5)-도서관에 웬 상자들이?
도서관 안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근처를 지나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서가로 돌아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 사이에서 한 무더기의 상자들을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에 있는 북카트를 보시면 뒷 면에만 책이 몇 권있고 나머지는 전부 회색의 작은 상자와 같은 것들로 채워져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책 대신 북카트에 실린 상자는 무엇에 쓰일까요?
사실 한 두 달 전에 도서관에서 심하게 파손된 책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파손된 책들을 검토하여 여전히 이용될 만한 책들은 파손된 부분을 고치거나 너무 심하게 파손된 경우 다시 구입하고 이용도가 낮은 책은 폐기 처분하는 등의 결정을 사서들이 내려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돈을 들여 고치기는 아직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른 복본을 구입할 수도 없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그 책들은 보호용 상자안에 넣어서 다시 서가에 비치하게 되는데 그 작업이 일부 끝나고 책들이 서가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그 작은 상자들 안에는 책이 들어있습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책 싸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들을 이용하기 위해 상자를 여는 방식이 책 보자기에 책을 싸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사진처럼 상자는 완전히 펼칠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이용자가 나중에 상자를 다시 닫을 때 순서에 맞게 닫을 수 있도록 각 각의 면에 접는 순서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자는 두꺼운 마분지 같은 종이로 만드는데 물론 장기간 보존을 위해 중성지로 되어 있습니다. 상자를 다 닫으면 옆 부분에서 끈으로 묶을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이렇게 해 놓으면 책을 빌려간 사람들이 한층 더 조심할 것이고 서가에서 보관 중에 표지가 떨어져나가 행방불명이 되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책을 이용하다 보면 파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책이 오래 될수록 그리고 이용 빈도가 높을수록 파손의 확률은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파손이 두려워 책을 빌려주지 않고 고이 모셔 둘 수도 없는 일이니 도서관에서는 최대한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책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합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책들의  청구 기호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러한 보호장치를 해야하는 책들은 오래 된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출판 년도가 1866년 1892년, 1900 년 등이군요. 그냥 의미없는 숫자 같아 보이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1866년, 병인년 7월에는 미국의 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서 통상을 요구하다가 평양에서 불에 타는 사건이 있었구요.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프랑스 함대가 천주교 박해를 이유로 강화도를 침범했던 '병인 양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우리 문화 유산들을 돌려받기 위해 우리는 아직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백 사,오십년의 세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요. 프랑스의  군인들이 우리 강화도를 침공하고 문화 유산을 약탈하고 있을 때 런던에서 출판된 책을 보면서, 그리고 그 책이 흘러흘러 미국의 뉴욕 주에 있는 한 대학의 도서관에까지 와 있다가 백 몇 십년 후에 한국에서 찾아온 한 사람의 눈에 띠는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결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책이나 그 외의 다른 물건들, 그리고 우리가 남기는 기록을 통해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가는 것이겠지요.
by Clio | 2007/06/11 11:04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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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Cliomedia : 대학 .. at 2007/08/20 23:01

... 사서의 판단에 따라 책을 다시 제본하거나 마이크 필름으로 제작 혹은 언젠가 소개해 드린 것 처럼 보호 장치를 해서 다시 서가에 진열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대출 빈도가 낮아서 폐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출 ... more

Commented by 사은 at 2007/06/11 16:44
저렇게 오래되어 조심스레 보존되고 있는 책들은 다룰 때도 어딘가 조심스럽고 겸허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하루하루 그저 쌓이기만 하는, 우연처럼 보이는 세월들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 지금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보노보노T at 2007/06/11 18:43
학교 도서관에서 종종 저 상자를 봅니다. 한적실이나 대학원도서관의 한적들도 저렇게 싸여 있지요. 저 상자를 열 때 고서만 가지고 있는 냄새....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goose at 2007/06/11 21:58
오래된 책 냄새를 무척 좋아합니다. 42가에 있던 뉴욕공립도서관이 갑자기 확- 그립군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7/06/11 23:59
...와...
Commented by 이방인 at 2007/06/12 00:35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들도 저런 방식 차용하면 좋을것 같아요~ ㅎㅎ
Commented by LaJune at 2007/06/12 01:33
책 냄새, 종이 냄새, 천 냄새... 다 좋은 느낌이지요. ^^
Commented by Clio at 2007/06/12 05:29
사은 님 /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들을 보면서 저는 가끔 저보다 앞서 그 책을 읽었을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읽었고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 책이 그냥 책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참 최근에 올리신 영국의 헌 책방 사진 잘 봤습니다. 저도 나중에 비슷한 글을 올릴까하고 준비 중입니다.

보노보노T 님 / 만일 시간에 냄새가 있다면 그런 냄새일까요? 한적들에서 나오는 오래 된 종이와 먹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우리 할아버지들의 냄새가 아닐까 싶습니다.

goose 님 / 멋진 곳이지요. 전통적인 도서관의 향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The Day After Tomorrow 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피난하고 끝내 살아남는 곳으로 뉴욕 공립 도서관을 설정한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그니 님 / 놀라셨나요? ^^

이방인 님 / 위에 글을 올리신 보노보노T 님의 말씀대로 고서들에 대해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 열람실에서도 오래되고 파손된, 그러나 여전히 가치 있고 많이 이용되는 책들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를 취해야 겠죠.

LaJune 님 / 인터넷으로 이런 냄새를 전할 수는 없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런 기술도 나중에 개발이 되겠지요?^^

Commented by 민유하 at 2007/06/13 09:20
책을 수리하기도 하는군요. 신기해요. 그런데 수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Commented by Clio at 2007/06/13 13:47
민유하 님 / 가장 많은 경우가 새로 제본을 하는 것이겠지요. 표지가 떨어져 나간 경우 새로운 표지를 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부 페이지가 손상된 경우 다른 도서관에서 그 페이지를 복사해다가 채워넣기도 하고 약해진 페이지에는 덧지를 붙이기도 하지요. 다시 제본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었을 경우, 마이크로 필름으로 제작을 해 놓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스캐닝을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http://www.library.uiuc.edu/preserve/procedures.html 를 한 번 보세요. 자세한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VIERE at 2007/06/14 00:12
좋은 방법이네요! 중성지라....저는 왜 사진을 보면서 제사진 넣어두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드는지..ㅎㅎ 보관용 포트폴리오 박스가 한국에선 무지 비싸서 한참을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TITANESS at 2007/06/14 11:36
호오.. 그런데 저 오래된 책들도 일반 대출이 가능한가요? 몇년 전 책만 다른 서고에 가져다 놓고 다른 대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을지 궁금합니다.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이 지은지 얼마 안된지라 2000년도 전에 책은 드물어서 부럽기까지해요~ ^^
Commented by Clio at 2007/06/14 14:20
VIERE 님 / VIERE 님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잘 보관해야지요. 여기서도 보관용 박스는 싸지 않을 겁니다. 도서관이나 아카이브에서 사진을 보관할 때 보니 중성지로 만든 봉투도 이용하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드시 흰 장갑을 끼고 사진을 다루어야 하지요. 그리고 그러한 귀중한 자료를 따로 보관하는 수장고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항온항습 시설이 되어 있는 수장고는 그 안에서 사람이 지내기에는 힘들지만 사진이나 종이를 보관하기에는 그만 이지요.

TITANESS 님 / 당연히 대출이 가능하지요. 대출하기 위해서 저렇게 상자를 만드는 것이지요. 대출을 할 수 없는 자료는 아예 고서실에 비치하고 그 안에서만 이용하게 한답니다. 종종 오래전에 출판된 책들을 찾는 이용자들이 있어서 다른 도서관으로 상호대차 신청을 해 보면 "아니 이 사람들이 이런 책도 보내나?" 싶을 정도로 오래 된 책이 오기도 합니다. 1730년 판을 본 기억이 있군요. 그 책을 신청하셨던 교수님은 그 책을 수업 시간에 들고 들어가 이 책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도 전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학생들에게 소개했다고 합니다. 부럽지요..
Commented by VIERE at 2007/06/14 23:42
^^: 수장고는 없습니다..ㅎㅎ 물먹는 하마 몇통 넣고 보관 박스에 프린트 된것들 보관하고 있어요..ㅎㅎ ..가끔씩 미국 다녀오는 지인들께 필림 보관 중성지랑 사진에 필요한 물건들 부탁드려서 쓰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글들 잼있게 잘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7/06/15 05:48
VIERE 님 /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몇 주 전에 이 도시에 있는 한 박물관의 사진 수장고에 들어 갔었습니다. 그곳은 특히 사진만 보관하는 곳이었는데 추워서 아주 혼이 났습니다. 거의 냉장고 수준이더군요. 쓰지 않은 필름을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진까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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