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지의 7월 2일자 기사 "English Is The Golden Tongue for S. Koreans" 가 연합 통신을 통해 <한국 학생에겐 영어가 전부>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영어 교육을 위해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투자하는 한국의 영어 교육열을 소개하고있는데요. 한국어로 번역된 기사의 말미에는 그만큼 투자를 하고도 한국의 토플 시험 성적이 세계의 여러 나라들 중 하위권이라고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기사는 기사에 소개된 한 한국 어머니의 말을 소개하면서 "하지만 내 아들들은 세계화된 세상(global world)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희생을 해야지요." 라고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착찹한 생각이 들더군요.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영어 태교를 할 만큼 필요한 것인지, 생후 6개월 된 아이에게 영어 교육을 시작해야 할만큼 그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그러한 영어 교육을 통해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여러가지 생각을했습니다.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고 또 미국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제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어가 과연 우리 생활에 그만큼 필요한가요? 일 년에 수천억을 쏟아 붓고 그것도 모자라 해외로, 해외로 자식들을 보내야 할 만큼 그렇게 영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취업 공고문과 국가고시에서 이제는 필수 요건이 되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 영어 교육의 최종 목표가 되어 버린 토익과 토플의 고득점이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어 실력인지도 의문이 생깁니다. 분명 영어 단어들이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고 세계화된 시대에 외국과의 교류를 위해 영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체 국민들 모두의 생활에서 영어가 필요할까요?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어 단어들은 국어의 일부가 되어버려 굳이 영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제대로 된 영어를 알지 못해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심지어 영어 시험 성적을 제시하고 들어간 직장에서조차 영어를 사용하는 부서는 얼마 되지않습니다. 그런데 왜 영어를 그렇게 강조할까요? 혹시 우리가 이렇게 영어에 대한 강박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덫이 아닐까요? 해방 이후 미국에서 교육 받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 박사가 되어 사회의 지도층이 되는 것을 본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 하다못해 영어라도 잘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정치를 한 동안 좌지우지했던 육군사관학교의 시작이 '군사영어학교' 였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지요. 한국 실정에서 제가 전공하고 있는 과목의 특성상 해외 유학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고 미국과 유럽을 두고 망설이고 있던 저에게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미국을 권했습니다. 심지어 앞으로 영어가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고 그럴 때면 영어를 한 마디 할 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충고도 있었지요.<사실 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 말도 웃기는 일입니다. 서양사를 왜 한국에서 공부하면 안될까요? 왜 한국에서 받은 서양사 박사 학위는 서양에서 받은 박사 학위보다 가치를 덜 인정받을까요? 그게 당연하다고 하실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미국에서 받은 동양사 학위는 미국 내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이웃 일본의 분위기는 우리와 다르다고 하더군요. 물론 한국의 학문 수준을 이야기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인정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분위기를 고치고 싶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가 그런 분위기를 고치고 싶다면 저부터 먼저 해외에서 학위를 따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야 합니다. 허허.> 이야기가 잠시 딴데로 흘렀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결국 영어 능력과 미국 학위는 성공을 위한 보증 수표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점점 미국 학위의 가치가 희석되어가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확산이 되면서 영어 능력이 그 사람의 전체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가 필요없는 곳에서도 일단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 아니 정확히는 영어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이 결국 사회 전체의 영어 교육열로 이어지고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서 영어 공부가 아니라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공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되었습니다. 영어를 맹신하는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에게 일단 영어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까지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십니다.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영어 말고도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지만 영어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이 나아질것이라 믿습니다. 아니지요.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이용해 삶을 개척해나가는 일입니다. 좋은 도구를 가지고만 있고 그것을 이용할 줄 몰라 그냥 녹슬게 두고 있으면 그 도구를 가지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습니까? 나의 삶에 전혀 필요없는 그 도구를 가지기 위해 바친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자신의 인생에 더 유용한 도구를 개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기야 문제는 그 도구를 도구라고 인식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러한 '영어 광풍'으로 인해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영어 그자체입니다. 이러한 광풍 속에 휘말린 학생들에게 영어는 막중한 부담으로 그들의 어깨를 누릅니다. 그래서 영어만 보면 먼저 경기부터 일으키고 봅니다. 영어만 보면 중,고등학교의 무서운 영어 선생님이 떠오르고 단어를 외우지 못해, 문법이 틀려 매 맞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결국 영어를 보면 피하고 싶어집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입사 시험을 위해, 그리고 진급을 위해 영어를공부하지만 정말 하기 싫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장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국내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는 영어가 아니라 국어를 제대로 말하고 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진급을 위해 영어 공부는 해야만 하지요. 그러한 강요된 영어 교육 속에서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재미를 잃게 되고 정작 언어에 감각이 있는 사람조차도 영어와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영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들마저도 그것이 영어이기 때문에 피해버리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국어와 한국인의 정체성도 이러한 영어 교육열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 아이의 모국어는 영어라 해야할까요? 국어라 해야할 까요? 언어는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글자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사고 방식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언어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처럼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외국어를 익히는 사람들이 명심하면 좋을 말이기도하지만 그 만큼 언어가 사람의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후 6개월부터 영어를 익히고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자유로운 사람의 생각이 한국인에 가까울지 미국인이나 영국인에 가까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없습니다. 영어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그 보다는 자신의 분야에서 남들보다 나은 실력을 쌓은 사람이 더 우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기 위해서 영어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영어를 공부하셔야죠. 그리고 사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공부하시는분들은 훨씬 더 영어 실력이 좋습니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분야를 알기 위한 도구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분들이라서 영어도 훨씬 쉽게 공부하시더군요. 그런데 영어가 꼭 필요하지 않는 분야라면 영어 공부할 시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더 기울여서 쓸모없는 영어 점수보다는 실제 필요한 능력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에서 직원을 뽑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경우 해당 업무에는 영어가 필요없다는 것을 인사 담당자들이 알고 있을 텐데도 입사 시험에서는 여전히 영어 성적을 요구합니다. 그럴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직종에 필요한 적성과 능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따져보고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그 회사와 정부 기관에 이익이 될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국가 전체로 보아도 국민들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더욱 유용한 곳에 투자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어를 공부하지 마라고 드리는 글이 아니라 영어는 도구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올리는 글입니다. 영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않안됩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나가는데는 영어보다 더 나은 도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어만을 강조하고 영어가 필요 없는 곳에서 마저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그것을 다른 분야에 투자하면 훨씬 더 유용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싶습니다. 예전 60년대 코미디언 한 분이 말씀 하시던 것이 떠오릅니다. " 미국에 가니 말야. 아, 거지들도 양담배를 피우고 어린애들도 영어를 좔좔 하더구만...." 가난한 약소국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들의 출처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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