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제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파손 도서 중에는 1823년에 출판되어 저희 도서관이 건립된 60년대 말부터 소장되어 있다가 지난 1990년에 단 한 번 대출된 적이 있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사람의 논문에서 자주 인용이 된 책이고 우리 학교 교수님 중에 한 분이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는 그 분과 함께 같은 주제로 공부하고 싶어 우리 학교에 진학한 대학원생도 있구요. 대출 횟수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을 폐기 처분해야 할 까요? 1823년에 출판된 책을 두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그 책이 아직까지도 많이 인용되고 있고 우리 학교에 그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님이 계시며 또 최근에 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입학한 대학원생이 있다는 것을 과연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제전문사서(Subject Bibliographer)라는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미국 연구 중심 대학 도서관들은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주제에 따라 한 가지 주제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서들을 두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는 한 과목을 몇 명의 사서가 담당하기도 하고 중,소 규모 대학에서는 한 사람의 사서가 인접한 몇 몇 과목을 같이 담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올바니 대학 역시 중,소 규모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 한 사람의 사서가 몇 몇 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좀 특이한 것이, 역사 과목 한 가지만을 맡는 대신에 장서 개발 이외에 다른 업무를 아울러 맡고 있지요. 전통적으로 역사는 다른 주제에 비해 많은 책을 필요로 하는지라 예전에도 역사를 담당한 사서는 그런 식으로 운용이 되었다고합니다. 어쨌던 각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주제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 분야에서 어떤 책들이출판되고 있으며 최근의 연구 동향이 어떤지, 그리고 그 주제와 관련된 학과에서는 최근에 어떤 연구들을 하고 어떤 강의를 개설하는지 이런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요. 그래야 학교 실정에 맞추어 책을 구입할 수 있고 또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파손 도서에 대한 처리를 결정할 수 있지요. 해당 주제에 관한한 책이나 기타 자료의 구입과 폐기에는 담당 사서의 권한이 절대적입니다. 아울러 해당 학과의 수업에도 참가하여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어떻게 이용하고 그 과목과 관련된 학술 정보는 어떻게 찾는지, 도서관에서는 어떤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는지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과에 따라서는 담당 사서를 그 학과 교직원의 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수시로 찾아오는 해당 학과의 학생이나 교수님들과 만나 그들의 연구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를 안내하기도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그래서 학술 서적이나 논문을 출판하고 그 서문에 도서관 사서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저자들이 많습니다. ![]() 많은 경우는 인문 사회 계열의 과목을 전공한 학생들이지만 자연 과학이나 공학 계열을 전공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2년 간의 대학원 생활을 통해 사서로서 훈련을 받은 후 일선 도서관으로 진출하면 자신의 학부 전공과 유사한 과목의 주제전문사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제전문사서의 '전문적인' 역할때문에 최근 대학 도서관에서 주제전문사서를 뽑을 때에는 해당 분야의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도서관학과에서도 인접 학과와 연계한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영문학 석사 학위와 도서관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공동 과정을 만드는 것이죠. 이와 같은 한 분야에 정통한 주제전문사서들이 도서관에 소장하는 책들을 선택하고 구입한다면 훨씬 더 그 대학에 필요한 책들을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오래된 책, 파손된 책을 처리할 때에도 이들의 전문성이 개입된다면 훨씬 효과적인 작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일 대학도서관에서 전문적인 안목에서 고른 제대로 된 장서들을 갖추고 있다면 그 장서들은 쉽게 폐기되어서는 않되는 것입니다. 최대한 그 자료들을 보존하고 연구와 교육에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도서관의 일입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설립 목적과 관계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장서라면 과감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대신 그 만큼의 공간에 진짜 필요한 책들을 채워야 하지요. ![]() 대학 도서관에서 구입할 책을 선정할 때 학과 별로 그 학과의 박사 과정 정도의 학생을 일종의 주제전문사서로 활용하면 어떨까요?적어도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면 자기 분야에 어떤 책들이 좋은 책인지 알고 있고 최근의 연구 동향은 어떤지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있을 겁니다.그래서 이들의 그러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과별로 이러한 박사 과정 학생들을 모아 책 구입에 관한 행정적인 내용들을 안내하고 또 도서관 장서 개발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학과별로 배정된 예산을 알려준 후 이들이 해당 학과(주제)와 관련된 책을 선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 교양 서적이나 몇 개의 주제를 아우르는 참고 도서의 경우는 여전히 도서관에서 직접 선정하되 과목별 전공서적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에게는 적정한 수준의 보수가 지급이 되어야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만큼의 새로운 사서를 고용하는 것 보다는 경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은 이런 방식으로 장서 구입의 전문성을 높이고 장차 본격적인 주제전문사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에서 차지하는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 도서관은 절대 독서실이나 고시원이 아닙니다. 물론 대학이 고시 사관학교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분위기에 맞추어 가려면 대학 도서관도 고시원이 되어야 할런지는 모르지요. 그런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 도서관은 그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대학 도서관의 장서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전문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제도적인 지원이곁들여 진다면 오래된 책들을 놓고 폐기하느니 마느니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이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김찬삼 씨의 글은 제 어머니..
by 파란딸기 at 14:16 꿈에 대한 코멘트에 전적으로.. by 동감 at 09/07 꿈은 일찍 꾸는 것이 좋은 것.. by 컴속의 나 at 09/06 정말 멋진 글입니다. 저도 .. by 구버달 at 09/06 지구본은 지금도 로망입니다.. by 키르난 at 09/06 저는 책에게 위로를 받는 타.. by 은혈의륜 at 09/06 저도 어린이 브리태니커 백.. by 썬데이뉴욕 at 09/06 연세많으신 분들을 만날 일이.. by liesu at 09/06 저도 커서 본 책들보다 어릴 .. by liesu at 09/06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by Clio at 09/06 최근 등록된 트랙백
Lipitor side effects.
by Lipitor reviews. Glucophage blog online.. by Glucophage online pha.. Products containing ep.. by Ephedra. Diabetes one and soma. by Soma without prescripti.. Airline last minute ticket. by Airline ticket. 이글루 파인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