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로 생각하는 인터넷 인터넷 이야기

* 이런 글을 올리기가 참 조심스럽군요. 이 글은 D-war 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 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에 관한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우연히 뉴스 헤드라인들을 훑어 보다가 "해외평론가 ‘디워’ 혹평 “최근 10년간 판타지 중 최악"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더군요.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가 미국 개봉을 닾두고 해외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클린트 모리스는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무비홀에 "디워"는 10년 동안의 판타지 중 가장 최악"이라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사의 시작으로는 무난한 듯 보입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미국의 영화 평론가라는 사람의 의견에 동의를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일반 독자들은 해외 평론가 클린트 모리스가 누구인지, 무비홀이라는 웹싸이트가 어떤 웹싸이트인지 알길이없습니다. 그저 언론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인터넷의 힘은 몇 번의 클리만으로 클린트 모리스가 누구이며 뭐 하는 사람인지, 그의 아내가 누구인지, 결혼은 언제 했고 고등학교때 그는 무엇을 했는지까지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읽고 나면  기사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미국의 영화 평론가"  클린트 모리스의 이미지와 실제 클린트 모리스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영화 전문 싸이트  무비홀은 클린트 모리스가 운영하는 웹싸이트라는 것도 아시게 되고 기사에 인용된 '평론'을 쓴 사람이 클린트 모리스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도 알게 됩니다. (클린트 모리스에 대한 정보는 IMDB(Internet Movie Database)를 통해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IMDB에 올라있는 정보도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라 판단하고 링크를 답니다.)

이 사람의 평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의 웹싸이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인터넷 상에 흘러 다니는 누군가의 정보를 마치 권위있는 전문가의 글인양 '언론'이라는 곳에서 소개하는 태도입니다. 개인의 블로그도 아닌 '언론'의 기사는 그 기사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블로그보다는 더 많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않을까요? 

위에서 인용한 것과 같은 기사를 작성할 때 기사가 정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사에서 인용된 클린트 모리스가 누구인지 언론사에서는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글이 실린 그 웹싸이트를 '해외 언론'이라 불러도 되는지도 검증을 해야지요. 예를 들어 Lexis Nexis 와 같은 데이터 베이스 회사의 신문 기사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국 전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기사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영화나 텔레비전 관련 리뷰만을 전문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Film Literature Index와 같은 데이터 베이스도 있습니다. 이런 도구를 통해 과연 클린트 모리스라는 사람을 평론가로 불러도 되는지, 그 사람이 운영하는 무비홀이라는 웹싸이트가 '해외 언론'으로 불릴 수 있는지  검증을 한 후에 인용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언론으로서 해야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위와 같은 기사는 나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기사 이 외에도 최근의 학력 위조와 관련된 보도에서 많이 인용하는 국내 포털 싸이트의 인명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털 싸이트에 게재된 인물 정보를 토대로 그것이 실제와 다르다고 그 사람이 학력을 위조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하는데 과연 그 문제가 된 사람이 포털 싸이트에 허위 정보를 제공했을까요? 본인도 모르게 올라간 정보는 없을까요? 그리고 그 포털 싸이트의 정보가 한 사람을 거짓말장이로 몰아 붙여도 좋을 만큼 권위있는 정보인가요? 과연 그 포털 싸이트에서는 자신들이 인명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했다는 것을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던가요?

이러한 모든 일은 우리가 인터넷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일면을 잘 보여줍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정보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영어로 된 정보나 포털 싸이트에 올라있는 정보는 다 믿을만한 전문가의 글일까요?그리고 왜 그 정보의 소스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함부로 옮기는 것일까요? 적어도 자신이 옮기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원문을 보고 나름대로 판단할 근거를 제공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비록 기자는 "해외 언론"에 소개된 "미국 영화 평론가"의 글이라고 보았지만 독자는 다르게 볼 수 있겠지요. '언론 기관'이라는 곳에서 이러할진데 인터넷 상에 무수하게 존재하는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 상의 정보들은 어떠할까요?  이런 정보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과연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방법이 존재하기는할까요?

결국 문제는 정보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인터넷과 컴퓨터는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가 이용자가 필요할 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할 뿐 그것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을 토대로 하는 모든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 실린 정보를 옮긴다는 것 역시 본인의 의지로 하는 것이니 만일 그것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옮긴이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따라서 적어도 글을 옮길 때에는 독자들이 원문을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원자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의 글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정보를 발견하고 소개해서 알리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남의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자신의 글인양 올리는 세태에서 이런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인 사고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판단력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능력은 컴퓨터 밖에 존재한 것이고 몇 달 수업을 듣는 것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행 착오를 겪으며 천천히 시간을 들여 쌓아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어른이 되었던가요? 그리고 지금 우리의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근의 어린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기 전부터 컴퓨터를 만진다고 하더군요. 장차 그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겁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생존하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라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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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oowon 2007/08/27 07:05 # 답글

    좋은 글 입니다. 잘 읽고 가요.
  • 사은 2007/08/27 07:08 # 답글

    제가 대학에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것은 읽고 있는 것에, 즉 작가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쉬운지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닌 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하물며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인터넷은 오죽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터넷이 극심(?)하게 보편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한 시각이라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 2007/08/27 08:2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드렁칡 2007/08/27 09:56 # 답글

    요즘같은 때에 참 적절한 지적이십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거의 독점적으로 대중에게 제공하던 언론이 인터넷의 물량에 밀려서, 요즘엔 오히려 인터넷의 정보에 너무 기대는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주관없는 인터넷 복사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인터넷에 의해서 정보 검색 접근성이 쉬워진 바람에 그동안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그냥 기사를 내놓던 언론의 안이함이 들통나게 되는 순기능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정보의 정확성'에서도 이렇게 허점을 노출하고 '정보의 속도'측면에서는 인터넷이 독보적임을 감안할때 언론이 좀더 노력해야할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네X버 지X인이 100%의 진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물론 간단한 정보에선 유용할 경우도 많습니다만, 어처구니 없는 답변들도 넘치는 곳이 이곳이거든요) 막강한 영향력의 언론마저 지X인화 된다면 안되겠지요. (작년 말부터 눈팅만 하다가 이제야 덧글 달면서 링크 신고합니다.)
  • Charlie 2007/08/27 16:41 # 답글

    다른사람이 말해주는걸 믿고 따라가는게 편하고 나중에 책임도 회피할수 있으니 좋아서들 그러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것을 몇번씩이고 계속 겪어도 변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밖에요. 누가 깃발 세우면 우우 몰려가는것을 보는것도 참 슬픈 일이예요.
  • Cynic 2007/08/27 20:07 # 답글

    독자의 비판적인 태도가 정보 제공자의 책임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겠군요. 정보 수용자의 태도부터 개선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고 계속 반복될텐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판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 아쉽습니다.
  • 마스터 2007/08/27 20:07 # 답글

    한국의 경우 더욱 심각한 것은, 말씀하신 책임감없고 생각없는 현상이 인터넷 한정이 아니라 제도권 언론의 전반적인 추세라는 겁니다..OTL 정치적 스탠스와 그에 따른 호불호를 떠나서, 요 몇년 눈에 보일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 dunkbear 2007/08/27 21:11 # 답글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 (제도권 안이나 밖이나)과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은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의 예처럼 기자의 의도적인 혹은 무의식적인 엉터리 해석으로 왜곡된 해외뉴스는 한두번이 아니었죠. 예전에 해리포터 관련 해외언론을 인용한 기사를 읽고 이해가 안되서 직접 해당 원문을 찾아서 제대로 이해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독자의 비판적인 태도가 중요한 것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솔직히 쉽지가 않죠.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씩 쏟아지는 기사와 정보의 바다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특히 과학 같은 전문지식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죠.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된 느낌입니다. 인터넷 보급 이전의 헛소문이나 뜬소문의 수준을 넘어서 인터넷의 시대에는 이런 부적절한 정보가 그럴싸 하게 포장되서 나오니 말입니다... 휴.
  • 琳☆ 2007/08/28 02:38 # 답글

    좋은 글입니다. :D
  • 베지타 2007/08/28 09:43 # 답글

    인터넷에는 유용한 정보보다 쓰레기양의 증식이 훨씬 높아지고 있어요.
  • 2007/08/28 20:5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간서치 2007/08/28 21:03 # 답글

    정보의 홍수 속에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 주면서, 또한 정보전문가를 길러내는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과 사서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clio님과 같은 분들이 이런 공간에서 많이 활동하셔서 사람들에게 계몽의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 Clio 2007/08/29 05:17 # 답글

    joowon 님 /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은 님 / 동감입니다. 제대로 비판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더군요.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이 사람들이 대화 중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던지는 질문들을 보면 놀랄 때가 참 많습니다. 비판적이기만 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나을것입니다.

    비공개 'ㅇ' 님 / '사서본능' 이라 ... "Librarian Instinct"가 되나요? 재미있습니다. 나중에 프레젠테이션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 ^^

    드 렁칡 님 / 링크 감사합니다. 말씀 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인터넷 덕분에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나 할 까요? 그러다 보니 민주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몇 개의 언론 기관에 의해서 정보가 독점되는 것 보다는 지금이 낫다고 봅니다. 대신 제대로 된 정보를 볼 줄 아는 능력도 함께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Charlie 님 / 저 역시 Charlie 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남들이 생산한 잘못된 정보를 따라서 하면 결과가 잘못되어도 내가 잘 못한 것이 아니라 남이 제공한 정보가 잘못되어 내가 잘못한 것이니 자신의 책임을 덜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몰라도(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국제 무대에 나서면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옳은 정보를 참고 했던 그른 정보를 참고했던 모든 행동의 책임은 자신이 집니다.

    Cynic 님 / 그렇지요. 비판적인 소비자가 있어서 생산자도 정신을 차리겠지요.

    마 스터 님 / 저만의 생각인가 싶었는데 .... 역시 그렇군요.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때로는 황당하기 조차 한 것들이 있더군요. 언론사에 들어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져서 언론 고시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dunkbear 님 /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받아들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세상입니다.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자신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는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제대로 따져서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걱정입니다.

    琳☆ 님 / 감사합니다.

    베지타 님 /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가 쓰레기에 묻히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간서치 님 / 고쳤습니다. 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요즘 같은 정보 홍수 속에서는 사람들 모두가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생존 기술로서 말이죠.
  • 키르 2007/09/02 15:24 # 삭제 답글

    아앗 좋은 링크 얻어가요^ㅡ^ 이런 걸 지적하는 글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요
    특히 인터넷을 할 때엔...ㅎㅎ
  • Clio 2007/09/03 07:32 # 답글

    키르 님 / 링크 감사합니다. 저도 가능한한 비판적으로 보려하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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