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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이야기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란 미국 속담이있습니다. 사물을 겉에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요. 실제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표지때문에 다른 책들에 비해 눈에 잘 들어오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이 책 표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것이 책의 판매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책 표지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책의 판매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결국 책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대량 생산되고 시장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의 시작은 책의 대중적인 소비가 시작된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1935년 영국의 알렌 레인(Allen Lane)이 시작한 값 싼 문고판 펭귄 시리즈가 있지요. 친근한 동물을 로고로 사용하여 한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전체 책들에 대해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었지요.

표지의 스타일에는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책의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표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출판사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하던 많은 출판사들도 결국 책을 팔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표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본격적인 출판붐이 일어나면서부터는 후안 미로나 폴 클레 같은 저명한 예술가들까지 표지 제작에 참가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의 저자가 표지를 디자인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지의 제왕' 으로 잘 알려진 톨킨은 1937년 자신의 작품 '호빗(The Hobbit)'에 직접 그린 그림을 표지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음반의 경우 음반이 한 번 나오면 그 음반이 발매되는 한은 같은 디자인을 사용하지만 책 표지는 그렇지가 않지요. 책의 인기가 올라가고 계속해서 신판이 발매되면 그 때마다 책의 표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라는 트레이시 슈발리어(Tracy Chevalier)의 소설이 있습니다. 그리 큰 출판사도 아니었고 저자 이름도 낯설었지만 버미어의 그림이 표지로 사용되어 관심을 가졌었지요. 그리고 서점에서 선 채로 조금 읽어 보니 재미있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이 베스트 셀러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더군요. 그리고나서 어느 날인가 서점에서 보니 이 책의 표지가 버미어의 그림에서 영화 주인공들의 얼굴이 나오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책 외에도 영화화된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랫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의 경우 많은 표지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톨킨의 작품 표지들과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The War of Worlds)의 표지 모음을 링크합니다.)
이처럼 표지가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매 년 개최되는 출판 관련 시상식에서도 그 해 최고의 표지에 대한 상이 수여됩니다. 아래에는 뉴욕 타임즈의 책 관련 블로그인 papercutsBook Design Review Blog에서 아직 채 끝나지 않은 2007년의 최고 책 표지로 선정한 책 표지를 몇 편 올려봅니다. 모든 표지들이 독자들의 눈을 끌면서도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드시는 책 표지는 어떤 것인지 한 번 골라보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심플하게빨간 클립으로만 디자인된 "One Red Paperclip: Or How an Ordinary Man Achieved His Dream with the Help of a Simple Office Supply 라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참고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나 모르겠는데요. 관련 기사 를 링크합니다.)
제가 책 표지에 관한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미국의 속담 때문입니다. 특이하거나 아름다운 책 표지 때문에 독자들이 그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 표지만 아름답다고 책을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책을 읽어보고 내용을 확인한 후 관심이 있을 때만 책을 구입하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우리는 책 표지가 아름답다고 그 내용을 보지도 않은 채 책을 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 내용을 가다듬고 가꾸기 보다는 책의 겉모습에만 정성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책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외모나 겉으로 들어나는 학력만을 보고 그 사람이 가진 실력 역시 외모나 학력 만큼이나 훌륭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형 왕국이니 가짜 학위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일이 계속되었을 때는 작게는 외적인 조건 만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 회사나 학교 혹은 개인의 손해이지만 크게 본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작 실력있는 사람은 외적인 조건 때문에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책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표지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속(실력)을 읽어 보고 판단하십시오.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Flapart라는 업체에서 만들어 파는 특이한 책 표지를 소개합니다. 책을 구입해서 읽을 때 책을 보호하기 위해 책 거풀을 입히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업체에서는 유머러스하고 특이한 책 거풀을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만든 책 거풀은 마치 다른 책의 표지처럼 제목도 달려있고 여러 가지 색깔로 디자인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제목들이 포복절도하게 만듭니다. 혹시 지하철 같은데서 아래와 같은 표지의 책을 읽고 있다면 남들이 어떻에 볼까요? 몇 몇 샘플을 옮겨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는 맨 아래 오른쪽에 있는 영양학 관련 표지^^입니다.)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by Clio | 2007/09/03 11:39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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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eutsch`s We.. at 2007/09/04 15:54

제목 : ■ When Titans Clashed: How t..
<When Titans Clashed: How the Red Army Stopped Hitler>를 완역한 <독소 전쟁사 1941~1945 : 붉은 군대는 어떻게 히틀러를 막았는가>로 완역되어 나왔습니다.독소전 관련해서 최고의 권위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는 책입니다. 이게 원서의 표지입니다. 표지에 사용된 사진은 베를린 공방전 당시 소련군이 베를린 제국의회 의사당을 점령하면서 깃발을 꼽는 모습입니다. 역시 전쟁의 끝은 보병......more

Tracked from metavital's .. at 2008/07/01 16:43

제목 : meta의 느낌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가 예쁜 책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다....more

Linked at mirupsec님의 글 - [.. at 2007/09/04 15:29

... 0 metoo Cliomedia : 책 표지 이야기 오후 3시 29분 ... more

Commented by Cranberry at 2007/09/03 12:35
셀프 지방흡입이나 코후비기의 영양학적 고찰...같은 것도 멋집니다만
DIY Dentistry라니;;;;; 게다가 저 뻰치 그림... 정말 멋진 임팩트입니다. -_-)b

개인적으로 책 표지를 보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건, Lolita의 원서 표지였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서는 정말로 아찔할 정도의 관음증이 느껴져서 잊을 수가 없더군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Eng.laf?ejkGb=ENG&mallGb=ENG&barcode=9780679723165&orderClick=LAA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09/03 13:51
아 cranberry님 그 책 압니다. 서점 갈때마다 보이는데 별로 사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09/03 13:52
그런경우는 있어요... 그러니까 왜 미국에서는 처음 출판 되는 경우 hardcover가 나오고 1년 반 뒤에 softcover가 나오자나요. 그런데 나중에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표지가 다른 경우 이쁜것으로 사기는 해요. 아참 제가 가진 책중에서 책표지 이쁜걸로 트랙백 달게요.
Commented by 빠삐용 at 2007/09/03 16:40
전 사실 표지 때문에 책산 적 있습니다. ^^;
(뒤의 카피글도 살펴보긴 했지만 역시 구매이유의 90%정도는...)
다행히 재미있어서 그뒤 시리즈도 전부 다 샀지만요...
Commented by 오잉 at 2007/09/03 17:52
아아, 글 내용에 비해서 제목이 너무 겸손하셔요~ 이렇게 훌륭한 글을 써 놓고 그저 '책 표지이야기'라뇨 ㅜㅜ. 아주 잘 읽었습니다. 링크 추가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Cynic at 2007/09/03 23:16
저는 멋진 타이포그래피로 구성된 표지를 좋아해요.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흰 바탕에 정말 멋진 타이포그래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더군요.
Commented by TITANESS at 2007/09/04 09:50
보기좋으면 다 좋다고는 하지만 표지는 화려하고 예쁜데 책이 재미없거나 짧아서 아쉬우면 화가나요...;;;
Commented at 2007/09/04 14: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종현 at 2007/09/04 15:55
우리나라에서는 책 표지에 낚시 당한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죠;; 그리고 반대로 내용은 어떤 건지 잘 알기 때문에 샀는데 책 표지보고 뜨악! 하는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ㅡ.ㅡ;;; 제가 보내드린 트랙백에 걸린 두 책의 표지를 비교해보세요 ㅡ.ㅡ;;;
Commented by Clio at 2007/09/05 04:24
Cranberry 님 / 링크따라가서 보았더니 상당히 자극적이더군요. 저는 여성의 입술이 클로즈업 된 표지(http://www.amazon.com/Lolita-Vladimir-Nabokov/dp/0679723161) 를 보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암시적인 자극을 주려하는 것 같습니다. 초판을 출판할 때 저자인 나보코브는 절대 어린 소녀의 그림을 표지에 싣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더군요. 독자들이 그림을 보고 책을 사는 일을 막으려 했다고 하는데 점점 책의 표지가 선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몇 년 후에는 어떤 표지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kristine 님 / 동감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요? 동일한 판본이라면 저 역시 표지가 좋은 쪽을 고르려 할 겁니다. 표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제 사무실에 표지만 한 박스 가량 쌓여 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고 서가에 배치할 때는 하드 커버의 경우 표지(더스트 재킷)를 제거합니다. 사서에 따라서는 그것을 버리는 사람도 있고 모으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쌓이는 표지가 이제는 처리 곤란일 정도입니다. 표지에 있는 내용들을 잘라서 책안에 다시 붙여 보기도 했지만 너무 시간이 소모되는 일이다 보니 그것마저도 쉽지 않군요. 사무실 벽을 이것들로 도배를 할까 생각중입니다.^^ 혹시 kristine 님께서 그런 하드 커버를 가지고 계시면 더스트 재킷은 제거하지 마시고 꼭 책과 같이 보관하십시오. 나중에 헌 책으로 팔릴때 이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가격 차이가 제법 난답니다. 물론 그렇다고 팔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빠삐용 님 / 다행입니다. 그 책이 재미있는 책이었으니. ... 저는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볼 때 종종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내용도 모르고 그저 표지 그림과 선전 문구만 보고 빌렸다가 후회하는 일이 많았지요.

오잉 님 / 링크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게 보아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Cynic 님 / 허허..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것 같습니다. 미니멀리스트랄까...

TITANESS 님 / 동감입니다. 그럴 때면 사기당한 느낌이 들지요.

비공개 k 님 / 그렇지요. 당연히 겉과 속이 모두 훌륭한 책들이 많습니다. 사람도 그렇겠지요. 겉과 속이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 ..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종현 님 / 보내주신 트랙 백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한국어 판 표지 디자인은 한국의 디자이너가 맡아서 한 것이겠죠? 그리고 번역된 제목도 원래 제목이 가진 흥미를 훨씬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아래에 작게 영어 제목을 달아 놓기는 했지만 차라리 원어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나았지 않았나 싶군요.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09/05 05:57
저는 dustjacket을 아주아주 소중히 여기지요. 헌책 살때도 더스트재켓 없으면 안사는 편이에요...
Commented by Clio at 2007/09/05 08:07
kristine 님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더스트 재켓에 묻은 더스트를 털어내느라 고생^^해도 꼭 챙기지요.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09/05 20:04
클리오님... 책표지 트랙백 달았어요. 와서 저의 이쁜 책표지들을 구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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