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차별의 정점
쉐모님의 글을 읽으면서 9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소말리아 친구를 생각했습니다.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 온 친구였는데 흑인에 대해 제가 그 당시까지 가지고 있던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친구였습니다. 비록 작고 왜소한 체구였지만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유머까지 갖춘 대단한 친구였지요. 러시아와 폴란드, 그리고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고 그 덕에 5개 국어에 능통하던 친구였습니다. 비상시를 위해 수류탄을 가슴에 품고 소말리아에서 인접국으로 탈출한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사람을 웃기던지요. 막상 웃고 나서 보면 결코 웃을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는 통에 어리둥절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이후 겉모습만 보고, 특히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을 고쳤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습니다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에 오래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경찰서에서 체류 허가를 받고 정기적으로 그것을 연장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종종 경찰서에 가서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보면 체류 허가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을 봅니다. 당시에는 동유럽에서 온 이민들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들과 함께 서 있으면서 접했던 이탈리아 경찰들의 위압적인 태도는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 라는 구호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자신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올림픽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서울 올림픽도 모른다고 하던 이탈리아인을 보고 할 말을 잃었지요. 그것이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니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은 그런 경험들은 우물안 개구리였던 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년 후 한국에 귀국을 했고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한 처우를 보면서 이탈리아에서 제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착찹하다 못 해 화가 나더군요.
인종 차별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제가 주위의 흑인 친구들을 대할 때 생각하는 한 가지는 그들을 특별하게 대할 필요없이 백인 친구들이나 동양인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이 받았을지도 모르는 차별에 대해 어줍잖게 이해한답시고 몇 마디 주절거리고 그들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 조차도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내가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다른 모든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고 어울립니다.
물론 그들과 나의 생김새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나와 다르게 생긴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취하는 태도와 나와 다르게 생긴,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외국인을 만났을 때 우리의 태도가 달라야 할 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이 외에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와 상황이 다른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한국어를 하는 한국 사람들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피부 색깔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는 것은 마치 누구는 눈이 크고 누구는 코가 크고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피부색이나 인종은 그 사람 속에 있는 인간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나 그것이 당연한 말이라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그것을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외부 세계를 접하지 않고 살아 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요.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해 우리가 가진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이 문제가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 이래 우리한 민족은 한 핏줄로 면면하게 이어왔다는 생각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건국 신화를 이야기 하면서 단일 민족이라는 사실 만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건국 신화에는 단일 민족을 뛰어넘는 '홍익 인간'의 사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이 사상을 왜 강조하지 않을까요? 고대 한민족의 강역이 전아시아와 유럽에 퍼져 있었고 모든 문명의 근원이 한 민족에서 비롯되었다면 전세계에 퍼진 수많은 다른 문명과 그 문명에 사는 사람들 역시 한민족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세계가 단일 민족인 것이지요. 인종이 다르다고 민족이 다르고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익 인간의 사상은 그저 듣기 좋으라고 교육 이념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는 최근에 어학 연수든 배낭 여행이든 여러 가지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장차 사회의 기성 세대가 되었을 때는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려면 외국에 나와 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해야 합니다. 해외를 여행하면서 물론 한국 음식도 생각이 나고 한국말도 하고 싶겠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손짓 발짓해가며 의사 소통도 해 보고 그들과 부대끼다 보면 훨씬 더 배우는 것이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나이들면 그것마저 쉽지 않습니다.(쿨럭)^^
쉐모님의 글을 읽으면서 9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소말리아 친구를 생각했습니다.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 온 친구였는데 흑인에 대해 제가 그 당시까지 가지고 있던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친구였습니다. 비록 작고 왜소한 체구였지만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유머까지 갖춘 대단한 친구였지요. 러시아와 폴란드, 그리고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고 그 덕에 5개 국어에 능통하던 친구였습니다. 비상시를 위해 수류탄을 가슴에 품고 소말리아에서 인접국으로 탈출한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사람을 웃기던지요. 막상 웃고 나서 보면 결코 웃을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는 통에 어리둥절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이후 겉모습만 보고, 특히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을 고쳤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습니다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에 오래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경찰서에서 체류 허가를 받고 정기적으로 그것을 연장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종종 경찰서에 가서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보면 체류 허가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을 봅니다. 당시에는 동유럽에서 온 이민들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들과 함께 서 있으면서 접했던 이탈리아 경찰들의 위압적인 태도는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 라는 구호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자신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올림픽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서울 올림픽도 모른다고 하던 이탈리아인을 보고 할 말을 잃었지요. 그것이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니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은 그런 경험들은 우물안 개구리였던 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년 후 한국에 귀국을 했고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한 처우를 보면서 이탈리아에서 제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착찹하다 못 해 화가 나더군요.
인종 차별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제가 주위의 흑인 친구들을 대할 때 생각하는 한 가지는 그들을 특별하게 대할 필요없이 백인 친구들이나 동양인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이 받았을지도 모르는 차별에 대해 어줍잖게 이해한답시고 몇 마디 주절거리고 그들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 조차도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내가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다른 모든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고 어울립니다.
물론 그들과 나의 생김새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나와 다르게 생긴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취하는 태도와 나와 다르게 생긴,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외국인을 만났을 때 우리의 태도가 달라야 할 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이 외에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와 상황이 다른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한국어를 하는 한국 사람들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피부 색깔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는 것은 마치 누구는 눈이 크고 누구는 코가 크고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피부색이나 인종은 그 사람 속에 있는 인간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나 그것이 당연한 말이라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그것을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외부 세계를 접하지 않고 살아 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요.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해 우리가 가진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이 문제가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 이래 우리한 민족은 한 핏줄로 면면하게 이어왔다는 생각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건국 신화를 이야기 하면서 단일 민족이라는 사실 만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건국 신화에는 단일 민족을 뛰어넘는 '홍익 인간'의 사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이 사상을 왜 강조하지 않을까요? 고대 한민족의 강역이 전아시아와 유럽에 퍼져 있었고 모든 문명의 근원이 한 민족에서 비롯되었다면 전세계에 퍼진 수많은 다른 문명과 그 문명에 사는 사람들 역시 한민족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세계가 단일 민족인 것이지요. 인종이 다르다고 민족이 다르고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익 인간의 사상은 그저 듣기 좋으라고 교육 이념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는 최근에 어학 연수든 배낭 여행이든 여러 가지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장차 사회의 기성 세대가 되었을 때는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려면 외국에 나와 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해야 합니다. 해외를 여행하면서 물론 한국 음식도 생각이 나고 한국말도 하고 싶겠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손짓 발짓해가며 의사 소통도 해 보고 그들과 부대끼다 보면 훨씬 더 배우는 것이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나이들면 그것마저 쉽지 않습니다.(쿨럭)^^




덧글
홍익인간 2007/09/07 04:21 # 삭제 답글
얼마전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한다며 매일 청계천에 나와 쓰레기를 줍는 외국인 교수에 대한 뉴스를 접한 적 있습니다. 취지며 실천이며 모두 감동적이더군요. 단일민족이란 구호는 공허한 반면, 홍익인간이라는 사상은 무언가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절초 2007/09/07 09:35 # 답글
결국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어느 종교든, 어느 사상이든 범 인간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거니까요. 그렇지만 때로는 그것도 역시 이기심의 발로인듯 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좋은건 좋은겁니다^-^
Clio 2007/09/07 15:29 # 답글
홍익인간 님 /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상 어디에 어떻게 살던간에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면에서 동일하니까 말입니다.제절초 님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때로는 그 정의마저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이 똑같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써놓고 보니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보리 2007/09/07 23:15 # 답글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이 똑같다는 것, 어떻게 보면 매우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이야기인듯 해요. 미국와서 타인종에 대한 제 생각은 정-반-합으로 변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편견은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매우 이상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중국 사람들은 잘 씻지 않고 동유럽 사람들은 차갑고 거만하고 인도사람 옆집에 살면 향신료 냄새때문에 하루종일 괴로워진다는 걸 알게 됬어요. 실제로 나가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오히려 편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옆집의 중국 부부한테서 너무나도 예쁜 딸이 태어난걸 보게 되고 러시아에서 온 동료랑 논문을 어떻게 쓸까 같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인도 이웃이 자녀와 부모님 모시고 산책다니는 것을 보게 되고 나서는, 사람 사는 것 정말 별것 아니고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밥먹고 사랑하고 작은 일에 웃고 떠들고 하는, 본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다 같더라구요. 서로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우리는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인걸요.
Clio 2007/09/08 00:33 # 답글
보리 님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 역시 바로 그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은 겉모습이 약간씩은 다를지라도 그 근본적인 모습은 똑같지요. 진리는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것을 깨닫기가 힘든 사람들도 많은가 봅니다.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 뭔데?" 라고 물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