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모란디-한 소년이 있었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건강 진단서가 필요하여 늘 가는 병원에 들렀다가 전부터 알고 지내던 간호사 아주머니가 친구와 전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들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듣고 있다보니 그 아주머니의 아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심하게 다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주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아들이 지난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입대를 했고 이라크로 파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전 자주 우리가 뉴스에서 듣는 '차량 폭탄'의 폭발로 부상을 입었고 지금은 독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통제를 맞고 있지만 아직 통증이 많다고도 하는군요.안타까워하는 저에게 그나마 자기 아들은 살아 있고 또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경험을 쌓고 싶어 군대에 간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돈'이 큰 원인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들이 군대를 택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분명 미국이라는 나라가 현재 전쟁 중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전쟁이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실제 일상 생활에서는 전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로서도 전쟁과 이렇게 직접 연관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어줍잖은 위로의 말을 던지고 돌아서는데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고 그 분이 보여주는 사진 속의 아들 때문에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그 아들은 아직 솜털로 채 가지지 않은 소년이었습니다. 이런 소년이 몇 달간의 훈련을 받고 전쟁터에 뛰어드는 이 상황을 생각하며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벌써 몇 년째 매일 같이 뉴스 시간이면 바그나드에서, 모술에서 혹은 티크리트에서 차량 폭탄이 터지고 몇 명 혹은 몇 십명이 죽었다는 보도를 접합니다. 처음에는 충격적이고 놀라웠지만 그나마도 매일 듣다 보니 그 충격의 강도가 덜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충격을 덜 느낀다고 사람들이 덜 죽고 덜 다치는 것은 아니지요. 전쟁으로 인해 다치고 죽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고 언제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출지는 아무도 예상을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상황이고 보면 결코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남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라크에 가있는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군대를 보낼 때도 마치 도망치듯 몰래 보냈으니 이런 무관심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요.


다른 많은 이들처럼 저 역시 우리 군대가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들러리 서는 것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일단 그곳에 파병되어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쨌던 그들은 군인으로 명령에 따른 것이고 그들 역시 우리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 군인들에게는 아직까지 큰 피해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늘 그러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요. 보낼 때는 이런 저런 이유에서 보냈지만 이제는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우리 젊은이들이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자이툰 부대의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파병된 우리 군인들과 가족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무렵 잔니 모란디(Gianni Morandi)라는 이탈리아 가수가 발표한 'C'era un Ragazzo(한소년이 있었지)' 라는 반전 노래가 있습니다. 당시 잔니 모란디는 이른바 꽃미남으로서 전 이탈리아 소녀들의 우상이었지요. 감미롭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만을 노래하던 가수였기에 사회의 현실에 대한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그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위의 매니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이 노래를 발표했고 이 노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서는 한동안 듣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냉전 시기 미국의 우산 아래에서 강력한 우방으로 존재하던 이탈리아 정부에서 그 노래가 공식적인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이 노래는 미국의 저항 가수인 존 바에즈에 의해 그녀의 콘서트에서 자주 불려지기도 했었습니다.  아래에 가사와 함께 이 노래가 발표된던 1966년 당시의 화면을 옮겨 봅니다.

C'era un ragazzo
C'era un ragazzo che come me amava i Beatles e i Rolling Stones
girava il mondo, veniva da gli Stati Uniti d'America.

Non era bello, ma accanto a sé aveva mille donne se

cantava "Help" e "Ticket to ride"o "Lady Jane" o "Yesterday".

나처럼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있었지.
세상을 돌아가다니고 있었던 그 친구는 미국에서 왔었지.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Help" 나 "Ticket to ride"
그리고 "Lady Jane" 아니면 "Yesterday".
같은 노래를
부를때면 아가씨들이 주위에 가득 했었지.

Cantava "Viva La Libertà" ma ricevette una lettera,
la sua chitarra mi regalò fu richiamato in America.

Stop! coi Rolling Stones! Stop! coi Beatles. Stop!
Gli han detto vai nel Vietnam e spara ai Vietcong...
Tatatatatatatata...
"자유 만세"를 부르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어.
그리고는 자기 기타를 나에게 선물하고 미국으로 불려갔지.
롤링 스톤즈와도 그만! 비틀즈와도 이제 그만.
그들은 이 소년에게 베트남에 가서 베트콩을 쏘라고 명령했다네.
타타타타타타(총소리)


C'era un ragazzo che come me amava i Beatles e i Rolling Stones

girava il mondo, ma poi finì a far la guerra nel Vietnam.

Capelli lunghi non portapiù, non suona la chitarra ma
uno strumento che sempre dà la stessa nota ratatata.

나처럼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있었지.
세상을 돌아가니고 있었던 그는 결국 베트남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어.
더 이상 머리도 기를 수 없었고  기타도 연주할 수 없었지.
대신 언제나 '라타타타' 똑같은 소리만 내는 악기를 연주해야 했었어


Non ha più amici, nonha più fans, vede la gente cadere giù:
nel suo paese non tornerà, adesso è morto nel Vietnam.

Stop! coi Rolling Stones! Stop coi Beatles. Stop!
Sul petto un cuore più non ha ma due medaglie o tre...

더 이상 친구도 없었고 팬도 없었어. 그리고 늘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
이제 더 이상 그는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어. 베트남에서 죽었거든.
롤링스톤즈와도 그만! 비틀즈와도 이제 그만.
그의 가슴에는 심장 대신에 두 세개의 훈장이 달렸지.
by Clio | 2007/09/10 11:51 | 음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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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9/10 13: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9/10 17: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ZOON at 2007/09/10 19:17
등에 오한이 달리네요..
Commented by creent at 2007/09/10 20:23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소년의 참전... 참...
Commented by Cynic at 2007/09/10 23:25
안타깝습니다. 살았다고는 해도 실명이라니...
Commented by Clio at 2007/09/11 06:41
비공개 ㅇ 님 / 밥 딜런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부른 "Knocking on Heaven's Door" 란 노래에서도 훈장에 관한 이야기나 나오지요. 애국심, 조국애, 충성 이런 것도 좋은 말입니다만 사람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이라크 전과 같은 잘못된 전쟁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아주머니를 수십발의 사격으로 난자한 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한 미국 병사가 고향에 돌아와서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이 없이 죽은 아주머니와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군인..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일까요? 우리 모두 패배자이고 희생자들일 뿐입니다.

비공개 ㅈ 님 / 정말 감사합니다. 오타가 아니라 저의 어리석은 실수입니다. 여지껏 자초지정이란 틀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 온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좀 더 제가 쓰는 말과 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뭐라 감사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ZOON 님 / 예. 저 역시 같은 느낌입니다.

creent 님 / 비록 몸은 멀쩡하게 돌아오더라도 어린 나이에 접한 전쟁의 모습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병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는 결국 돌아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Cynic 님 / 그래도 살아 돌아올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떻지 정말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llsisizzll at 2007/09/11 23:34
돈.. 그게 현실인걸
Commented by Clio at 2007/09/12 06:54
llsisizzll 님 /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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