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에 가난하고 힘들었다는 말은 쓰지 마세요.
입사지원서에 관한 웅이 님의 글을 읽고 드는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봅니다. 미리 고백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한국에서 직장에 취업 원서를 내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입사 지원서나 자기 소개서를 읽어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왜 지원하는 일자리와 관련없는 개인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원서 양식에도 가족 관계에 대해 가족의 나이 및 생년 월 일까지 자세하게 적도록 요구하고 있는 곳이 많더군요. 태어난 환경과 가족 관계 등이 취업하고자 하는 직장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회사로서는 지원자의 인성과 인격을 보기 위해 그와 같은 환경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인격과 인성을 알 수 있을까요?
웅이님의 글에서도 그런 면을 말씀을 하고 계시던데요.
"신입사원의 경우는 특별한 경력이 없으니 ‘이 사람이 인성이 좋으냐,똑똑하냐’를 주로 보게 된다. 그런데 내 경험상 불행한 과거를 보낸 사람이 원만한 인품을 지닌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스로 인성(人性)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언젠가 그 뾰족함이 드러나게 된다."
물론 이 말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에는 좀 위험하게 들리기도 하고 안타깝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웅이님께서도 "우리나라는 불행했던 과거를 평등하게 보지 않는다. " 라고 하시면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계시지요.
그런데 '불행한 과거'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어떤 과거가 불행한 과거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과거는 그 사람의 잘못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까요? 만일 어쩔 수 없이 '불행'한 과거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면, 그 불행한 과거 때문에 그 사람의 인격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물론 그것이 현실이긴 하지만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감정입니다. 동일한 상황에 처하고도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를 수가 있지요.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참 불행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본인은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자신의 현실을 대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상황에서 살아온 것 같아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자신의 상황이 남들에 비해 힘들었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서 실력을 쌓은 사람도 있지요. 그래서 만일 우리가 이와 같은 식으로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종류의 차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제가 알고 지내던 한 이탈리아인 부부가 생각이 납니다.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던 부부였는데 이들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비교적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제가 했던 말이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충고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게 될 환경을 생각한다면 절대 불행한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했지요. 그런 저에게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아이들이 잘 되고 안되고는 자신들에게 달려있지 부모의 이혼과는 관계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가 같이 잘 사는 가정에서도 나쁘게 되는 아이들은 나쁘게 된다는 이야기였지요. 그 부부가 이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일을 겪으면서 사람이 자라는 환경과 그 사람의 인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데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나 살아오면서 맞게 되는 여러 가지 계기, 그리고 만나는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 크겠지요. 또한 읽는 책이나 교육의 영향도 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한 사람의 인격을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단지 한 두 페이지의 입사 지원서와 이력서 그리고 몇 십 분간의 면접 만으로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의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아마 회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웅이님의 글에서 처럼 입사 지원서에는 자신이 지원하는 일자리와 관련된 자신의 능력, 그리고 지원하는 회사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적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웅이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한 것은 우리가 사람을 대하고 판단할 때는 그 사람의 외모나 자라온 환경, 혹은 기타 외적인 조건 때문에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 사람이 잘 생기고 훌륭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좋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입니다. 결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다면 그 때는 어쩌지요?
연륜이 쌓이고 사람 보는 눈이 높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입니다. 가수 김국환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고 노래하지만 저는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 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타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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