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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인터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입니다. 먼저 카세트 테이프에 라벨을 붙이고 녹음한 인터뷰와 관련된 정보를 적어 놓으십시오. 날짜와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아야 합니다. 한 사람만 인터뷰 했기 때문이 굳이 라벨을 붙이지 않아도 헷갈릴 일이 없다고 생각하실런지도 모르겠지만 의외의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저 버릇처럼 라벨부터 먼저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녹음하기 전에 미리 관련된 사항을 적은 라벨을 카세트 테이프에 붙여 놓고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녹음 도중에 생긴 변동 사항은 반드시 나중에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 시간이 허락한다면 인터뷰 전체 내용을 문서로 옮긴 녹취록도 만들어 두십시오. 이렇게 해 두면 녹음한 자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종이에 인쇄된 기록은 남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텍스트 파일로 녹취록을 저장하게 되면 검색도쉬워집니다. 인터뷰 내용 중에서 특정한 부분만을 골라서 듣거나 읽어 보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그런데 녹취록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원래 인터뷰 시간의 최소 서너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터뷰 전체를 녹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 별로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는 초록을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녹취록과 초록 두 가지를 다 만들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초록을 만들 때 테이프 카운터가 달린 녹음기를 이용하신다면 테이프를 시작을 000 으로 잡고 그것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000-089 ; 인터뷰 소개 090-150 ;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 151-212 ;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사에 대한 기억과 창씨 개명에 얽힌 이야기 213-288 ; 해방 직후 서울 거리의 분위기 카운터가 없는 경우는 경과 시간을 대신 적을 수도 있지요. 이렇게 해 놓으면 녹취록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내용을 빨리 찾아 볼 수 있고 인터뷰 전체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뷰와 관련된 자료 외에도 만일 그 인터뷰가 공식적인 아카이브에 보관이 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언자로부터 인터뷰 공개 동의서(Release Form)에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 내용이 가족 내에서만 이용될 경우 이 절차가 생략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이러한 동의서를 받아 두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설명해 드릴 구술사 자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문서상의 절차를 제대로 마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공개 동의서의 형식은없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고 증언자가 동의하는 서류이니 증언자의 의사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동의서에는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과 인터뷰가 이루어진 과정을 명시하고 인터뷰 내용을 학문적인 목적이나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때에는 증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 등의 내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증언자에 따라 자신의 사후에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라는 조건을 다는 경우도 있고 그 외에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사항은 다음 글에서 소개해 드릴 참고 자료를 보십시오.) 드물기는 하지만 증언자가 인터뷰 내용의 공개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명심할 사항은 증언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인터뷰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러면 뭐 하려 인터뷰를 했나 싶겠지만 제가 경험한 사례 중에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증언자가 인터뷰 내용의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습니다. 황당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증언자의 의사에 따라야 했지요. 하지만 증언 내용 중에는 당시 제가 하고 있던 작업에 꼭 필요한, 정말 중요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증언자를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결국 공개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증언자의 의사입니다. 절대 증언자가 동의하지 않은 내용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않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 구술사 자료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있을까요? 그냥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온 보통 사람의 기록이라고 큰 역사적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문서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당시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주의 깊게 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역사학 뿐만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 문학, 언어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적인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구술사 자료가 대량으로 수집이 된다면 그 속에서 한 시대의 사회를 관통하는 일정한 패턴이 관찰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구술사 자료들은 위에서와 같은 학문적인 목적 외에도 문학 작품이나 연극 혹은 영화 같은 예술 작품을 위한 원자료가 될 수도 있고 그것들을 위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구술사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며 소개해 드렸던 켄번즈와 같은 다큐먼타리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역사 다큐먼터리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요. 이 외에도 구술사 인터뷰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많은데요, 제가 본 것중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구술사 인터뷰를 이용한 것은 구술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음악인이 만든 작품인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로부터 지난 몇 십년간 농촌에서 있었던 각 종의 변화에 대해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The Changes in Farming" 이라는 약 15분 정도의 다큐먼타리인데 한 번 들어보시면 작가의 창의력에 놀라실 겁니다. (링크된 파일은 리얼 오디오 파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술사 자료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제대로 수집,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합니다. 비록 인터뷰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했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고 정리하여 보존하는 일에는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지금 국내에는 비록 적은 수이지만 학계에서 구술사를 활발하게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술사 연구 방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겁니다. 구술사 자료를 해석하고 제대로 이용하기 위한 방법론도 물론 전문적으로 교육되어야 하겠지만 우선은 구술 자료들을 수집하는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지요. 녹음 방법과 질문하는 요령 등은 우선 쉽게 교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여름 방학과 같은 기간을 이용해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모아 놓고 구술사 인터뷰 방법을 강의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은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그것을 강의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가족이나 친척 혹은 이웃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술사 인터뷰를 하게 한는 것이지요. 수행 평가든지 숙제 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구술사 자료들은 일단 각 지방 별로 구술사 아카이브를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에 있는 행정 기관이나 대학의 아카이브 등을 통해 수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전국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최종적으로 보존, 정리하고 인터넷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기관을 중앙에 만드는 거지요. 제대로 된 인터뷰 초록이나 녹취록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그것을 누구나 볼 수 있다면 잊혀져가는 우리의 현대사가 한층 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요? 물론 공개를 원하는 자료만 공개해야지요. 아울러 중앙과 각 지방의 아카이브들은 이 자료들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영구히 보존하는데 힘을 기울이면서 자체적으로도 연구 인력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구술사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진행해야겠지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용자들이 이 구술사 자료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를 만드는 겁니다. 가능할까요? 이 작업과 같이 진행되어야 할 일은 구술사와 관련된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인데 제대로 된 구술사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렇게 모인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할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자료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보존하는 전문가들이 모두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니 빨리 시작해야 할일이지요. 벌써 늦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척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생애사와 관련된 구술 인터뷰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구술사 자료를 전국적으로 수집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6.25나 4.19 혹은 기타 역사적인 사건이나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서에 기록되지 않는 그들의 기억을 수집하는 일도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작업들은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척을 대상으로 한 구술사 인터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문자 기록에서 빠진 이야기들을 보충해주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후대에 남기는 중요한 역사적인 자료가 될 수있다는 것 이외에도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구술사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아울러 증언자와 질문자 모두 자기 자신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있습니다. 근엄하기만한 것 처럼 보이는 집안의 어른들에게도 찬란한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 그 분들도 지금과 환경만 달랐을 뿐이지 젊은이로서의 열정과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훨씬 더 그 분들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한 그 분들 역시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되고 그것을 지금의 젊은이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결국 지금의 젊은이들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집안의 어른들을 한 번 찾아보십시오. 간단한 마이크와 녹음기를 가지고 질문할 거리를 생각한 후에 그 분들을 찾아가서 그 분들의 기억 속에 있는 옛날 이야기를 기록해 보십시오. 이름만 나열되어 있는 족보보다도 훨씬 의미있는 기록들을 후대에 남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 분들이 살았던 그 시절 우리 사회는 어땠는지, 그 분들의 10대 혹은 20대는 어떠했는지? 그 때 그 분들은 무슨 고민을 했었고 어떤 즐거움을 가졌었는지? 그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단순히 호기심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발견한 동영상을 한 편 올려봅니다. 전문가가 만든 작품은 아닌것 같은데요. 할아버지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오래된 사진과 함께 일종의 다큐먼타리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즘의 컴퓨터로 그리 어렵지 않게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을 멀리 있는 친척이나 가족들과 나누고 또 대대로 집안에서 보존한다면 어떨까요? 가족의 의미가 훨씬 더 가까이 와닿고 면면히 이어지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자신이 느껴지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구술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있는 국내 외의 책과 웹싸이트 등을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습니다. * 이 글에서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http://coph.fullerton.edu/stuForm.asp http://aabc.bc.ca/aabc/msa/10_sound_recordings_and_oral_hi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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