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데미지가 어렸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도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본사(Bookbinder)들의 수호 성인인 성 바르톨로뮤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 영혼에게 두 권의 책을 주고 선택하게 한단다. 한 권은 가장 부드러운 금빛의 송아지 가죽으로 제본하고 웅장한 황금 표지를 가진 책이고 다른 한 권은 무두질만 겨우 마치고 채 염색도 하지 않은 염소 가죽으로 평범하게 제본한 책이지. 화려한 표지의 책을 선택한 영혼은 그 책 속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 이미 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단다. 반면에 평범한 표지의 책을 선택한 영혼은 신의 은총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텅빈 백지 페이지를 보게 되지."
이 이야기대로라면 도라는 화려하게 장식된 책 대신에 평범하게 제본된 책을 선택했나 봅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에서 제본사의 딸로 태어나서 제본사와 결혼한 도라 데미지는 남편 피터가 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의 빚을 갚고 병든 딸을 데리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제본사의 세계에 뛰어듭니다. 시급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일거리 중의 한 가지는 귀족들이 맡기는 외설스러운 책들을 아름다운 표지로 장식하고 제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그녀는 그 세계에서 유명해집니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일을 통해 그녀는 빅토리아 시기 영국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미국에서 건너온 한 흑인 청년이 그녀의 조수로서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세계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책 속에 있는 내용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요. 사실 책 속에 실려있는 내용과는 별개로 책의 디자인과 제본 등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군요. 이 책의 표지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붉은 색의 표지와 함께 푸른 빛의 표지도 있군요.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될 때 각각 다른 표지로 출판된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자체도 매우 훌륭하고 재미있습니다만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도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속에서 묘사되는 19세기 영국 사회의 모습도 흥미로울 것 같구요.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도서관이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를 이용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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