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금성의 신화
우리 나라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사고 방식의 차이, 의사 전달 방식의 차이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언어를 배워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책인데 그 책이 출판된 이 후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 유사한 주장을 하는 많은 책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옥스포드 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보라 카메론 (Deborah Cameron) 교수는 최근 출판된 " The Myth of Mars and Venus: Do men and women really speak different languages?" 라는 책을 통해 이러한 남녀 간의 타고난 차이가 과연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카메론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언어학의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있는데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출판된 이후 등장한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남녀의 의사소통 방식에서 나타나는 차이들을 언급하고 그것이 과연 얼마나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인 통념으로 굳어져버린 남녀의 차이로서 여러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 언어와 의사 소통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으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말을 더 많이 한다.
  • 여자의 언어 능력이 남성들보다 뛰어나다
  • 남자들이 언어를 사용하는목적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인 반면 여자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이다. 남자들은 어떤 물건이나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는 반면 여자들은 사람,  관계 그리고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한다.
  • 남자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경쟁적인데 그것은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일반적인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반면 여성들의 언어 사용은 훨씬 협력적인데 그것은 그들이 평등과 조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 결국 이러한 차이 때문에 남녀는 서로의 의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잘못된 의사 소통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특히 이것은 남녀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위에서 나열된 주장들을 들으시면 "그래. 맞아" 하실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가 출판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응이 바로 그와 비슷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그 주장이 우리가 익히 생각하고 있는 남녀에 대한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은 아닌지 카메론 교수는 묻고 있습니다. 

카메론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 들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경쟁적으로 말하던 남자를 떠올리고 또 협조적으로 말하던 여자를 떠올리면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기억 속에는 그러한 일반화된 모습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예외'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카메론 교수는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하여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해석할 때 자신의 (고정관념화된)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대에 반하는 예들은 놓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남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가 가지는 고정 관념은 "남자와 여자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남녀의 차이 혹은 공통점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각 종 매체를 통해 소개될 때에는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연구가 훨씬 더 독자들의 관심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연구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소개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남녀 간의 차이에 대한 우리의 고정 관념은 더 깊어만 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남녀의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만큼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여러 연구에서는 남녀의 차이점 보다는 유사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우리가 믿고 있는 남녀간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과학적으로 설득력있게 증명하는 연구는 없다는 것이 카메론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사례 한 가지가
루안 브리첸딘의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이라는 책인데 그 책에서 화제가 되었던 내용 중 한 가지는 바로 여자는 하루에 7000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남자는 하루에 2000 단어만을 사용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른 내용들도 많지만 그 부분이 많은 매체의 관심을 끌었고 또 역시 독자들의 고정 관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었지요. 이 책이 출판된 이후 펜실바니아 대학의 마크 리버만(Mark Liberman)교수는 과연 그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연구가 무엇인지를 추적하였고 결국 제대로 된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주장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실제 저자도 그 부분을 인정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예를 들면서 카메론 교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제대로 증명해주는 과학적인 연구가 무엇이지 묻고 있습니다. 분명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을 단지 타고난 생물학적인 차이로만 보기는 힘들고 그 외에도 무수한 다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남녀 관계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남녀의 관계, 특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이 책을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을 너무 좁게, 그리고 닫힌 마음으로 보지 말자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저런 생각도 있는 것이고 그 중 어느 것이 맞다는 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절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마음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놓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글을 맺으며  "나의 그리스식 결혼식(My Big Fat Greek Wedding)" 이라는 영화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하던 말을 옮겨 봅니다.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두 집안에서 자란 주인공 커플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되고 그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리스 출신의 신부 아버지는 모든 영어 단어의 어원이 그리스어라고 믿는 사람인데요. 신랑 신부의 이름에 대해서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밀러(Miller, 신랑의 성)'의 어원은 그리스어랍니다. 밀러는 그리스어 '밀로(Milo)'에서 왔는데 이 말은 '사과'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 집안의 이름 '포르토칼로스(Portokalos, 신부의 성)'는 그리스어로 오렌지를 의미하는 '포르토칼리(portokali)'에서 왔지요. 자 아시겠지요. 오늘 밤 여기 사과와 오렌지가 모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 과일들이지요."

(
You know, the root of the word Miller is a Greek word. Miller come fromthe Greek word "milo," which is mean "apple," so there you go. As manyof you know, our name, Portokalos, is come from the Greek word"portokali," which mean "orange." So, okay? Here tonight, we have, ah,apple and orange. We all different, but in the end, we all fruit.)

이 영화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 및 민족 배경을 가진 두 집안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남녀의 차이나 사람들의 견해 차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지 않을까요?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들이 아니던가요?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도서관이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를 이용하십시오.(2007년 10월에 출판된 책이라 아직 많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늘어날 겁니다.)

* 이 글을 위해 이용한 자료들입니다.
by Clio | 2007/10/26 01:36 | 책소개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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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10/26 08: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oldtype at 2007/10/26 09:22
맙소사...... 얼마전에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을 구입해서 읽고 있는 도중인데 일종의 스포일러를 당한 셈이네요 ^^ 경험적으로는 남자와 여자는 분명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에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는게 참 뜻밖입니다.
Commented by lakie at 2007/10/26 12:59
사회적 학습에 의한 부분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생물학적 기능적인 부분은 비슷하더라도 미묘한 정서적 파트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일반화 하는것도 위험하긴 합니다만,차이점에 대해 인식하는게 그렇지 않을 때보다 조금은 높은 비율로 원만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글에 언급된 책은, 번역본을 찾아보고 있으면 읽어보면 재미있것 같습니다. 번역 나왔으려나요.^^)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10/26 14:30
솔직히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이 저 책 좋아해요. 어떤 친구는 life saver라는 말까지 하고...특히 gender 관련 수업에서는 남녀간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이 책에는 어쩌구 저쩌구 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인데 저는 안 읽어봤어요. 그런데 얼마전에 서점에 갔더니 보이길래 서서 잠시 읽어 봤는데 일반화가 심하게 되어있다는 낌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거기에 나온 남자와 관련된 컴뮤니케이션에서 저한테 해당되는 것이 많거든요. 저 솔직히 친구가 문제 이야기하면 감정적인 support잘 못하고 advise 먼저 하고, 남녀간의 관계에도 고무줄처럼 처음에는 intimacy를 추구하다가 멀어지고 하는것도 그렇고... 개인차가 크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문화차도 있고요. 제가 아는 많은 남자들 상당히 수다쟁이도 많고...
Commented at 2007/10/26 14: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파란딸기 at 2007/10/26 15:25
'화성'과 '금성'의 차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성차는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 않나요? 경험상으로는 이 책에서 지적하는 그런 성차를 뚜렷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남자나 여자나 다수 존재하는 건 분명한 것 같던데요... 음... 제 생각으로는 세상의 모든 남성과 여성의 성차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일부가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기는데서 발생하겠죠. 하지만 사람을 혈액형에 따라 분류, 이해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 아닐까...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이안。. at 2007/10/26 16:25
저도 항상 저런 책들을 보면 일반화가 너무 심하고 그닥 과학적 증거도 안보이는데, 무슨 과학적인 fact인양 서술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서 편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어느정도 성차와 경향이 있다는건 이해하지만, 개개인의 차이라는 영역에서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0/26 16:27
음. 번역서가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군요. 역시 한쪽 관점만 보는건 위험한 일인가봅니다^^;
Commented by 드렁칡 at 2007/10/27 13:25
자라왔던 환경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유전적으로 달랐다는 견해는 자칫 섣부른 결과를 유도할 수도 있지요.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 처럼요. 여중, 여고, 남중, 남고, 때때로는 여대나 남자 비율이 높은 대학교를 거치는것처럼 거의 10여년 동안 동성간의 관계에만 살아왔다면 자연스레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될수밖에 없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이 타고난 생물학적 운명은 아니었던것이죠. 저 초등학교때는 남자같은 여자애들 참 많았습니다... 그애들이 나중에 보니 다들 숙녀로 거듭나긴 했었네요...

암튼 오늘도 열린 생각, 열린 마음에 관한 좋은 글 하나를 보고 가게됩니다.

but in the end, we all fruit. 참 좋은 대사에요.
Commented by Clio at 2007/10/29 13:10
비공개ㅇ 님 / 허허.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람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한 가지 틀에 맞추어 본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외형적으로 보이는 몇 가지 특징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판단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요. ... 그나저나 전혀 이미지가 깨어지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oldtype 님 / 이런, 본의 아니게 제가 실수를 했군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요. 다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다름을 설명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akie 님 / 아마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친 일반화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제대로된 의사 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지요. 동감입니다.

kristine 님 / 그렇지요.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하는 방식대로라면 그런 '일반화'된 설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kristine 님이 '예외'에 해당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 예외를 설명하는데 는 kristine 님의 자라온 환경이나 기타의 요소들을 이용하겠지요. ^^

비공개 ㅋ 님 / 옙..놀러가겠습니다.

파란딸기 님 / 동감입니다. 성차는 분명히 존재하지요. 대신에 이 책에서 경계하는 것은 그러한 차이를 쉽게 일반화하고 진리로 믿는 과정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차별'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akie 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안。. 님 / 이 책의 저자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지요. 같은 성별의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얼마나 개인 차이가 많습니까? 종종 '남자는 이래야 돼.' 혹은 " 여자는 자고로.."하는 식의 고정관념에 맞추어 그러한 개인적인 차이가 무시되는 안타까운 일들도 생기지요.

제절초 님 / 그렇지요. 언제나 열린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릇이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비어있기 때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사람들이 늘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드렁칡 님 / 이 책에서도 바로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더군요. 그러한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를 이야기 하고 있던데 아마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과일'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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