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에 서점에 진열된 책을 읽어보다가 웬지 읽기가 불편해서 던져놓았던 책이 있습니다. 앤드류 킨(Andrew Keen)이라는 사람이 쓴 The Cult of the Amateur: How Today's Internet is Killing Our Culture 라는 책인데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킨은 영국 출신으로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관련 업계에서 오랫 동안 일한 경력이 있고 인터넷과 관련된 각 종 기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앤드류 킨이 최근 출판한 이 책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웹 2.0으로 대변되는 최근 인터넷과 그것이 표방하는 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킨은 '멋진 신세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인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의 '원숭이와 타자기'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헉슬리의 이야기는 만일 무한대의 원숭이에게 무한대의 타자기를 주고 무작위로 두드리게 하다보면 결국은 섹스피어의 작품과 같은 걸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앤드류 킨은 19세기에는 이론적인 가설에 불과했던 이 이야기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21세기에 이르러 실제 가능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앤드류에 의하면 21세기의 타자기는 컴퓨터와 인터넷이고 원숭이는 무수한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의 인터넷에 대해 "무지과 이기주의와 나쁜(수준 낮은) 취향과 군중의 법칙(중우정치)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채 함께 어울려진 것'( Ignorance meets egoism meets bad taste meets mob rule, on steroids.)" 라고 합니다. 아마 서문에 나와 있는 이 대목들 때문에 읽기가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밝은 모습만을 생각하며 지난 10여년 동안 인터넷을 이용해온 저로서는 앤드류 킨의 이러한 문제 제기를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저 역시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 애써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 했기 때문에 읽기가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이른바 "UGC(User Generated Content) 혹은 UCC(User Created Content)" 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들로 인해 전통적인 미디어들이 설 자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정보의 생산자가 무한대로 늘어나면서 그러한 정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읽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이 기사인지 그리고 무엇이 광고인지 쉽게 구분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입수할 경우, 검색 엔진이 토해 놓은 정보들 중에서 무엇이 제대로 된 정보이고 무엇이 광고인지 혹은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정보인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최근 블로그나 기타 웹 2.0 관련 서비스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생산해냄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합니다.
앤드류 킨은 이 책의 말미에서 웹 2.0으로 대변되는 최근 인터넷의 장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만들어 내는 권위있는 정보가 합쳐지는 몇 가지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 자체는 그리 예상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책 속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제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Social Networking에 대한 그의 분석이 와닿았는데요. 그는 웹 2.0의 대표 주자격인 Social Networking 이 존재하는 것은 그것들이 진정으로 남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남들 앞에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마이 스페이스나 페이스북 같은 웹 싸이트들이 인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 적어올리는 블로거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을 읽으며 뜨끔했습니다. 과연 내가 블로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되었지요.
제가 첫 번째 포스팅을 올린 것인 작년 10월이었으니 블로깅을 시작한지도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가 블로깅을 시작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글로 옮겨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제가 가진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남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각을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이유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난 1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올린 글들이 원래 제가 의도한 목적에 걸맞는 글들이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알고 있는 알량한 정보가 마치 큰 지식이나 지혜인 양 남들 앞에서 자랑하려 한 글은 없었는지 고민이 되더군요. 그렇지 않았기를 바랍니다만 은연 중에 저의 유치한 과시욕이 포함된 글들이 있었을 겁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아마 블로그를 운영하는 내내 이러한 고민은 제 곁은 떠나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가진 시간이 소중한 만큼 그 분들의 시간도 소중한 것이지요. 저의 블로그에서 보내는 그 분들의 소중한 시간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좀 이상해졌습니다만 .... 오늘의 결론은 위에서 소개해 드린 책 한 번 읽어 보시라는 겁니다.^^ 한국에도 번역이 곧 되리라 생각합니다.
*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도서관이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를 이용하십시오.




덧글
섬백 2007/10/29 14:57 # 답글
저도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제가 소통이란 환상속에서 제 은밀한 욕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회의에 빠질때도 많습니다.그리고 Clio님의 글들은 정말 유익하고 읽기 즐거우니 부끄러워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류방랑자 2007/10/29 16:40 # 답글
이렇게 문제 의식을 가지고 소통을 시도하려는 자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반면에,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고 과시하려고 하죠.
항상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Clio님의 포스팅은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도움도 많이 되구요.
사은 2007/10/29 17:22 # 답글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의 인터뷰를 옮겨보다가, 그 분이 인터넷의 팬커뮤니티를 더이상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하시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저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게 하는 것은, 인터넷은 - 게이츠 씨가 또 무슨 멀티미디어다운 일을 해냈느냐와 상관없이 -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매체라는 겁니다. 볼 수 있는 것은 글 뿐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 간결하고 명료하고 글을 쓰고, 또한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글을 읽어야 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대부분은 난독증이 질병이 아니라 무공의 훈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점령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이 창조성의 증가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인터넷은 엄청난 크기의 온라인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라고, 99년에 그러셨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블로그도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작가의 의도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듯, 블로그도, 비록 인쇄된 책과는 달리 생각이나 수준(?)을 검열할 사람이 순 자기 자신 뿐이지만, 그리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소통의 정도가 달라진다고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책과 달라서, 차근차근,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기록으로의 의미로만도 좋지 않은가 하는, 이러한 소통도 긍정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케야르캐쳐 2007/10/29 23:19 # 답글
저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내가 지금 가지는 생각들과 느낌들과 일기는 내가 더 나이를 먹어 성숙하게 되더라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만들게 되었지요.(5년전쯤에 썼던 편지 등을 보면서 그런 위기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이지 방문객도 없는 마이너 블로그네요. 오히려 그편이 더 좋긴 하지만요. ^^전 쉬이 무한대의 원숭이와 타자기의 이야기에 동의하기 힘듭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읽을 때는 스스로의 독해도 있지만 어느정도 작가를 고려하니.. 제 앞에 아무리 훌륭한 글이 있다손 치더라도.. (예를들면 clio님의 포스팅이랄까요?) 원숭이가 투둑투둑하다가 생겨났다고 한다면 그리 좋은 감동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 읽고 우와 좋다~ 했는데 사실은 원숭이가 친거다! 하면 좀 문제가 다르겠지만요. 풉 :)
Clio 2007/10/30 05:55 # 답글
섬백 님/ 좋게 말씀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말씀해 주신 '회의'를 하나의 거울로 삼고 언제나 글을 올릴때 비춰봐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하류방랑자 님 / 감사합니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말고 언제나 움직이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고 또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상들도 언제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사은 님 / 저 역시 사은님께서 마지막에 하신 말씀에 동감입니다. 그나저나 그 작가 분은 이미 99년에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 온라인 쓰레기들을 일거에 치울 방법은 도저히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모두 쓰레기를 쓰레기로 인식하는 방법과 쓰레기들과 마주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케야르캐쳐 님 / 저 역시 원숭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비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것 때문에 처음에는 이 책을 집어들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 자신이 생각한 목적에 충실한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마이너건 메이저건 그게 중요하지 않지요.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저 역시 저의 생각을 정리해 놓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그 목적과 함께 블로그를 통해 만나는 좋은 사람들과 같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블로그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nique 2007/10/30 20:04 # 답글
결국 대학으로 회귀하게 될까요? 전문가들의 집단으로...
2007/10/31 02:0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MPositive 2007/10/31 11:23 # 삭제 답글
아직 웹이 2.0이라서 그렇습니다. 포토샵마냥 5.0 7.0나오면 달라질겁니다.사실 5.0 7.0은 농담이구요. web3.0(아마 Post web 2.0이라는 식으로 불릴 것 같은데)까지만 가더라도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자세한 포스팅을 하게 되면 트랙백을 날리도록 할게요
Clio 2007/11/01 06:45 # 답글
nique 님 /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개입을 하여 일반인들이 생산해 내는 정보를 정리하는 Citizendium (http://en.citizendium.org/wiki/Main_Page) 과 같은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비공개 님 / 말씀하신 것 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것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자신만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할 겁니다. ... 그나저나 "Librarian Instinct"라는 말 정말 마음에 듭니다. 블로그 이름을 아예 바꿔버릴까요?^^
MPositive 님 / 그렇겠지요. 아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쁜 점은 고쳐나가고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겠지요. 포스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marlowe 2007/11/07 11:46 # 답글
블로그는 타인의 마음이라는 연못에 던지는 돌이라고 생각해요.얼마나 파문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가는 그 돌의 무게에 달려 있겠죠.
(Clio님이 던지시는 돌은 꽤 무겁습니다.)
Clio 2007/11/10 00:02 # 답글
marlowe 님 / 돌의 무게도 무게이지만 연못의 상태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깨끗하고 맑은 물이 조용하게 가득 찬 연못과 온갖 잡동사니들이 연못의 수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못은 돌이 날아왔을 때 서로 그 반응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daewonyoon 2007/11/18 01:06 # 답글
흥미로운 책소개도 고맙습니다. 저 책 저자가 이 글과 여기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인터넽에 대한 비관론은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요.
Clio 2007/11/19 11:45 # 답글
daewonyoon 님 / 그렇겠지요?^^ 저 역시 daewonyoon 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