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음악을 들으면 우울해 질까요? 그리고 어떤 음악들은 듣자마자 꺼버릴 정도로 싫어할까요? 과연 인간의 두뇌는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러한 음악과 인간의 두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 있는데요.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진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지난 달에 출판한 Musicophilia: Tales of Music and the Brain (2007) (Alfred A. Knopf, ISBN 1400040817)가 바로 그 책입니다.
올리버 색스는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경과 의사입니다. 1933년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한 후 미국으로건너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스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고 1965년부터는 뉴욕시티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컬럼비아 대학의 메디컬 센터에 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는데요.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서의 활동하는 틈틈히 자신이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고 그 책들을 통해 인간의 두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책은 국내에도 여러 편이 번역이 되었는데요.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으로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가 있고 그 외에도 "화성의 인류학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소생" 등의 책이 번역이 되었습니다. 특히 소생(Awakenings)이라는 책은 기면성(嗜眠性) 뇌염 (Encephalitis Lethargica) 이라는 병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암스가 출연하는 영화로 만들어져 국내에는 "사랑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출판된 이 책에서 색스는 음악이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신비로운 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왜 그러한 작용들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그 동안 관찰한 많은 사례들을 예로 들면서 음악과 인간 두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색스의 말에 따르면 음악인들의 두뇌와 일반인들의 두뇌는 그 모양에서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귀와 두뇌 사이에는 소리가 귀로 들어와서 뇌에 인식되는 한 방향의 정보 전달이 아니라 뇌에 의해서 소리를 듣는 귀가 조절되기도 하는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색스의 이책이 아니더라도 음악이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되는 예는 많이 있지요 알츠하이머 환자나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기억을 되찾은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색스의 동료 의사 한 사람의 예를 들고 있는데요. 이 의사는 어느 날 공중 전화를 이용하다가 벼락을 맞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한 두 주 후에는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는데 이상한 것은 그 사고 이후 이 사람에게는 음악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음반을 사서 듣고 또 피아노를 혼자 익히더니 몇 주 후 부터는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는군요. 그저 머리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더라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그 의사는 축복이라고 설명을 했다는데 이 책에는 이와 비슷하게 음악과 관련하여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머리 속에서 들리는 일종의 환청과 같은 음악에 대한 사례들도 있는데요. 작곡가로 유명한 쇼스타코비치는 2차 대전 중에 포탄 파편이 머리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전쟁의 와중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상처가 아물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뇌의 깊은 부분에 아직 파편이 박혀있더라는 겁니다. 의사가 그 파편을 제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자 쇼스타코비치는 주저했다는 군요. 왜냐하면 그 파편이 박힌 이후 부터 머리를 한 쪽으로 기울이면 머리 속에서 음악이 들려오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작곡가 답게 들려오는 그 음악을 악보에 옮겨 자신의 작품에 이용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이 대목을 읽고 과연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궁금해서 찾아 보니 1983년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Musical Times에 실려있더군요.(Wang, Dajue. “Shostakovich: Music on the Brain?” The Musical Times 124.1684 (1983): 347-348.)
이 외에도 음악과 관련된 신비한 두뇌 작용에 관한 사례들이 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전 책들에서도 그러했지만 자칫 저급한 흥미거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색스는 매우 진지하고 또 따뜻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다시 살펴볼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 이 책도 한국어로 번역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십시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아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전부터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시던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서였는지 철이 들고부터는 늘 음악을 듣고 또 한 동안은 직접 연주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출퇴근 시간에 오늘을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며 차 안에 한참을 앉아 있기도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그런 날은 차를 타고 가며 들을 음악이 선곡되지 않으면 차를 움직일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그런 버릇 때문에 종종 차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소리들을 못 듣는 경우가 생겨 난감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들으며 그것이 마치 책을 읽거나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 중에는 한자 한자 새겨가며 되풀이해서 읽어야 할 책이 있고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심심풀이로 읽는 책도 있습니다. 요리사의 솜씨를 음미하며 천천히 즐기는 음식이 있고 선채로 급히 삼키는 음식도 있지요. 사람이 살면서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을 먹고 한 종류의 책 만을 읽을 수 없듯이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제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팔레스트리나의 교회음악에서부터 스눕 독의 랩까지, 은방울 자매에부터 원더걸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아주 잡식성이지요.
잡식성이란 말이 나온 김에 예전에 제가 들은 '잡탕' 음악을 하나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뮤지컬 작품 Fame 의 마지막 부분에서 흘러나오던 " I Sing the Body Electric" 이라는 노래인데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어울려서 얼마나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지 한 번 보십시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년전 쯤에 이 동영상을 처음 보며 머리카락이 쭈삣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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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홈페이지 에 가시면 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정보도 보실 수 있고 이 책과 관련하여 인터뷰한 몇 몇 동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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