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공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한 사람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 발견했습니다. 실제 이용자들에게 보낸 것은 아니고 사서들의 인터넷 공간에서 사서들끼리 읽어보라고 올린 글인데 그 속에서 공공 도서관이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몇 가지 힌트가 있어 대강 번역해 봅니다. 우리의 공공 도서관의 모습과 한 번 비교해 보시지요. 이 글의 원문은 링크를 참고 하십시오. (원문 링크: An Open Letter to the World, From Your Local Librarian by Jeanne Munn Bracken)
친애하는 이용자 여러분
저희 사서들은 도서관을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희들은 여러분들이 필요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인터넷 포르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빼구요--누군지 스스로 잘 아시죠?) 찾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여러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은 저희들의 기쁨이니까요. 저희들이 한계에 이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 그것들은 컴퓨터와 관련된 것들이고 그 외 나머지는 ... 뭐 아시다시피 저희들도 사람이니까요..
먼저 저와 같은 중년의 사서들은 컴퓨터가 덤프 트럭만하고 빌 게이츠가 아직 유치원에 다니던 암흑기에 사서로서 훈련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네요. 제가 도서관학과에 진학했을 때 컴퓨터 관련 강의는 베이직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강의 한 가지 밖에 없었고 저는 그 강의를 듣지 않았지요. 그 점을 고려한다면 저와 같은 50대의 동료 사서들은 3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매일 매일 달라지고 있는 새로운 컴퓨터 기술들과 제법 친하게 지내고 있는 셈입니다.
저희들은 캘리포니아 주의 패시픽 팰리세이드가 어디에 있는지 구글 맵을 통해 찾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캣(Worldcat)을 이용해서 이름 없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1000마일 떨어진 다른 도서관에 있고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이곳으로 빌려올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드리지요. 구글 이미지를 이용해서 몇 초 만에 고호의 해바라기 그림을 여러 장 여러분 앞에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가입한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해서 어려운 학술지로부터 논문을 찾아 드릴 수도 있습니다. 또 저희들은 오늘자 지역 신문을 실제 종이에 인쇄된 모습 그대로 찾아드릴 수도 있지요. 아울러 오디오 북을 다운로드 받아서 여러분의 작디작은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옮기는 방법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책 대신 그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면서 장거리 여행 중에 들으실 수 있을 테고 여러분의 여행 가방에는 샌드위치나 과일을 넣을 공간이 더 생기겠지요. 물론 늘 바뀌는 보안 검색 규정에 달려있기는 하지만 생수도 한 두병 가방 속에 넣으실 수 있을거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서관 사서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일 뿐이지요. 도서관 문을 닫기 5 분전까지도 도서관에 오시지 않으면 저희들은 여러분의 졸업 논문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찾아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시는 14권의 책을 찾아다가 안내 데스크에 놓아두고 직장을 마치고 데이트하러 가는 길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해드릴 시간은 없습니다.(물론 때때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때도 여전히 있지요. 하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 분명 저와 동료들은 툭 튀어 나온 입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겁니다.)
저희들은 여러분이 직장에 계시는 동안 여러분의 자녀들을 돌보아 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공부하러간다고 맹세하고 사라진 여러분의 10대 자녀들을 부를 수 있는 호출 시스템은 도서관에 없습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영어 숙제를 읽어 보고 교정해 드릴 수도 없습니다. 주식거래 싸이트를 찾아드릴 수는 있지만 어떤 주식을 사라고 조언해 드릴 수도 없습니다. 세금 환급을 위해 어떤 양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는 찾아드릴 수 있지만 여러분을 위해 그 양식을 기입해 드릴 수는 없다는걸 잘 아시죠? 여러분들도 그걸 원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뭐라고 하셨든지 간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실은 저희들이 인터넷을 고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는데 "server is busy" 라는 메세지가 뜨면 저희들은 잠시 후에 다시 접속해 보시라고 권해드릴 수 밖에 없지요. 저희들이 서버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보안 설정이 된 사이트에 들어가고 나올 때 화면에 나타나는 메세지를 보고 놀라지 마십시오. 절대 FBI 나 CIA 혹은 KGB 나 IRS 가 여러분을 감시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온라인 상에 있는 이미지들 중에는 프린트가 되지 않도록 설정해 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설정을 저희들이 바꿀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온라인 상에서 기입해야 하는 양식이 복잡하고 안내문이 헷갈린다도 해서 저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암호같은 안내문들을 읽는 저희들 역시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일시적으로 정전이 되어 여러분들이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작성한 이메일이 날아가버린다고 하더라도 (정말 싫죠? 그런 경우) 저희들이 그것을 다시 찾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저희들이 일부 팝업 윈도우들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상의 모든 광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여러분의 씨디나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한 문서들을 도서관 컴퓨터에서 열 수 없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여러분이 집에서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저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여러분의 씨디에 커피가 쏟아졌었거나 아니면 정말 저희들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여러분들에게 인터넷을 어떻게 서핑하고 이메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기꺼이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한 번도 사용해 보신 적이 없다면 상당히 힘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스리고 계시는 거인들,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혹은 델 이나 구글 ,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것들을 저희 사서들이 고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URL 과 html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저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지도 않고 RSS 나 기타 최신 장비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 합니다. 아마 곧 배우게 되겠지요. 그것들이 구닥다리가 될 무렵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만일 어떤 것이 인터넷에 있다면 아주 빨리 찾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몇 몇 이용자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놀라운 일로 보이는가 봅니다. 몇 년 전에 40대의 한 이용자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 내는 마술을 열심히 보고 계시더군요. 그러더니 희끗희끗한 제 머리를 보고는 한 마디 합디다.
"아니, 그 연세에 어떻게 그것들을 다 배우셨어요?"
이 편지를 쓰신 분은 매사추세츠 주의 한 공공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50대의 여성 사서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소개한 것들을 보고 그것이 도서관 사서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요즘 그 정도 일은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상식적인 일이 되었지요. 다만 이 분의 연세가 50대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신다면 달리 보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요즘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사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편지 중간에 언급된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제 많은 미국 공공 도서관 사서들이 경험하는 일이지요. 때로는 투덜대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이용자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공공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으니 저의 일을 도와 주고 있는 도서관 학과 학생이 공공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어느 날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와서 하시는 질문인즉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보니 인터넷으로 한 회사의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무료로 선물을 보내준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할머니로부터 정확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내는데 1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인터넷 웹사이트에 가입한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 할머니에게는 그렇지 않았지요. 그 다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그 할머니께서 말씀하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회원 가입을 하려고 하니 이메일 주소가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할머니는 이메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이었고 불쌍한 이 친구는 할머니에게 이메일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드리고 무료 이메일 계정까지 발급받게 해 드렸다는 군요.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웹싸이트에 가서 가입을 마치고 나니 이러저럭 한 시간이 흘렀더랍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행복한 웃음을 띠면서 도서관을 떠나셨고 그 모습을 본 이 친구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지요.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이와 같은 일을 겪으며 이용자의 얼굴에 떠오르는 만족한 미소를 보는 것이 사서들의 최대 행복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 봉사대에 근무하면서도 수시로 참고 자료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찾고 도서관에 들어오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그들이 쉽게 참고 봉사대에 찾아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애씁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또 그 일을 통해 수입을 얻는 직업이 흔하지는 않지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남달리 호기심이 많은 점도 큰 몫을 합니다만 정말 까다로운 질문을 들고 찾아 오는 이용자들이 있을 때면 저는 신이 납니다.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나서도 혼자서 다시 정보를 찾아 보지요. 더 좋은 자료는 없는가 하고요. 이 모습을 보면서 동료들은 때로 질문이 그렇게 어려운데 왜 그렇게 신이 나느냐고 농담처럼 한 마디씩 던집니다.그러면 저는 호기심 때문이라는 소리는 못하고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런 질문 때문에 우리 일자리가 더 든든해 지는것 아니겠수."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들 역시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면 누구 못지 않게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들 역시 도서관 사서이니까요. ^^
*이 글을 소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Jeanne Munn Bracken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도서관과 사서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입니다. 뉴욕 공공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의 Digital Gallery 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 보셔서 검색해 보십시오.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미지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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