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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책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서 책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책이라는 물건이 인류 사회에 등장한 것은 매우 오래 전이고 긴 역사를 거치며 책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어 왔습니다. 문자가 발명된 이래 책이나 기타의 기록 매체를 통해 인간이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근대적인 인쇄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책이라는 물건은 매우 귀한 존재였고 아무나 함부로 가질 수 없는 비싼 것이기도 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저술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저자가 쓴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 역시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책은 매우 비싼 물건으로서 큰 재산이었지요. 그래서 근대 이전의 도서관들 가운데에는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도서관도 존재했습니다. 책의 대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심지어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책 조차도 서가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원하는 사람은 그 서가에 서서 책을 읽도록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지요. 실제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는 유럽의 도서관들 중에는 여전히 사슬에 묶인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취급되던 책이 근대적인 인쇄술의 등장과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런 것이 벌써 몇 백년 내려오고 있지요.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책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또 전파하는 습관은 이미 몇 백년 동안 내려온 전통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요?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말에는 한 가지 사실이 먼저 전제되어야 합니다. 즉,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의 내용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문자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닙니다. 근대적인 책이 등장하고 몇 백년이 흐른 20세기 초반까지도 글을 읽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책은 정보 입수의 도구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한 사람이 태어나는 시점에 세상에 존재한 기술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텔레비전이라 라디오를 하나의 기술적인 진보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책은 20세기 중, 후반에 태어나 글을 깨친 우리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의 일부라는 말은 그만큼 친밀한 도구이고 나와는 한 몸처럼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책과 이미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 몸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 한 몸과 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도 결코 책에서 떨어져서 존재하기는 힘이 듭니다. 살아오면서 어떤 형태로든 책이나 종이 위에 인쇄된 문자와 접하게 되어있지요. 그런데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전자책과 전자문서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책과 인간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아직 종이책에 익숙한 우리들의 습관을 바꿀만큼 강력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자책에 대해 아직은 불편하게 생각하고 계시고, 책이 차지하고 있는 정보 전달 도구로서의 위치를 대신하기에는 뭔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일단 모니터를 통해 글을 읽는 것이 불편합니다. 오랫 동안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픕니다. 그리고 저도 최근에 나온 전자책 리더들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몇 가지 테스트해보니 아직은 좀 어색하더군요. 그러나 이러한 이유 외에도 전자책은 그것이 가지는 매체 특유의 약점이 있습니다. 먼저 전자책을 읽기 위해서는 텍스트 파일과 그것을 리더나 모니터와 같은 기타 출력 장치 위에 나타낼 소프트웨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리더나 스크린 같은 출력 장치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장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에 비해 종이책은 물론 인쇄라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한 번 인쇄된 책은 기타의 다른 프로그램이나 장치 없이 인간의 눈으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책은 사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같이 따라 갈 수 있습니다. 남극을 탐험했던 영국의 스코트도 남극 대륙에서 긴 겨울을 보낼 때 읽을 책을 많이 가져갔었지요. 뿐만 아니라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그 안에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거나 해변이나 산에 가서 야외에서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컴퓨터를 들고 가기도 만만치 않고 전자책 리더 역시 아직은 그런 "오지"에서 사용하기에 부담스럽습니다. 혹시 전자책 리더에 고장이라도 생긴다면 그 안에 아무리 많은 책을 저장해 두었더라도 소용없는 일이지요. 대신 종이책은 한 두 페이지 찢어져도 읽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중요한 대목이 찢겨 나갔을 때는 좀 답답하겠지요. 그리고 전자책을 읽기 위해 사용하는 출력장치도 여전히 불편합니다. 크기가 작아 지고 사람 눈이 덜 피로하도록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치의 가격도 만만치 않고 책에 비해 다루기도 거추장 스럽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책의 인터페이스는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서 새로운 페이지가 나타날 때 우리는 그 이전 페이지를 읽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만 버튼을 눌러 다음 페이지가 나타나는 것은 여전히 좀 어색합니다. 그리고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전자책과 달리 종이책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졸음이 올 때 베게가 되기도 하고 전화번호부와 같은 두꺼운 책은 뜨거운 남비를 올려놓기에도 좋습니다. 딱딱한 하드커버의 책은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들 머리 위에 내려치기도 좋습니다. ^^ 무엇보다도 책은 실수로 책상에서 떨어뜨렸을 때, 최대한으로 상처를 입는다면 제본한 부분이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책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리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요. 그리고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씨디나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된 전자책을 과연 얼마나 오래 보존할 수 있을까요? 현재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표시 장치가 100년 200년 후에도 그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반면 책은 제대로 물리적인 환경만 갖추어 보관한다면 매우 오랫 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전자 자료의 보존에 관해서는 이전에 포스팅 한 것을 참고하십시오.)
이전 글에 덧글을 달아 주신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셨지만 전자책은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은 가까이 하기에 힘든 당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직은' 이라는 말에 주목해 주십시오. 물론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그 불편함에 대해 저 역시 누구보다 동의합니다만 한 번 그런 불편함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지요.
사실 전자책의 등장과 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 깊이 이야기 해 보자면 단순한 출판 매체의 변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 책의 출판 및 유통과 관련된 서점과 출판사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독서 습관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책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인식 작용에서 일어나는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 등등 무척 많은 문제들이 걸려있지요. 마지막으로 다음 글에서 그 부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왜 제가 중간에 글을 끊는지에 대한 이유도 마지막 글에서 밝히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글을 통해 뭔가 의미있는 큰 이야기를 거창하게 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바라는 것은 책의 미래에 대한 이런 저런 질문들을 이곳에서 던지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한 번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트랙백은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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