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클라인-충격 독트린; 재난 자본주의의 등장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언론인인 나오미 클라인은 우리에게는 '노 로고"라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그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 책이  출판되고 5년이 지나서 지난 해 가을 새로 출판된 The Shock Doctrine: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 이라는 책은 전세계적으로 퍼진 자유 시장 경제 체제의 성장과 그 배경을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1950년대 미국 CIA 의 지원에 의해서 연구되고 개발된 고문 이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강한 충격은 한 사람의 정신을 자신의 의지와는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리된 상태에서 그 사람은 완전히 어린이와 같은 백지의 상태로 돌아가고 결국 고문을 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 사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시점에서는 의지가 강하고 약하고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그 사람의 정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분리된 상태로 백지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고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군대 생활을 하면서 한 두 시간 계속해서 기합을 받아본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어쩌면 이해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신병 초기에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혼을 빼놓을 정도로 '굴리면' 정말 문자 그대로 혼이 달아납니다. 그리고 조교가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게 되는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오미 클라인이 이 책에서 말하는 충격 독트린은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 국가 전체 혹은 하나의 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된 일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자연 재해나 테러, 전쟁 등으로 전국이 충격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사실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식이 더 깊은 공황 상태로 몰아 넣고, 그 동안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기업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이지요. 보통의 상황이라면 강력한 반대를 받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 이지만 대부분의 반대할 사람들이 이러한 충격때문에 정신이 없는 동안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사회를 바꾸어 나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태로 이미 사회가 달라져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뉴올리언즈가 충격에 빠져있을 때 물에 잠겼던 지역의 서민용 공공 주택들을 헐어버리고 일반 건축업자들에게 고급의 주택단지들을 새로 짓게 허가한 것이나 공공 학교 시스템을 없애고 사립 학교들을 도입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쓰나미의 피해로 모든 것을 잃어버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해안가의 주민들을 살던 지역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대규모 휴양 단지가 들어서도록 허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러한 예를 지난 4-50년간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의 배경에 있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에게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에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한시바삐 번역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이 책과 관련한 각 종의 인터뷰 및 리뷰들을 보실 수 있고 이 책에 사용된 각 종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궁금증이 생기는 사람들은 더 자세한 정보를 이곳을 통해  찾아 볼 수 있지요. 인터넷의 시대에 책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에서 말하는 충격 요법을 지금 우리의 상황에 대입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최근에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는 실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가하는 장치의 하나가 아닐까요? 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는 과연 그 정도로 큰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이없는 발언들이 있고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운하를 만들려고 하는지 조차 의심이 갑니다. 경제성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것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역시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민 대대수의 관심이 운하로 쏠리도록 몇 몇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람'을 잡고 있는 동안 실제 자신들이 원하는 다른 일들을 큰 주목받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추진하는 이들이 혹시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부합되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제도와 법률을 고쳐놓은 어느 날,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한다면 운하를 만들지 않겠다." 고 선언을 하겠지요. 그리고는 좋아하는 국민들을 보며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잘 살펴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에 대항해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이 책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바로 '정보(information)' 가 그러한 충격 독트린에 대응하는 우리의 무기라고 주장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소수의 몇 몇이 전체 사회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도록 바꾸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를 개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혁명가라고 부르던 선각자라고 부르던 분명 지도자가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개혁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언제나 질문을 하며 제대로 된 정보를 찾는 의식있는 대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록 생활 속에 파묻힌  그 대중의 목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을지라도 그 목소리들이 합쳐지는 순간이 오면 사회는 분명 달라집니다.

강력한 충격을 주는 것 이 외에도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또  혼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의식이 언제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그대로 믿지 말고 언제나 의심하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며 그렇게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한 한 국가를 몇 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대로 이끌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많은 분들의 중요성도 바로 이런 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의심나는 일을 파헤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재를 하고 글을 올리는 사람도 훌륭하고 그 글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고 토론을 하는 사람들도 훌륭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는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습니다.

* 아래에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다큐먼터리를 올려 봅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많은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by Clio | 2008/01/08 16:19 | 책소개 | 트랙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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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파란딸기 at 2008/01/09 18:03

제목 : 노 로고, 나오미 클라인
나오미 클라인-충격 독트린; 재난 자본주의의 등장노 로고를 번역본(랜덤하우스코리아)을 구하지 못해, 교보에선가 할인판매를 할 때 원서를 구해다가 대략 요점을 훑었던 바 있는데, 새 책이 번역되고 있다고 하네...게다가 요점 정리도 되어 있다! 캬캬캬...노 로고의 경우, 절판되었고, 구하기 힘들다는데 굳이 사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대 산업과 자본과 기업, 소비주의의 만연 등의 사회적 배경 속에 개인이 독립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이란 없......more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at 2008/01/10 18:19

제목 : 부자친구가 생각하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단상
서울특별시의 시민으로써 안전한 중산층으로 진입한 친구집에서 집들이겸 일년에 한번 만나게 되는 여고동창생 모임을 하게 되어 전국구로 퍼져있는 친한 벗이 1박2일 일정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정겨운 밤(1월7일)입니다. 실평수 70평이라는 빌라의 내부에는 TV드라마에서나 볼수 있었던 벽난로가 있는 집으로 친구가 산다는 것이 너무 좋았으며, 또한 그 벽난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을 정도로 저는 흥분되었습니다.(촌티 빈티 팍팍냈습니다^^) "우와~......more

Commented by 키오쿠 at 2008/01/08 16:33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네요. 어서 빨리 번역본이 나왔으면 합니다. ^^ 그나저나 정말 섬뜩하군요-_-;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눈에 불을 켜야할 때이겠지요?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1/08 16:42
저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어울렁증에 영어만 보면 딸꾹질이... 번역본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소년병에 관한 글도 여기 포스트에서 처음 보았는데, 얼마전에 번역본을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08 16:55
더 무서운 건 단순히 겁만 주려는 원래 시도에서 벗어나, 지배계층마저 휩쓸리는 경우이죠.
(한반도 대운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8/01/08 18:4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땅에서 고문이 없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항상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잘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太虛 at 2008/01/08 21:17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글이네요. 어서 번역되어 나와 많은 사람이 읽어보았으면 합니다(물론 저도요; 영어는...우우ㅠㅠ)
Commented by 지나다가 at 2008/01/09 05:08
어느 출판사인지는 모르지만, 번역을 위한 판권 확보까지는 끝난 것으로 압니다. 번역이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내에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군요.
Commented by Clio at 2008/01/09 11:49
키오쿠 님 / 눈에 불을 키고 제대로 살피는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이 제대로 된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빛의제일 님 / 맞습니다. 한국 사람한테는 국어가 제일 편하지요. 비록 미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책을 읽고 있을 때면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요... 곧 번역이 되겠지요.

marlowe 님/ 정말 걱정입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빈센트 님 / 감사합니다. 빈센트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太虛 님 / 세상 일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수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곧 번역이 될겁니다.

지나다가 님 / 그렇군요.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파란딸기 at 2008/01/09 17:51
노 로고에 이어 또다른 책이 나왔군요. 덕분에 좋은 신간 정보 얻어갑니다...! 번역본이 6개월만에 나온다니 꼭 잡아야겠어요.
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8/01/09 23:52
언제나 깨어있어야 해요.
언제나.
Commented by Clio at 2008/01/10 07:55
파란딸기 님 / 오랫 만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이 책 나오면 꼭 잡으십시오.

총천연색 님 / 중요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커피를 입에 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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