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센터에 생긴 도서관
도서관에 관한 신문 기사들을 구글 뉴스 알리미를 통해 받아 보다가 반가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의 한 대형 할인점 지하에 어린이 도서관을 건립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도서관 건립에 대한 뉴스이기에 반갑기도 했지만 기사에서 언급된 지역이 미국에 오기 전까지 제가 살던 동네라 더욱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어린이 도서관 건립 부지를 찾던 수성구에서는 대형 할인점의 비어있는 지하 창고를 발견하고 업체를 설득한 결과 그 곳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었고 결국 그 공간에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인점으로서는 도서관을 건물 내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었을 것이고 수성구로서는 도서관 건축비를 아끼는 일이었겠지요. 이러한 도서관이 생기자 지역의 주부들과 아이들은 크게 환영했다고 합니다. 쇼핑을 왔다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갈 수도 있고 또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엄마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요. 쇼핑 센터와 도서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기사에서는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쇼핑 몰에 만들어진 도서관은 지난 1980년대 부터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존재해 왔습니다. 도서관 건립 장소비를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도서관을 이용자들에게 더욱 가까운 장소로 만들기 위한 도서관 종사자들의 노력과 도서관을 쇼핑 몰안에 불러옴으로써 더 많은 고객들이 쇼핑 몰을 찾게 하려는 업계의 의도가 합쳐지면서 상당한 수의 쇼핑 몰 도서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설치하는 쇼핑 몰의 운영자들은 다른 점포들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도서관 공간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도서관을 쇼핑 몰의 깊은 곳에 건립하여 도서관을 찾아 쇼핑 몰에 오는 인구들이 하나라도 더 많은 판매점들을 거쳐가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많은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쇼핑 몰 내에 서점이 있는 경우도 도서관의 존재를 환영한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은 또 그 만큼 책을 더 많이 구입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도서관에서 이러한 쇼핑 몰 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이 있는 곳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쇼핑 몰에 건립한 도서관이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일반인들에게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홍보 창구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희망이 있어서입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과 건물이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서관을 하나의 고급 문화 공간으로 생각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간주해서 도서관 출입을 꺼리는 일반인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지요그래서 이처럼 도서관을 멀리하는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쇼핑몰에 도서관을 만들고 그들에게 도서관의 맛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지요.

즉, 쇼핑 몰에서 누구나 쉽게 들어가서 물건을 둘러보고 구입하는 각 종 소매점처럼 도서관 역시 누구나 들어와서 필요한 책이나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서비스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쇼핑 몰 도서관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도서관'을 발견한 사람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정식 도서관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쇼핑 몰 도서관은 좀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식을 하기도 하고 커피 등의 음료수를 즐기며 책을 보는 것을 허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아울러 대형 화면을 설치하여 각 종 뉴스와 정보를 시시각각으로 제공하거나 어린이용 도서 뿐만 아니라 성인용 도서들도 많이 보유하여 성인 이용자들도 찾게 만들고 있습니다. 단행본과 잡지 및 신문은 물론이고 인터넷이 이용 가능한 다수의 컴퓨터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찾는 인구가 그 만큼 많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그 유동 인구를 쇼핑 몰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상황과 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쇼핑 센터에 도서관이 건립됨으로써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날 거라는 예상은 우리 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도서관이 있다면 쇼핑을 싫어하시는 많은 아버지들도 가족과 함께 쇼핑몰에 와서 가족들이 쇼핑을 즐길 동안 도서관에서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 쇼핑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배우자가 쇼핑을 하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을 공부방으로 생각하는 우리 실정에서 쇼핑몰에 도서관을 설치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록 이런 시도를 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 늘 존재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쇼핑몰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 중심가 한 가운데에 도서관을 세울 수 있다면 그것도 고려해 보아야합니다. 물론 비싼 중심가에 도서관을 운영할 만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결코 도서관이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의미에서라도 이런 시도는 계속해서 해 보아야 합니다.

아울러 한 가지 생각할 것은 이처럼 쇼핑몰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정식 도서관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쇼핑몰에 존재하는 도서관은 언제든지 쇼핑몰을 소유하고 있는 업체의 생각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시설입니다. 만일 더 높은 경제적인 이익을 약속하는 다른 업체가 도서관이 들어와 있는 공간을 요구할 경우 업체에서는 언제든지 도서관과의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잘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을 닫은 예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도서관 건립과 관련된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쇼핑몰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을 가지고 정식 도서관을 건립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도서관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쇼핑몰에 건립된 도서관은 제대로 된 정식  도서관 시설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쇼핑몰 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의 처음에 소개한 기사를 보면 도서관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구청 직원과 자원 봉사자들이라고 하더군요. 그 분들의 노력을 폄회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운영하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서들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비치하고 그 책을 빌려주기만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층을 감안하여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결정하고 그것들을 제대로 정리 및 배열하는 것 그리고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알맞는 책을 권해주거나 정보를 찾는 그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있는 능력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서들이 잘 할 수 있는일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입니다만 한국에서는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사서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만큼 사서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국가에서 인정한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지방 기관들은 그런 전문인들을 전문인답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도서관을 많이 건립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건립된 도서관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그 전문가들에게 도서관 운영을 맡기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도서관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신 대구시 수성구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우실 때 정식 사서 채용 문제도 고려해 보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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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o | 2008/01/15 09:23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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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귀냄이의 BrainAge at 2008/01/15 22:15

제목 : 제대로된 도서관 좀 지어주세요
쇼핑 센터에 생긴 도서관공공시설을 이런 좋은 아이디어로 확충한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그런데...실상 시군구에 하나씩있는 공공도서관들의 상황은 어떤가요?저는 서울에 살기 때문에 그나마 좋은 도서관들이 있습니다.... 라고 할수 없습니다.공립도서관중 2000년 이후로 10만권이 넘는 도서관은 딱 하나 지여졌다면 믿으시겠습니까?서울의 교육청산하 도서관중 가장작은 도서관이 코딱지만한 구로도서관의 9만 7000권입니다.실제로 가보시면 무지막지하......more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15 09:55
몇몇 지하철 구내에서는 지하철 문고를 볼 수 있습니다.
뜻은 좋지만, '자율'에 의존하다 보니 제 때 책이 반납되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도 안 보는 낡은 책과 잡지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더 예산을 배정하고, 전문인력을 고용해서 지하철 문고를 운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반드시 지하철 역마다 공간을 설치할 필요 없이, 출발역에서 책을 빌려 읽은 다음 도착역에 반납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SilverRuin at 2008/01/15 11:18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본문 처음에 언급된 수성구의 도서관에 박수를 보냅니다. 도서관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면, 소위 '제대로된' 도서관도 많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하류방랑자 at 2008/01/15 12:52
'정부나 지방 기관들은 그런 전문인들을 전문인답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한마디가 가슴을 찌르르하게 하는군요. 정부와 지방 기관의 협조가 제일 절실하죠. 대학과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나아갈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대구 사는 데, 한번 가봐야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Commented by 뇌광청춘 at 2008/01/15 13:59
.. 엄마야. 이마트 시지점이면 우리동네에서 20분 거린데(...)
Commented at 2008/01/15 18: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까웅 at 2008/01/15 20:07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시도가 제도적으로 더욱 뒷받침이 되어서 잘 운영되기를 바래봅니다^^
Commented by ogion at 2008/01/15 22:37
서울의 은마아파트 상가에도 대치도서관이라고 있습니다. 대치역에서 나와서 몇십미터만 걸어가면 있는 곳이지요. 이곳은 꽤 오래된 걸로 기억합니다. 같은 건물 안에 우체국도 있고 병원도 있지요.
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8/01/15 22:57
좋은 시스템으로 발전 되었으면 해요. ㅎ_ㅎ
Commented by 은비뫼 at 2008/01/16 00:34
말씀처럼 제대로 된 도서관이 생기기를 빕니다. 또 문화공간으로의 기능도 함께하는 즐거운 도서관도 많아지길 바라고요. 이름뿐인 도서관인 지하철 도서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8/01/16 09:03
marlowe 님 /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거지요. 물론 이용하시는 분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책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지하철 역끼리 연결하는 시스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SilverRuin 님 / 도서관 맛을 보여주는 일종의 미끼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이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미끼가 되겠지요. 물론 중요한 것은 말씀하신 것 처럼 제대로 된 정식 도서관입니다.

하류방랑자 님 / 좀더 그런 시도들이 많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요즘 대구는 어떤지 궁금하군요.

뇌광청춘 님 / 동네사람을 만났습니다. 이거...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요. 제가 떠날 무렵에는 한참 월드컵 경기장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비공개 ㅂ 님 / 어쩌지요. 아마 이글루 시스템이 배달사고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아깝네요. 저는 읽어보지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까웅 님 / 저 역시 그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해서 꾸준하게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ogion 님 / 그렇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한 건물 안에 그런 시설들이 같이 있으면 사람들이 도서관을 훨씬 쉽게 찾을 수도 있겠군요. 나중에 저도 한 번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총천연색 님 / 동감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은비뫼 님 /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그런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단지 책만 빌려 오는 곳이 아니라 동네의 문화 행사가 열리고 또 동네 사람들이 같이 모여 중요한 일을 의논하기도 하는 그런 곳 말입니다.
Commented by pilgrim at 2008/01/16 15:21
지하철역사 건물에 구립도서관이 있어서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도쿄) 전철 정기권을 끊으면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타도 추가로 차비를 안 무니, 그 근처에 살지는 않지만 전철 타고 오다 가다 들르기가 좋아요. 쇼핑몰에 도서관이 있다니 신선하네요.
Commented by Clio at 2008/01/17 09:55
pilgrim 님 / 그것 괜찮네요. 도서관은 그렇게 사람들 가까이에 있어야 하지요. 그렇게 출퇴근 길에 들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으면 도서 연체할 일은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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