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뉴욕 주 올바니의 겨울은 매우 긴 반면 안타깝게도^^ 대학의 겨울 방학은 참 짧습니다. 방학을 시작한 지가 어저께 같은데 벌써 다음 주면 개강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개강을 하자마자 실시할 몇 건의 도서관 이용자 교육(Bibliographic Instruction)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학기에는 사학과 교수님 한 분과 함께 공동으로 역사학 연구 방법과 원사료 평가에 대한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전에 하던 일반적인 이용자 교육과 함께 좀 더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났습니다.이런 강의들을 통해 저는 역사학과의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에게 도서관의 일반적인 이용법과 함께 역사학 관련 각종 참고 도서들과 온라인 참고 자료들의 이용법, 그리고 특히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원사료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구하고 그것들을 평가하는 방법들에 대한 안내를 합니다. 저 자신이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이라 훨씬 더 자세한 안내를 학생들에게 할 수 있고 또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저 역시 늘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참 즐겁게 준비하는 것이 이 강의입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강의 내용 중에 제가 종전에 크게 언급하지 않았던 사항들을 추가했습니다. 지난 학기까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더 많이 이용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구글이나 위키피디어 그리고기타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자료들에 관한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줄였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입학하는 학생들과 자주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이 점점 달라져서 이제는 더이상 구글이나 위키피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강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과 위키피디어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찾아가는 정보 입수 도구가 되었기 때문에 모두들 나름대로는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요. (물론 정말 그런지는 따져보아야 할 문제입니다만.) 그래서 제가 강의시간에 이야기할 내용은 기본적인 사용법이 아니라 이 도구들을 사용할 때 명심해야 할 주의점들입니다. 아울러 이와 같은 도구의 사용이 일반화 되었다고 전제하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강의하려 합니다. 저는 자주 이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받아들일 때에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안타깝게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의 정보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들이 모두 쓰레기는 아닙니다. 보석같은 정보들도 많이 있지요.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보석같은 정보를 찾는 일은 마치 칼자루도 없고 양 쪽 끝에 모두 시퍼렇게 날이 선 예리한 칼의 한 가운데를 맨 손으로 잡고 물건을 자르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칫하면 자르는 사람의 손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을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날이 워낙 예리하다보니 웬만큼 살을 가르고 들어와도 아픈 줄도 모릅니다. 피가 흐르고 칼 날이 깊숙이 들어와야 손이 베어진 줄 압니다. 이미 그때 쯤이면 손에는 심한 상처가 나있고 치료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이런 위험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최근 미국 뉴저지의 한 지역 교육위원회에서 그 지역 학교 내에 있는 컴퓨터로는 위키피디어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여 관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한 이유는 학생들이 너무 위키피디어에 의존하고 있고 그 곳에 실린 잘못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믿고 또 숙제에 인용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위키피디어를 사용하는 것을 막지는 않되 그것을 리포트에서 참고자료로 인용할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위키피디어에서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위키피디어 대변인은 한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어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개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지만 이것이 권위있는 자료는 아니다. 실제 우리는 학생들이 위키를 통해 찾은 정보를 다른 자료들을 통해 재검토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리포트를 쓰거나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원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방법이 아닌가. 특히 대학교 수준에서 백과 사전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사실 위키피디어의 이러한 장점과 단점은 바로 인터넷의 장,단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된 누구나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보니 그 어떤 백과 사전보다도 빨리 정보가 업데이트됩니다. 그리고 편리한 검색 기능은 단연코 다른 백과 사전들이 따라 올 수 없는 기능입니다. 아울러 위키피디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분들입니다. 비록 영어판에 비해 빈약하기는 하지만 한국어판 위키피디어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시지요. 예를 들어 제 블로그 이웃으로 오랫 동안 온라인으로 알고 지낸 Deutsch 님 같은 분은 위키와 블로그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생산과 공유를 실천하고 계셨고 지금은 한국어 위키를 통해 많은 좋은 정보들을 소개하고 계십니다. ![]() 그런데 과연 위키피디어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이처럼 과거의 수정 사항을 일일이 살펴가면서 그 내용을 평가하고 받아들일까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얼핏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면 그저 현재 이 시점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정보 검색을 멈춥니다. 그런데 그 정보는 내일이면 달라져 있을 수도 있지요. 이러한 양면성을 가진 도구이기 때문에 저는 위키피디어의 접속을 차단한 교육 위원회의 조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막아도 학생들은 자기 집에서 또 위키피디어에 접속을 할 수 있으니 학교에서만 접속을 막는다는 것은 교육 기관으로서 취할 대책이 아니지요. 학교에서는 위키피디어 접속을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잘못된 점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학생들을 교육 해야합니다. 만일 한 학생이 위키피디어에 실린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숙제를 해 왔다면 그 때만큼 교육적인 효과가 큰 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르쳐야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위키피디어의 잘못된 내용을 학생들이 찾아서 수정하게 하는 그런 수업을 한다면 무조건 막는 것 보다 훨씬 더 교육적인 효과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에서 수 백, 수 천의 검색 결과가 나오지만 서너 페이지 이상 넘어가면서 검색 결과들을 보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대분은 한 두 페이지 정도의 검색 결과만을 보고 그 중에 관심이 가는 페이지가 있으면 가보지요. 그러나 그렇게 처음 한 두 페이지에 나오는 검색 결과들이 뒤에 나올 검색 결과들에 비해 자신이 찾는 정보와 더 관련이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서비스를 마치 정보의 보고인 양 이용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입니다. 그들에게 인터넷과 그곳에서 발견하는 정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말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혹시 인터넷에 자신이 찾는 모든 것이 다 있고 만일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정보가 있다면 지식인에 물어보면 누군가가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자기가 잘 모르는 정보를 남이 가르쳐 준다는 것만으로 그 정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큰 영향을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마치 정글 속처럼 수많은 위험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곳입니다. 그 속을 제대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눈을 크게 뜨고 하나하나 살펴가며 전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 학기에 이런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습니다. "절대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지도 않고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가 진실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여러분들의 건전한 상식과 비판적인 사고 뿐입니다." * 인터넷 상의 정보들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올린 글을 한 번 참고해보십시오. 시간이 좀 흐른 글이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까지 유효합니다. ** 이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들과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Nate Anderson, Banning Wikipedia at school: good idea or missed opportunity ? from ars technica Lynn Olanoff, School officials unite in banning Wikipedia, Seattle Times Newspaper, 2007.11.21 Scott Jaschik, A Stand Against Wikipedia :: Inside Higher Ed, 2007.1.26 Flickr creative common http://nelsonbiagiojr.wordpress.com/2007/03/page/2/ http://www.archin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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