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가 세르비아계 민병대에 의해서 포위되고 매일 같이 사람들이 저격수들의 총에 맞아 쓰러져갈 때 케말 바카르식(Kemal Bakarsic)이라는 사서가 사라예보에 있었습니다. 그는 사라예보에 있던 보스니아 헤르제고비나 국립박물관 안에 있던 도서관의 주임 사서로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도시가 포위되고 매일같이 포탄이 날아드는 것을 본 그는 당장 자신의 도서관과 박물관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도서관 직원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책과 박물관의 유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온 도시에 가득 찼고 종이를 태운 재가 눈처럼 거리에 내렸다고 합니다. 불에 타 까맣게 변해 날아다니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종이를 받아 보면 흑백 필름처럼 검은 종이에 하얗게 변한 글씨를 읽을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에 얹혀 있던 종이는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지더랍니다. 자신의 손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는 책들을 본 케말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이렇게 타 버린 120만 권 이상의 책들 중에는 몇 백 년동안 보관되어 오던 중세의 필사본들과 아랍어와 터키어로 씌여진 중세 이슬람교 신학 서적 등 발칸 반도에 진출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문화를 알려주는 귀중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만행을 통해 세르비아계 민병대들이 노린 것은 사람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기록을 없애버리려 한 것이지요. 실제 국립 도서관 뿐만 아니라 사라예보에 있던 다른 도서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은 며칠 전에 독일군 대령 한 분이 오셔서 그 책을 요구하길래 이미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