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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더비스가 미라에게 베풀었던 선행은 미라가 세상을 떠난 이듬 해인 1999년이 되어서야 정말 미라가 원했던 방법으로 보답을 받게 되는데요.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글 사이 사이에 '사라예보 하가다'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소개해 봅니다. 성서 중에서 특히 구약의 이야기들을 읽어 보신 분들은 그림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겁니다.>
![]() ![]() ![]() ![]() 그것은 바로 '사라에보 하가다'를 지켜낸 더비스나 케말이 유태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두 사람은 모두 이슬람 교도들이었습니다. 특히 더비스는 아주 종교적인 집안에서 자라났고 스스로도 이슬람교 신학에 정통한 사람이었습니다. 터키와 파리에서 이슬람 교리를 공부하고 이슬람 율법을 가르치기도 한 사람이었지요. 그런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태인들의 책을 지키고 위기에 처한 유태인의 목숨을 구한 것입니다. 이 글의 처음에 소개한 제랄딘 브룩스의 소설 제목은 '책의 사람(People of the Book)'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알 알키탑(Ahl al- Kitâb),이라는 아랍어를 번역한 말이기도 한데요, 이 말은 "신성한 책을 따르는 사람들(Followers of the Holy Books)"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슬람교의 교리에 따르면 최후의 예언자인 마호메트가 세상에 오기 이 전에도 아브라함이나 이사야 같은 많은 예언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신의 말씀을 접한 유태인들이나 기독교인들도 결국 이슬람교와 같은 신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들이라 보고 이들을 "신성한 책을 따르는 사람들(Followers of the Holy Books)"이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에서도 이들 "신성한 책을 따르는 사람들(Followers of the Holy Books)"의 믿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관용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슬람교도들과는 차별을 했지만 이들 기독교도와 유태인들 역시 자신들의 종교 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지요. 이것이 언제나 지켜진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어느 정도의 관용은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슬람교도들과 기독교도 그리고 유태인들이 어울려 살던 14세기의 스페인에서 유태인들의 기도서인 '사라예보 하가다'가 만들어질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을 물리치고 강력한 기독교 국가를 세운 이사벨라 여왕은 1492년에 유태인들을 스페인에서 추방하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 때 추방된 유태인들은 유럽 각지를 떠돌다가 일부는 유고슬라비아 지역에까지 이르게 되지요. 하지만 여러 종교의 다양한 인종들이 큰 충돌 없이 지내던 1990년대 이전까지의 유고슬라비아는 '사라예보 하가다'가 보존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더비스와 같은 독실한 이슬람 교도가 목숨을 걸어가며 그 책을 지킬 수 있었겠지요. 그렇게 본다면 '사라예보 하가다'는 지난 수 백년간 인간들이 저지른 수 많은 어리석은 증오를 모두 목격한 증인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말 없이 관용과 이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여기서 이제 마지막으로 제가 최근에 경험한 일과 이 책을 간단히 연결시키며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두어 달 전에 우연한 기회로 이스라엘 출신의 야스민 레비(Yasmin Levi) 라는 가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의 플라멩고와 아랍의 전통 음악이 섞인 듯한 아주 특이한 음악을 들려주던 가수였는데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분명 아랍어는 아니었고 스페인어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면서 스페인어는 아닌 듯한 그런 묘한 언어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좀 더 찾아 보다가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노랫말은 라디노(Ladino)라는 언어이고 그것은 현재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언어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바로 스페인에서 '사라예보 하가다'를 만든 유태인들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지요. 15세기 말에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태인들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발칸 반도와 터키에까지 퍼져서 살았는데 이들을 가리켜 '셰파디 유태인(Sephardi Jews)' 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던 언어인 라디노는 고대 히브리어와 라틴어, 그리이스어, 그리고 프랑스어 등이 다양하에 섞인 언어라고 합니다. 아래에 야스민 레비의 노래 중 한 곡을 올려 봅니다."Nani Nani" 라는 제목의 이 노래의 영어 번역을 보니 아마 자장가 인 듯 합니다. 몇 주전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잠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모든 것을 잊고 노래에 빠져들었던 아주 '위험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mesmerize" 라는 영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영어를 써서... 그런데 그 당시로는 달리 표현할 말을 못 찾겠더군요. 이거 .... 책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군요.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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