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에 저희 도서관에서 한 가지 콘테스트를 열었습니다. 도서관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의 한 가지로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주제로 만든 짧은 비디오 작품을 공모했었지요. "도서관에서 가장 멋진 것이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 작품을 제출받아서 그 중 한 작품을 뽑아 오늘 마침내 시상식을 했습니다. 상을 받은 작품은 마침 저희 학교에 교환 학생으로 온 일본 학생이 만든 작품이었는데 그 안에서 사용된 음악까지 직접 작곡, 연주하는 실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가 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결국 낭패를 당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짧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늘 시상식에서 이 일본 학생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는 책벌레 타입은 아니지만 도서관에 들어서서 책장 사이를 거니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수 천년 동안 쌓인 지혜의 창고 속을 산책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 만으로도 상을 주어야 한다고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이 농담처럼 말했었습니다.
잠시 찾아 봤더니 벌써 몇 달전에 이 작품을 유튜브에 올려 두었더군요. 그래서 이 곳에서 한 번 소개해 봅니다.
공감이 가네요. 저도 A라는 책을 빌리러 갔다가 B,C,D를 빌려 와서는 그 중 보통 두세권만 읽고 반납하길 반복해요. 한 때 서고 공사로 대출되었다 반납한 책들을 따로 진열했었는데, 남들이 봤던 책들을 보면 알지 못했던 새롭고 재미있는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알고요.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을 느끼죠.
Commented by 애독자 at 2008/04/24 11:17
제겐 오래전 얘기지만 대학교 입학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도서관의 모든 책이 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무척 설레네요. 지금은 구립 도서관이 제게 그런 기쁨을 주는 존재지요. :-)
매일 몰래 포스팅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다가 오늘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덧글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도서관이 너무 좋아요. 지금 휴학하고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중인데, 매일 점심시간과 일 끝난 오후 시간에 도서관에 들려서 저 주인공처럼 책을 골라요. 막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칸을 골라서 쏙 들어간 다음 눈을 감고 손에 짚히는 책을 고르는 거에요. 딱 취향인 책이 걸리면 앗싸 럭키★인거고, 아니라면 음, 새로운 장을 열어보는 거지요.^^ 도서관을 걸으면, 울적했다가도 신이 나고, 힘들고 괴롭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나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참 좋아하는 건, 오래된 책과 새 책이 제각각 내뿜는 독특한 잉크향이에요. // 참,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해외 도서관에서는 필요한 책이 있으면 사서(앉아 계시던 분. 맞나요?)분께 먼저 여쭤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어디있는지 그냥 물어보는 거였나요?;
은현 님 / 저 역시 일하다가 머리가 아프면 잠시 서가로 올라가서 산책을 합니다. 서가에 있는 책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꺼내서 읽기도 한답니다.
이안。. 님 / 그런 책 속에서 예전에 읽었던 사람들이 끼워놓은 노트를 발견할 때면 정말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몇 십 년 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상상해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지요. 대신 책에 밑줄 긋고 낙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애독자 님 / 맞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들은 바로 이용자 여러분들의 책이지요. 그리고 그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은 다시 여러분들의 머리 속에서 평생 남아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재산이 되는 거지요.
키르난 님 / 비록 어깨는 아파도 그 책들을 읽다 보면 어깨 아픈 것 정도는 쉽게 잊을실 거라 생각합니다.
지양 님 / 도서관으로 가는 봄 나들이라 ... 그거 참 괜찮네요.
섬연라라 님 / 조금이라도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더 홍보하려는 방법의 한 가지였지요. 한국의 도서관에서도 충분히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ryante 님 /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주세요.
더스터 님 / 잉크향도 있고 또 종이 냄새도 있지요. 20세기에 만들어진 산성지에서 나오는 가스가 좋지 않다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만 그 냄새가 웬지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 반드시 사서에게 물어보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이 책 제목을 알고 목록을 찾아 청구 기호를 안다면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물어서는 않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도서관의 참고 봉사대에 계시는 사서들은 이용자를 돕기 위해 거기에 계시니까요.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을 모르더라도 어떤 주제에 대한 책이 필요한데 찾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할 수 있지요. ... 비디오에 나온 장면은 사실 참고 봉사대의 사서가 아니고 대출대에서 일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참고 봉사대에 와서 촬영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더니 촬영한 시간이 늦은 저녁이라 참고 봉사대는 벌써 닫았었다고 하더군요.
太虛 님 / 동감입니다.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요.^^
딮 님 / 직접 심사위원들로부터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사람들이 잊고 있는 책의 중요성, 책읽기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 수상의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그게 도서관에서 제일 멋지고 신나는 일이지요.
자그니 님/ 글을 읽으며 혼자 웃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많거든요. 그리고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면 그 책을 검색한 사람들이 본 다른 책들도 화면에 같이 나타나는데 아마 자그니 님이나 제가 한 그런 경험을 마케팅에 이용한게 아닌가 싶어요.
James 님 / 의외로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말입니다. 이유가 뭘 까요? 남들이 보았다는 점이 더 호기심을 생기게 하는 것일까요? 아니며 그 책들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보았고 결국 나도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비공개 k 님 / 일반적으로는 pre-shelving area 라는 곳을 거쳐 청구 기호에 따라 한 번 분류를 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책을 서가에 다시 배치하지요. 순서에 맞게 책을 배치하는 일도 훈련이 필요한 일이라 실제 서가에 가면 한 번 뽑아서 읽은 책은 서가가 아니라 근처에 있는 Book Box 에 놓아달라고 일반 이용자들에게 부탁합니다. 나중에 제대로 교육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다시 서가의 제자리로 책을 옮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 한 번 잘 못 꽂힌 책을 다시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