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사라진 대영도서관 열람실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전문 연구자들이나 유명 저술가들에게만 개방을 하던 대영도서관 열람실을 일반인들과 학생들에게 개방한 결과 열람실이 소란해졌고 정작 도서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대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다가 한 대목에 이르러 잠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열람실 이용자 대다수는 취직 준비에 나선 대학생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 회사원, 청소년 등이었다" 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대영도서관 열람실에 "취직 준비에 나선 대학생" 이라...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지요. 그래서 이 기사에서 인용한 뉴욕 타임즈 기사와 뉴욕 타임즈에서 인용한 영국의 타임즈 기사까지 뒤져 보았지만 "취직 준비에 나선 대학생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 회사원, 청소년" 이라는 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image by docpi) 어떻게 해서 그런 대목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사에서 도서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엿보이는 것같아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기사를 찾아 보면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더 의미있는 중요한 내용들이 제대로 옮겨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영도서관을 전문가들에게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열람실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소란함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도서관 측에서는 현재의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영국 타임즈의 기사에서는 도서관의 이용자 수에 따라 도서관 고위 직원들에게 보너스가 지급된다는 점을 기사의 마지막에서 지적하고 있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보너스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도서관 개방 정책을 고수하려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서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대영도서관의 대변인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존재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구 활동을 합니다. 노트에 참고 사항을 옮겨 적는 것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하고 웹을 검색하기도 합니다." 결국 도서관은 그렇게 변화한 이용자들에게 맞추어간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변화는 대영도서관만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한국대학신문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미국의 대학 도서관들이 좀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도서관을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도서관 안에 까페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 대학 도서관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Information Common"의 배경에는 정보의 제공자로서 도서관이 해 오던 역할과 최신 IT 기술을 하나로 엮어 학생들의 연구와 학습을 지원한다는 목적이있습니다. 이 시설을 설계할 때 늘 고려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 방식인데 학생들이 그룹으로 공부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것을 선호함에 따라 책상이나 의자를 고정시키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듭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남들에게 큰 방해가 되지 않는한 서로 자유롭게 토론을 하며 자신들이 할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개중에는 공부와 관계 없는 잡담을 하는 학생들도 생기지요. 이 학생들이 내는 소음이 주위 사람들을 방해할 정도로 커지면 사서들이 가서 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부탁합니다.(image by Brian Nielsen) ![]() 예를 들어 세금과 같은 공공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학 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대학이라면 대학 도서관의 주이용층인 학생들과는 차이를 두어야겠지만 그래도 지역의 이용자들에게 개방을 해야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영도서관이 열람실을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타당한 조치라 생각합니다. 대신 대영도서관이 가진 막대한 전문 자료들과 그 자료들을 이용하려는 전문가들에 대한 고려 역시 해야겠지요. 따로이 그런 연구자들을 위한 이용자 카드를 만들고 그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구와 열람석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대신 그런 특별한 대우를 받는 '전문가'들은 그럴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하겠지요.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많은 이용자들에게 도서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책에도 소중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도서관들은 앞다투어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안에 까페를 마련하는 것도 도서관을 출입하는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도서관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러다보면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는 물건과 도서관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고급의 정보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바램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비슷한 이유에서 강의실을 도서관 안에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온 이용자들은 전통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었던 책과 최신의 정보 통신 기술이 접합된 공간에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이야기한 것입니다만 이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image by feastoffools) 도서관은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인류가 축적한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제대로 안전하게 보존하는 수호자로서의 일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가지의 모습은 그렇게 모은 정보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의 모습으로서 전자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두 가지의 상반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기관이 도서관입니다.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도서관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만 어느 한 쪽에만 치중할 수 없는 것이 도서관의 임무이면서 고민이기도 합니다. 적절하게 두가지 역할에 균형을 맞추어가며 도서관을 꾸려나가는 일이 중요할텐데 과연 여러분 주위에 있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입니까? 수호자인가요 아니면 안내자인가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독서실 관리자'는 아닙니다.대영도서관에 대한 신문 기사 때문에 제 포스팅 계획이 조금 달라졌습니다만 다음 포스팅에서는 도서관을 통해 어떻게 정보를 찾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Flickr: Creative Commons 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제가 잘못 이용하고 있던 Creative Common 이미지들에 대해 지적해 주신 mindfree 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지요. " CCL이 적용된 이미지를 사용하실 때에는 해당 이미지의 CC라이선스 조건이 뭐든지 간에 '저작자 표시'는 해주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개별 이미지 아래에 해당 사진 촬영자의 아이디를 적어주셔야 올바른 이용법이 됩니다. 물론 아이디와 함께 개별 사진으로링크를 걸어주면 더 멋지겠지요. " ** 아래에는 뉴욕 타임즈와 타임즈의 기사 원문 링크입니다.
***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길래 사족으로 몇 가지 덧붙입니다. 한글 기사에서 '소설' 이라고 언급된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마리 앙트와네트"는 소설이 아니고 마리 앙트와네트에 대한 전기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현대문학에서 번역판을 출판했습니다. 출판사의 홈페이지에도 프랑스 문학(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지만 픽션은 아닙니다. (표지 그림은 현대문학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그리고 안토니아 프레이저가 말했다고 친절하게 따옴표까지 쳐서 옮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열람실에 들어갈 수 있고, 열람실 안에서도 온갖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저술은 커녕 책 읽기조차 힘들다."라는 말의 타임즈 원문은 이러합니다. “I had to queue for 20 minutes to get in, in freezing weather. Then I queued to leave my coat for 20 minutes [at the compulsory check-in]. Then half an hour to get my books and another 15 minutes to get my coat. I’m told it’s due to students having access now. Why can’t they go to their university libraries?” 그리고 그것을 뉴욕 타임즈가 옮길 때에는 아래와 같이 옮겼습니다. paraphrase 는 이렇게 하는 것이겠지요. " The article described how the author Lady Antonia Fraser had been obliged to wait for 20 minutes in freezing weather just to enter the building, and another 20 minutes to leave her coat at the mandatory check-in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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