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니의 봄 도서관 이야기

한국에 봄이 온 지가 벌써 언제인데 이제서야 봄 타령을 하는가 싶으시겠지요. 제가 사는 이 곳 올바니에는 이제 봄이 한창입니다. 아직까지도 아침 저녁으로는 10도 아래로까지 기온이 내려가지만 낮에는 평균 15-20도로 아주 쾌적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곳 올바니의 연례 봄 행사인 튤립 축제가 있었습니다. 도시의 중간에 있는 공원(Washington Park)을 튤립으로 장식하고 여러 가지 봄맞이 행사를 했습니다. 튤립 아가씨도 뽑았지요. 튤립이라는 꽃에서 연상되는 나라가 네덜란드인 것처럼 올바니는 네덜란드와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image by mountain visions)

이곳에 유럽인들이 처음 도착한 것은 1609년의 일이었습니다. 영국의 탐험가인 헨리 허드슨(Henry Hudson)이 '반달(Half Moon)'이라는 배를 타고 뉴욕 시티에서부터 강을 거슬러 북쪽으로 올라왔지요.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찾으려 했다고 하는데 올바니의 북쪽에서 강이 갈라지는 부분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헨리 허드슨이 올라왔던 그 강은 그의 이름을 따서 허드슨 강이 되었고 그의 배가 올라왔다가 돌아간 그 지역은 지금도  Half Moon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돌아간 그 지점에서 허드슨 강에 합쳐지는 또 다른 강을 모호크(Mahawk) 강 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하여 한국에 알려진 "이리 운하(Erie Canal)" 가 시작되는 부분이 바로 이곳이기도 하지요.

헨리 허드슨이 지나가고 난 몇 년 후인
1614년에 인디언들과 모피 교역을 하기 위해 네덜란드 인들이 이곳에 찾아와 작은 요새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부터 올바니의 역사가 시작되었지요. 그 후 1664년에 그 요새와 인근의 거주지가 영국인들에게 넘어가면서 올바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호크 강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이 곳에는 많은 인디언들이 살았고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모히칸 족의 최후"라는 제임스 쿠퍼의 작품이 바로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것이지요.  어쨌던 도시를 처음 건설한 사람들이 네덜란드 인들이라서인지 이 도시에는 네덜란드 풍의 건물도 많이 있고 튜립 축제라는 것도 그것과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말 한 마디 하러 역사 이야기를 길게 했군요. 전공은 속일 수가 없나 봅니다.^^ (image by mountain visions)
저는 오늘 낮에 교내의 다른 건물에서 있었던 회의에 참석하느라 도서관 밖에 나갔다가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봄이 온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날씨를 보고서 딱딱한 회의에 참석하러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싫었지만 회의를 마치고 다시 도서관 건물로 들어오기는 더 싫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 년 이렇게 올바니에 봄이 온 것을 몸으로 느낄 때 쯤이면 봄 학기가 끝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번 학기도 내일이면 끝입니다. 3주 전부터 기말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24시간개방하고 있는데 그것이 끝나는 날이 내일입니다. 정말 오랫 만에 도서관 문이 닫히는 것이지요. 학생들은 24시간 개방하는도서관을 정말 반깁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지 않은 문제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지난 학기에 도서관 한 쪽의 공간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이 후부터 서서히 그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새로운 걱정 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서들이 아무도 근무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도 도서관이 열려 있다 보니 요즘 아침에 출근을 하면 도서관 곳곳에서 보이는 쓰레기들이 마치 간 밤에 '야식테러'가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학생들의 인테리어 디자인 센스 덕분에 도서관 곳 곳에 있는 가구들이 위치 이동을 한 흔적이 보여 또 다른 고민거리입니다. 최대한 학생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하지만 통로를 막고 있는 책상은 허용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지요.

그래서 올 해부터는 적어도 낮 시간 만이라도 사서들이 도서관 순찰을 돌기로 하고 매 시간 "사서 순찰대^^"가 도서관을 순회하면서 살핍니다. 혹시 음식을 먹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친절'하게 음식이 허용된 구역으로 가던지 아니면 음식을 치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위치를 이동한 가구가 있으면 다시 원위치 시키기도 합니다. 아직 원기 왕성한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학생들이라서일까요? 도서관의 한 쪽 구석에 있던 큰 소파 의자를 반대편 구석으로 옮겨 놓는 일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는 일부러 쉽게 못 움직이도록 두 개씩 짝을 맞추어 용접해 버린 무거운 책상들조차도 레고 블록을 쌓듯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놓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한 구석에 그 책상들을 이용해서 아예 작은 사무실을  만들어 두었더군요. 나이 지긋한 사서들이 이 책상과 의자들을 원위치시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용자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할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하고있습니다.
어쨌든 내일이면 학기가 끝이 나고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리고 나면 학교는 한 동안 조용해 질 겁니다. 아침에 주차장도 한 결  여유가 있을 거구요. 그런데 저는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여름 방학 동안 서너 군데의 컨퍼런스에 참가해야 하고  다음 학기를 위한 몇 가지 프로젝트가 벌써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 학기에 있을 몇 몇 강의에 초청 강사로 나가게 되어 그 준비도 해야하고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이 있으니 방학이 되어도 여전히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으니 참 좋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젊지도 않은 마음에 봄 바람이 잔뜩 들고 있습니다. ^^  한국은 이미 초여름이겠지요? 다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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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zar 2008/05/15 12:40 # 답글

    Clio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보고 있는 '도서관전쟁'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더군요..^^;
    그곳은 이제 봄인가 보군요.. 한국은 진작부터 초여름이었습니다만 이제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 나아가는자 2008/05/15 12:52 # 답글

    좋은 글 읽고 갑니다. 훈훈한 봄바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실^^
  • 더스터 2008/05/15 13:09 # 답글

    Clio님의 도서관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저도 마음이 봄 바람에 흠뻑 젖어듭니다. 바쁜 여름을 위해서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 marlowe 2008/05/15 13:17 # 답글

    이용자들의 편의를 어느 정도까지 봐줘야 할 지 모호하군요.
    (적어도 자기가 움직인 건 원상태로 돌려놔야 하는 데....)
  • 풀잎열매 2008/05/15 13:19 # 답글

    꽤나 힘좋은 사람들이군요;;; 그걸 다 움직여가며 쓰다니;;;
  • stonevirus 2008/05/15 14:20 # 답글

    흐음 24시간 개방이라면 장서 도난이나 불청객 방문에 대한 대처는 어떤식으로 하시는지요?
  • 에바 2008/05/15 16:51 # 답글

    야식테러..창의성..어딜 가나 학생들은 비슷하군요. 많이 웃었습니다.
  • julia 2008/05/15 19:44 # 답글

    24시간 개방이라..부럽네요. 한국 아직 아침,저녁으론 춥습니다~ 덕분에 전 '감기테러' 사태진압에 나섰지요;;
  • 보노보노T 2008/05/15 21:20 # 답글

    초여름은 초여름인데, 며칠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요~ 햇살은 따끈한데... ^^ 오랜만에 왔다 갑니다~^^
  • 케야르캐쳐 2008/05/16 00:10 # 답글

    clio님의 튤립 사진도 기대했는데. 없으니 좀 아쉽네요. ^^; 일이 바쁘고 고된 날일수록 일 밖의 세상은 아름답기만 한것이 참 잔인한 것 같습니다.
  • Clio 2008/05/16 06:18 # 답글

    Mizar 님 / 말씀해주신 애니메이션을 찾아 보니 상당히 흥미롭군요. ... 이곳과 한국의 계절은 두어달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 짧지요. 저는 그게 좋습니다만..

    나아가는자 님 / 감사합니다. 나아가는자 님께서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더스터 님 / 너무 바람이 들면 안될텐데 말입니다. 건강하십시오.

    marlowe 님 / 대부분은 그렇게 하는데 어디나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지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집태우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말입니다.

    풀잎열매 님/ 한 창 힘이 남아 돌 때니까요. 문제는 뒷처리를 하는 사람들은 이제 힘이 모자라기 시작하는 나이에 다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이지요. ^^

    stonevirus 님 / 새벽 3시까지는 공식적으로 도서관 직원이 근무를 합니다. 당연히 대출 반납도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그 후에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학교 경찰이 와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답니다.

    에바 님 /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하지요. 그러면서도 KFC 큰 바구니와 학교 근처 피자리아의 라지 사이즈 피자 통이 같이 쓰레기 통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잊습니다.

    julia 님 / 저런 건강 조심하십시오. 이제 한국에도 곧 기말이 다가오지요. 좋은 마무리 하시기 빕니다.

    보노보노T 님 / 오랫 만에 뵙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5월이 되면 늘 대학가에서 벌어지던 축제가 생각이 납니다.

    케야르캐쳐 님 / 실은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제 카메라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올려 드릴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쨌든 케야르캐쳐 님 덕분에 카메라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서랍 속에 들어있었을 건데 말입니다. ^^ 지금 수리 중인데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은혈의륜 2008/05/16 06:56 # 답글

    올바니 사시는군요 'ㅅ' 잘하면 대학을 거기로 갈뻔햇지요.
  • signifie 2008/05/16 09:57 # 답글

    며칠 전 서울을 벗어나 양평, 양수리 부근을 들렀었어요. 서울을 벗어나 근교로만 나가도 푸르른 자연이 무방비로 널려 있지요. 아쉬운 건 지천으로 있던 봄꽃나무들이 벌써 시든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있었다는 거지요.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 한국의 봄도 잠깐이지요. 그래서 더 아쉬운가 봅니다.
  • Clio 2008/05/16 10:57 # 답글

    은혈의륜 님 / 그러셨군요. 잘하면 직접 얼굴을 뵐 기회도 있을 뻔 했습니다.

    signifie 님 / 최영미님의 시를 읽으며 예전에 듣던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를 떠올렸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에서도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라는 부분이 있지요. 어릴 적 제 고향에도 동백꽃이 참 많았기 때문에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꽃을 두고 보지 못 하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 동백꽃을 따서 꽃봉우리 아래 부분을 빨아먹곤 했습니다. 달콤한 액이 나오거든요. ..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점점 더 봄 바람이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리느시아 2008/05/16 13:21 # 답글

    Albany에도 봄이..^^! 저희동네 여기저기에도 봄꽃이 만개했습니다. 한창 더 이쁠때에는 Final이라 정신없어서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끝날때즈음되니 눈에 들어오는군요.

    제가 사는곳이 타팬지브릿지 주변인데, 간만에 공원에 나가서 꽃도보고, 어스름저녁에 불들어오는 타팬지를 보니 참 강바람 좋더군요. 그래도 아직 여름이라하기엔 바람자체는 싸한것 같습니다.^^
    전 추위에 극도로 약해서 길디 긴 뉴욕의 겨울이 좀 원망스러운데, 여름오는 신호가 사실 좀 반가운 요즘입니다.
  • kristine 2008/05/16 14:21 # 답글

    그런데 학생들이 사라지면 웬지 텅빈것 같다거나 그런 느낌 없으세요?? 제가 오래전에 캐나다에서 교환학생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리딩브레이크때 브레이크는 안하고 리딩을 한적이 있었어요. 그때 도서관이 단축운영을 하고 저는 공부를 했는데 도서관에 아마 정말 소수의 사람과 도서관 직원 외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 학생들이 없으니까 참 적막하더라고요.
  • Clio 2008/05/17 06:21 # 답글

    리느시아 님 /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 사시는 군요.^^ 저와 일하고 있는 동료 중의 한 사람은 올바니에서도 두어시간 북쪽에 있는 포트 타이콘데로거(Fort Ticonderoga) 근처가 고향입니다. 문자 그래도 Upstate New York 출신이지요. 한 번은 이 친구가 뉴욕 시티에 갔더니 타팬지브릿지 북쪽은 전부 Upstate 로 간주하고 시골 취급을 하더라면서 말도 않되는 소리라고 흥분을 하더군요. 자기가 보기에는 타팬지브릿지는 뉴욕 시티나 마찬가지라면서 말입니다. 그 친구 기준에는 올바니도 Down State 지요. ... 몇 번이나 타팬지브릿지 를 건넜지만 늘 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야 비로소 낮에 그 다리를 건너면서 정말 풍경이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kristine 님 / 그런 느낌도 있지요. 이번 주말이면 학생들은 완전히 떠날 것이고 다음 주부터는 도서관에서 늘 작동하고 있는 난방용 팬도 가동을 멈춥니다. 여름 준비를 위해서 매년 5월 말이면 2 주 정도 동작을 멈추는데 그 때는 정말 적막합니다. It really sounds like library.^^
  • pollen 2008/08/17 13:33 # 삭제 답글

    ^^ 우리 도서관에서와 비슷한 상황이 그곳에서도 벌어지는 모양이네요. 정말 혈기왕성한 학생들의 '힘'은 대단한 것이지요!
  • Clio 2008/08/18 10:46 #

    24시간 감시하지 않는 다음에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습니다. 뒤따라다니며 정리하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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