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콜레라 시대의 사랑
'백 년동안의 고독' 이라는 작품으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가르리엘 마르께즈는 그로부터 3년 후인 1985년  한 편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El Amor en los Tiempos del Colera)"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소개된 이 책을 읽어 보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이어지며 한 명의 여성과 그녀에 대한 사랑을 50년 이상이나 간직하며 살아온 한 남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계시는 분들, 앞으로 사랑에 빠져 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누구든지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한 번 읽어 보신다면 사랑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늘 그렇지만 문학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영화와 문학 작품을 비교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의 경우 그저 영화로서만 봅니다. 어차피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이 받는 느낌 역시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문학 작품에 비해 영화가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영화만으로 두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참 재미있는 영화이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흥미롭게 본 것은 쟁쟁한 출연진들이었습니다. 주인공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의사 우르비노 역에는 브렛 벤자민(
Benjamin Bratt)이 출연을 했고 여자 주인공인 페르미나 역은 이탈리아의 여배우 지오반나 메조조르노(Giovanna Mezzogiorno)가 맡았습니다. 그래서 출연진 모두가 스페인 억양으로 영어를 하는데 페르미나의 억양은 좀 다르더군요. 제가 듣기로는 이탈리아 억양이었습니다.

한 여성을 50여년이나 사랑하던 남자 주인공인 플로렌티노 역을 맡은 두 명의 배우 중 특히 성인 플로렌티노의 역을 맡은 배우는 얼마 전 국내에 개봉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소름끼칠정도로 무표정한 킬러 역할을 하던 스페인의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이었습니다. 과연 대배우는 이래서 다르구나 하는 것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연기였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하게 사랑에 빠져 고통받고 또 기뻐하는 연기를 과연 이처럼 제대로 해 낼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플로렌티노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다 몬테네그로(Fernanda Montenegro)는 1998년에 "중앙역(Centrale do Brasil)"이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배우지요.
이런 쟁쟁한 배우들이 모여 가르리엘 마르께즈의 고국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은 영화로서 대단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러브스토리도 그렇지만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유머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의 아름다운 강과 산이 화면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들려오는 한 여가수의 주제 음악들이 매우 인상깊었는데요. 목소리를 들으며 누굴까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 그 가수가 샤키라(Shakira) 라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물론 그녀가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가수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감상적인 노래를 잘 할 줄은 몰랐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이 영화 음악에 참여한 것은 이 작품의 원작자인
가르리엘 마르께즈의 부탁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가르리엘 마르께즈와 샤키라는 모두 콜롬비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르리엘 마르께즈는 샤키라의 음악을 아주 좋아하고 그녀의 음악성을 극찬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 되는데 샤키라가 그 영화에서 노래를 불러주기 바랐고 결국 샤키라는 세 곡의 노래를 이 영화 속에서 부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영화의 주제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악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콜롬비아의 풍경과 샤키라의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표현할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였고 또 음악이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만일 개봉된다면 한 번 꼭 보십시오. 그리고 미리 책을 읽어보고 가셔도 좋고 영화를 보시고 난 후 책을 다시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혹시 연인들끼리 이 영화를 보러 가실 때에는 특히 남자 분들의 경우 가능하다면 책을 미리 읽어 보시고 영화가 끝난 후 여성 분이 '당연히' 하시게 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두십시오. ... 이러니까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지요? ^^

아래에는 영화 중에 삽입되었던 샤키라의 음악, Despedida를 영화 장면과 함께 연결합니다. 이 외에도 영화에 삽입된 
Hay AmoresPienso en Ti 라는 두 곡의 노래들도 참 좋습니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국내 번역판을 출판한 민음사의 홈페이지와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by Clio | 2008/05/26 11:07 | 음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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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8/05/26 11:57
소설, 몹시 징그러워하면서 보았는데(그런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 징그럽더라구요), 영화 꼭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Clio at 2008/05/28 07:13
정말 '징그러운 사랑'이지요. 소설을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영화를 보십시오. 실망하실 지도 모르니까요.
Commented by 오뎅사리 at 2008/05/26 20:34
흠. 재미있을것 같군요. 한번 책부터 사다 읽고 개봉을 기다려야겠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8/05/28 07:14
저 역시 책부터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국내 개봉이 좀 늦은 것 같습니다. 벌써 DVD 까지 출시되었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주디톡 at 2008/05/26 22:12
몇년전 절판이었던 책을 어렵게 구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길고 장황한 마르께스식 사랑. 영화로도 보고 싶군요.^^
Commented by Clio at 2008/05/28 07:16
최근 스페인어 원본에서 번역한 새 판이 나왔더군요. ... "길고 장황한 마르께스식 사랑" 어쩌면 그게 19세기적인 낭만이랄까요? 주인공인 플로렌티노가 소설에서 한 말들이 그대로 영화에 옮겨진 것도 있습니다. 재미있게 즐기실 수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Signifie at 2008/05/28 21:41
저도 영화와 책은 서로 다른 서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상 방법도 다르겠지요. 영화에서는 화면 너머를 보고 책에서는 행간을 읽고... 둘 다 쉽지 않겠지요.
'노인을 위한 ~ '에서의 그 머리모습, 눈에 선합니다. 코헨의 유머와 비꼼을 자막없이 이해하려면 도대체 어째야 합니까... 자막에 눈 놀리지 않으려고 화면 반쪽만 보다가 어느새 포기하게 되더군요.
'중앙역'을 본 게 벌써 10년 전인가요? 내용과 몇몇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나고 잔잔한 감동도 있었던 것 같은데 배우 얼굴이 기억나질 않네요. 이젠 영화를 본 후 즉시 감동을 기록해야 하는 나이인가 봐요. 흑흑.
Commented by Clio at 2008/05/29 09:43
코헨 형제의 유머와 비꼼을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 미국 사람들 중에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지요. 제가 보기에 Signifie 님께는 단지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오시면 잘 해 나가실 것 같아요. ... 나이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입니다. 저는 24살 이후 나이를 잊어먹었습니다.^^
Commented by julia at 2008/05/29 11:10
얼마전에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한 '씨인사이드'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clio님도 시간되시면 한 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안락사에 대해 다룬 스페인영화입니다. 그런데 이영화는 한국에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할까요....;;DVD가 출시되었단 말씀은 미국에서 출시되었다는 말씀이시겠죠?
Commented by Clio at 2008/05/29 12:20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이렇게 추천해 주시니 꼭 봐야겠습니다. ... 예, 미국에서 출시가 되었지요. 아마존 등을 통해 구입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유니나 at 2008/10/29 09:53
안녕하세요? 우연히 흘러 흘러 여기까지 들어오게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제가 살고있는 나라 이탈리아에 대해 많이 알고계시는 분의 블로그이더군요. 참 유익하고 흥미로운 소재와 주제를 많이 올리셔서 재미나게 읽다 갑니다. 자취를 남기고 가는 것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가는 곳의 주인장에 대한 작은 보답이될 것같아 몇자 적습니다. 이태리 음악도 많이 아시고 독해도 직접하시나본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이 영화는 유튜브에 이탈리아어 더빙버전으로 "L'amore ai tempi del colera" 라고 올라있더군요. 덕분에 잘 쉬었다 갑니다. 아마도 또 들를 것 같네요.
Commented by Clio at 2008/10/29 11:02
반갑습니다. 이탈리아에 계시는 군요. 그저 오래 전에 이탈리아에 잠시 살았던 것을 밑천으로 겁없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주저말고 지적해 주십시오. ....덕분에 " La piu' grande storia d'amore mai raccontata."라고 시작하는 이탈리아어 예고편을 보았습니다. 늘 더빙을 하는 이탈리아 영화들이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나중에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들리더군요. .... 페르미나 역을 맡은 조반나 메조조르노가 이탈리아 출신이다보니 이 영화는 이탈리아에서도 관심있게 보았을 것 같습니다. 자주 놀러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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