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작은도서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많은 분들이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예로 이용하십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빌게이츠는 오늘 날 자신을 만든 것은 동네의 '작은 공공 도서관' 이었고 책 읽는 습관은 하버드 대학의 졸업장 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하지요. 과연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찾아 보았지만 원문을 발견하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나 설사 그런 말이 없었더라고 하더라도 그가 말한 도서관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아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빌게이츠가 말한 동네의 '작은 공공' 도서관이 얼마나 '작은지' 한 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빌게이츠가 이용했음직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좌측의 이미지는 Wikimedia Commons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2007년 출판된 빌게이츠의 전기에 따르면 빌은 1955년 미국 서부의 씨애틀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가 살았던 곳은 씨애틀의 북동부지역인 뷰릿지(ViewRidge)와 로렐허스트(Laurelhurst) 지역이라고 합니다. 특히 뷰릿지 지역에 살던 시절에 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주최한 여름 독서 컨테스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인근에는 어떤 도서관이 있을까요? 요즘 한국에서 건설되고 있는 것과 같은 '작은도서관'들은 찾을 수 없었지만 씨애틀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씨애틀 공공 도서관 에는 최근 지어진 아름다운 본관과 함께 26개의 분관이 있습니다. 그 중 북동 분관(North East Branch)과 대학 분관(University Branch)이 게이츠가 살았던 지역 근처에 있습니다.
두 도서관 모두 각 각 1945년과 1910년에 건설되어 빌이 어린 시절에도 도서관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이 두 도서관 중 특히 북동 분관이 뷰릿지 지역에 더 가까이 있어서 이 도서관에 대해 자세한 정보을 찾아보았습니다. 지난 2003년에 약 500만 달러를 들여 도서관 건물을 확장한 이 도서관의 소장 장서라던가 기타 세세한 정보를 당장에 알 수는 없었지만 씨애틀 공공 도서관 시스템 전체의 통계 자료를 토대로 대략 추정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씨애틀 공공 도서관 시스템의 2006년 통계를 보면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수는 220만권이 넘습니다.(2,273,440) 그 중약 절 반에 해당하는 백 만권이 약간 넘는 책이 본관에 소장되어 있고 다른 26개의 분관에 나누어 소장된 도서는 약 118만권이 됩니다.(1,179,755) 이것을 26개의 분관으로 나누어 보면 각 도서관마다 4만 5천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 되지요. 그리고 699명의 도서관 직원들을 중 얼마나 많은 수가 본관에 근무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10-15명은 각 분관에서 근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6년 한 해 동안 씨애틀 공공 도서관에서 도서 및 자료 구입을 위해 사용한 돈이 $4,519,814 인데 그것을 27개의 도서관으로 나누면 도서관 마다 $167,400 정도가자료 구입비로 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본관의 자료 구입을 위해 쓰인 돈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서 2006년 한 해에 씨애틀 공공 도서관 시스템에서 새로이 구입한 책이 155,862 권이고 72,973 건의 음악 CD와 오디오북 그리고 DVD 등을 구입했다고 합니다.(우측의 이미지는 씨애틀 공공 도서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런 수치를 통해 본다면 빌게이츠가 말한 동네의 공공 도서관은 결코 '작은 도서관'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들 분관들은 본관과 잘 연결되어 상호대차를 비롯한 각 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더더욱 '작은' 도서관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준에서 본다면 큰 도서관이지요.(참고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지난 2000년 인구 조사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씨애틀의 인구는 563.374 명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글에서도 몇 분이 말씀해 주셨지만 이렇게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관건입니다. 결코 도서관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계속해서 돈을 쏟아 부어야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도서관 건설도 건설이지만 기존에 있는 도서관이라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큰 문제라 할 수 있지요. 과연 미국의 공공 도서관들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을까요? 미국에 있는 수 많은 공공 도서관들은 각 지역에 따라 조금 씩 다른 방식으로 운영이 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지방 자치 단체에서 주민들에게 징수하는 지방세가 수입의 큰 몫을 차지 합니다. 소유하고 있는 집이나 건물 등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교육세가 바로 그것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교육세 안에 도서관을 위한 세금을 따로 책정하여 부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올바니 인근의 길더랜드 읍(Town ofGuilderland)의 예를 한 번 보겠습니다.
길더랜드는 올바니 시와 연결된 교외의 주거 지역으로서 2005년 기준으로 34,570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6년 통계에 따르면 가구 당 평균 소득이 $68,472 에 달하는 소득 수준이 매우 높은 곳으로서 이 곳에는 지난 1957년에 처음 생긴 한 곳의 공공 도서관이 있습니다. 현재 13만 여권의 장서와 약 3만 점의 CD, DVD, VHS 등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2007/2008년 도서관운영 예산이 280만 달러가 넘고 그 중 33만 5천 달러가 자료 구입에 투자되었습니다.
이 도서관의 운영은 주민들 중에서 선거로 뽑힌 11명의 도서관 운영 위위회가 도서관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합니다. 물론 이 운영위원회에서 임명하는 관장이 30여명의 직원들을 이끌고 도서관 업무를 수행하지만 예산을 비롯한 중요한 결정은 매 달 모이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최근 이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운영 예산과 관련하여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20만 달러 정도가 증액된 내년 예산이 편성되면서 주민들에게 징수하는 도서관 세금의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러한 세금 인상에 대해 전체 주민 투표를 하였고 찬성 65%, 반대 35%로 증액된 예산이 통과되었습니다. 그 결과 집이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은 내년에는 주택 가격의 0.095%의 도서관 세금을 내야합니다. 종전까지는 0.089% 였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길더랜드 도서관이 속해 있는 Upper Hudson Library System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세금 징수가 한국의 실정에서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당장 이렇게 해야 한다고 드리는 말씀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각 지방 자치 단체와 정부에서 집행하고 있는 예산을 조금만 더 현명하게 운용한다면 도서관에 대해 충분하지는 않아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지않을까요?
최근 보도를 보니 교육부에서 제대로 출처도 밝히지 않고 집행한 예산이 1조 천 억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각 지방 자치단체마다 무분별하게 단체장의 생색내기용으로 개최하는 축제 및 체육 행사 수도 많다고 하더군요. 그러한 예산 낭비 사례를 줄이고 또 체계적으로 필요한 곳에 현명하게 예산을 투입한다면 도서관에 대한 지원 역시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요?




덧글
자연풍선생 2008/05/29 12:16 # 답글
우리나라사람들은 지방자치세에서 도서관 관리비를 올려서 걷겠다고 하면 다들 들고 일어나 데모라도 할거라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리네요...
Clio 2008/05/29 12:22 #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는 말씀드리지 못 하겠습니다. 대신 기존의 예산이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도서관이 정말 필요한 시설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심어 주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이오냥 2008/05/29 13:08 #
송파구에 송파도서관이 생긴 것이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는데 송파 도서관 +곰두리 체육관 옆에는 중학교가 하나 있습니다.건립 당시 그 중학교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그 중학교에 재학중인 동생을 둔 친구에게 들었어요.
건물 그림자 때문에 운동장에 그늘이 생겨서 물이 잘 안빠지고 등등등 신빙성이 의심되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라서 흘려 들었지만 도서관을 반기지 않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송파도서관의 최대 수혜자는 길 하나 건너면 구립 도서관이 있는 그 중학교 학생들이 아니겠어요.
신간 들여오는 속도는 느리지만 매달 열심히 신간을 구입해놓고
일반열람실(독서실)을 조금 줄이고 그만큼 서가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딱 한 번 보여준 송파도서관을 좋아합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4층만 일반 열람실로 남겨놓고 2, 3층 전층을 서가와 열람대로 했으면 좋겠지만요. 너무나 요원한 일이에요.
그런데 어쩌면 도서관이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다수가 독서실로 이용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Clio 2008/05/31 09:35 #
이오냥 님 / 여전히 도서관과 독서실을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열람실을 줄이는 노력은 정말 대단히 단단한 마음을 먹지 않고는 힘든일이지요. ...아예 도서관관는 별개로 시립 혹은 구립 독서실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Mh_Kāśyapa 2008/05/29 12:57 # 답글
대운하 추진조의 예산은 어디서 만든 것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2008/05/29 12:5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lio 2008/05/31 09:37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 역시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권을 가진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라면 선거로 뽑히게 될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당연히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점 달라지리라 희망해 봅니다.
에이왁스 2008/05/29 14:31 # 답글
열람실 위주의 도서관은 이제 그만...보도블럭 교체비용이 아까울뿐입니다.
Clio 2008/05/31 09:38 #
동감입니다.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운영하고 또 도서관답게 제대로 사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LaJune 2008/05/29 14:33 # 답글
말하자면 전체 규모에 비해 분점인지라 '작은' 도서관인거군요. 후....
Clio 2008/05/31 09:39 #
상대적인거지요. 실제 '작다(Small)'는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풀잎열매 2008/05/29 15:15 # 답글
'작다'라는 말이 참 미묘하군요;;;;그러고 보니 대학에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큰 도서관에서 있을법한 자료를 찾으면 없는데, 미국의 작은 도서관에서 '이건 없겠지' 싶었던 자료가 수두룩하다고요...;;;;
julia 2008/05/29 20:34 #
저도 교수님께 같은 말을 들을 적이 있는데... 혹시...^^;;;;
Clio 2008/05/31 09:41 #
혹시 두 분께서 오프라인에서 서로 알고 계시는 분들일지요... ^^ 오래된 공공 도서관들을 보면 종종 정말 보석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도서관에서 책을 방출하는 북 세일을 하면 고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아예 북세일 첫날은 입장료를 받고 '서적상'들에게만 오픈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키르난 2008/05/30 09:50 # 답글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작다는 거로군요.학교 내에 생기는 도서관에 대해서 학교관리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여러차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처의 초등학교 부지 안에 생긴 공공도서관도, 세울 때 학교관리자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서 진행이 늦어졌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학교 내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생길 이차저차한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속내는 알 수 없는거죠.;
Clio 2008/05/31 09:42 #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원칙만 세우고 있다면 그것에 맞추어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구들장군 2008/05/31 22:19 # 삭제 답글
주민들의 투표로 세금인상이 결정됬다... 인상적이군요.우리나라같으면 지방의회나 국회에서 정해질텐데, 주민투표가 아니라서 더 쉬울수도 있고, 표걱정때문에 더 어려울 수도 있겠군요.
제 아버님께서 관련된 분야에 계십니다. 예전에 도서관과 주민문제로 낭패를 겪으셨었죠.
간단히 말씀드리면, 시내 모처에 공유지가 있고, 거기 무허가판자촌이 있습니다. 넉넉치 못하니 공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사는거죠.그런데 모 건설회사에서 그 공유지에 눈독을 들이고, 아파트를 짓기 위해 매입을 시도했습니다.
아버님과 동료분들이 검토해보니, 그 부근에 도서관이 없었다더군요.
당시 도서관 설립계획이 잡혀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때 공유지 팔고 나중에 다시 땅 사서 도서관 세우면 예산이 몇배가 깨지게 되어있었다더군요.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건설회사에서 판자촌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지금 이 땅 우리가 사서 아파트를 지으면, 당신들에게 딱지가 하나씩 나온다고. 판자촌 주민 입장에선 하늘에서 아파트딱지가 하나씩 떨어지는데, 그걸 아버님과 동료들이 날려버린 것 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처음에 탄원서 넣고 그러더니, 안되자 일보시는 관청에 가서 시위하기 시작했고, 그래도 안되자 저희 집까지 와서 시위하더군요. 사정모르는 저희 동네 사람들은 저희 아버지를 어떻게 봤을까요.
저희 식구 앞에선 아무 말 없었지만, "아니 도대체 뭘 얼마나 해먹었으면 저 가난한 사람들이 집앞까지 와서 시위를 하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제 아버님 계신 자리는 사람들이 보면 부정부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립니다).
그당시,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사방이 다 돈이었다'라고. 손만 내밀면 되는 것이었죠. 그냥 적당히 챙기고 땅 팔았으면, 아무일 없었을겁니다. 나중에 도서관 세울때 예산이야 몇배 깨지겠지만, 그거야 뭐 몇명만 입다물면 누가 아는 것도 아니죠.
어찌보면 도서관과는 별 관계도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냥 떠들어봤습니다.-_-;;
다시 예산문제로 돌아오면, 복권에 희망을 걸어야 할 듯 합니다. 제 모교 운동장도 복권 수익금으로 우레탄트렉깔았더군요. 아마 복권수익중에 일부를 돌릴 수 있다면 꽤 도움이 될 듯 합니다.
Clio 2008/06/03 06:23 #
구들장군님의 아버님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그나마 우리 나라가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소신있는 분들이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MDonkey 2008/06/01 09:08 # 답글
어렸을 때 게이츠는 읽는 것을 좋아해서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읽어나갔다고 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r 인가 s ㄴ가까지 읽었다고 하더군요.
Clio 2008/06/03 06:23 #
예.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 잘못 꽂힌 책들을 취미삼아 찾아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좀 다르긴 다르지요?^^
아크몬드 2008/06/02 23:26 # 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
Clio 2008/06/03 06:24 #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Memory 2009/10/18 12:44 # 삭제 답글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Clio 2009/10/18 14:44 #
천만에요. ^^ 도움이 되었다면 제가 기쁜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