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도 역사가가 될 수 있습니다.- e 하루 616
다음세대재단의 후원으로 벌써 3년째 해오고 있는 e하루 616 행사가 올 해에도 오는 6월 16일에 열립니다. 이 행사는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터넷 상의 자료들을 미래의 세대들을 위해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1년 중에 단 하루, 6월 16일만이라도 그 날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보존하려는 행사입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인터넷과 디지털 자료의 보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새롭게하려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년 이런 행사를 주관하시는 다음세대재단의 담당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싶습니다. 이 행사를 소개하면서 최근의 촛불시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시위와 촛불 행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디지털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등사한 유인물들을 거리에 뿌리던 이 전과 달리 90% 이상은 디지털을 통해 문서나 자료가 만들어지고 또 그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의 형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50년 혹은 100년 후의 역사가가 2008년 대한민국에서 광우병과 관련하여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연구를 할 때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이러한 디지털 자료들은 중요한 사료가 될 것입니다.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관련하여 자료 보존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어떤 특정한 단체나 지도자가 있어서 조직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일이라면 그들의 공식적인 기록이나 문서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의 생각을 모으고 또 행동하게 만드는 많은 글과 사진들은 그저 평범한 일반인들이 만들어서 자신의 블로그나 각 종 게시판 같은 곳에 올리는 자료들입니다.

기관이나 단체가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만드는 사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그 자료들은 주관적일 수도 있고 전체 사건 중에서 극히 작은 일부의 모습을 기록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 선입견이 개입된 자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공식적인 자료에도 늘 있어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이유로 개인이 만든 자료가 가치가 없는 것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의 자료들, 그리고 큰 사건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작은 모습들까지 기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자료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지요.

과연 이 자료들을 제대로 보존할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일들입니다만 지금부터 보존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 자료들은 쉽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공식 언론과 정부에서 만든 자료를 밖에 없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들도 제대로 보존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소중한 자료들이 사라져버린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들을 기억할 사람들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지금 몇 주째 전국을 달구고 있는 이 열기는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련의 일들을 통해 우리가 배운 소중한 지혜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말하는 다음 세대는 우리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들, 손자, 혹은 증손자의 세대 뿐만 아니라 그들 다음에 올 수 많은 후손들을 포함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음의 아고라나 이글루스의 블로그들 그리고 기타 여러 온라인 업체들의 서버에는 자료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업체들이 50년 혹은 100년 이 후까지도 현재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만들어서 쌓아나가고 있는 자료들이 그 때에도 여전히 남아서 사람들이 읽어 볼 수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안타깝게도 한 개인이 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현재의 정부가 이런 일을 해주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든일이니 다음세대재단과 같은 뜻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라도 먼저 나서서 체계적인 저장 장치과 도구 그리고 세부적인 절차를 만들고 일반인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아카이브의 예로 들 수 있는 것들이 September 11 Digital ArchiveHurricane Digital Memory Bank 라는 두 가지 프로젝트입니다.  전자는 911 사건 이 후, 이 사건과 관련하여 평범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목격담 그리고 사진과 기타 여러 가지 자료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하고 보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Alfred P. Sloan Foundation 의 지원 아래 뉴욕 시립대학(City University of New York Graduate Center) 의 American Social History Project 와 조지 메이슨 대학의 Center for History and New Media 같은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후자  역시 Alfred P. Sloan Foundation 의 지원을 받아 Center for History and New MediaUniversity of New Orleans, 그리고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등이 모여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지나가면 남긴 수많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이 생긴 이야기들과 사라진 모습 등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한 목격담과 사진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우리가 관심깊게 보아야 할 것 중의 한 가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자료를 수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들과 아키비스트 그리고 IT 전문가들이 모여 자료를 제대로 정리하고 보존하고 있으며 그렇게 정리된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의미있게 제대로 정리하여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전통적인 아카이브(Archive)의 역할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긴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역사가 이어지고 또, 한 세대의 지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언젠가 제가 "모든 블로거는 역사가이다" 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조금더 확대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 역시 크던 적던 현재의 기록을 후대에 남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는 이전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과연 7,80년대 어떤 시위에서 지금처럼 많은 사진이 찍히고 또 시위 현장에 대한 이처럼 많은 기록들이 남았겠습니까? 그런데 만일 이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지금이라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역사가와 사서, 그리고 아키비스트와 여러 정보 전문가들이 같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런 일들이 아닐까요? 강단을 지키며 순수한 학문의 길을 걷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전문 지식을 이용해 대중과 같이 호흡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작업들은 결국 후대의 연구자들은 물론 우리 후세들은 위한 기록 즉,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감히 건방지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학자들끼리만 읽는 어려운 논문을 한 편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이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 이어지는 글에서는
e하루 616 행사 그 자체와 관련된 몇 가지 생각을 올려보겠습니다.
by Clio | 2008/06/11 11:21 | 역사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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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6/11 11:33
자료보존이라니까, 이전에 활동하던 몇몇 사이트가 지금은 사라진게 참으로 한이 커요. ㅠㅠ
Commented by Clio at 2008/06/11 12:05
http://www.archive.org/에 가셔서 Wayback Machine 으로 한 번 검색해 보십시오. 그 쪽에서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답니다.
Commented by 루크 at 2008/06/11 18:11
시대를 의미하는 자료 보존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마는,
'이렇게 방대한 것을 언제 다 모으고 어디다 모으고 어떻게 분류하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막막하더군요.
(위에서 언급하셨던 것처럼,)
아날로그적인 기록이 많을 때야 그나마 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요즘처럼 디지털 자료의 위상이 높아진 시대에는 복구가능성도 없어지는 건 아닐지...
염려가 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8/06/12 10:53
자료의 전파와 보관이 쉬운만큼 또 사라지기도 쉬운 것이 디지털 자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암흑시대 혹은 디지털 빙하시대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 당장 저장 장치만 하더라도 이미 종이야 몇 백년 보존이 된다는 것이 실증되었지만 CD 나 DVD 가 과연 얼마 동안이나 자료를 저장하고 있을지 실험을 통한 데이터만 있을 뿐 실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그리고 당장 몇 십년 후에 현재 만들어진 파일을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남아 있을지 그것만 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Commented at 2008/06/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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