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회도서관에서 독도와 관련된 주제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다가 일단 보류한 일에 대해 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처음 인지하고 대사관과 여러 단체에 알려 이 일을 막은 두 분의 한국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특히 그 중의 한 분이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사서라는 이야기를 듣고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장한 일을 하신 두 분에게 박수를 보냅드립니다.의회도서관의 주제어들은 책에 실린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목적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안에는 만들어진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그러한 주제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해 관계와 큰 관련이 없을 경우 그 주제어가 단순한 분류를 위해 이용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낳습니다. 즉, 그 주제어가 분류된 방식에 따라 사실이나 사물을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의회 도서관의 주제어는 백 여년전 처음 만들어진 이래 여러 차례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종 문제와 관련된 주제어들이 그러했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동성애와 관련된 주제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회 도서관에서 주제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SACO (the Subject Authority Component of the PCC)위원회에는 미국 내의 여러 도서관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연중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기존의 주제어를 변경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홈페이지에 가면 새로운 주제어를 제안하거나 변경하는 절차가 안내되어 있고 매 주 새로운 제안들이 게시됩니다. 그런데 최근의 일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주제어와 관련된 사항을 변경할 때에는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의 신청이 있어야 합니다. 또 그러한 신청이 이루어질 때에는 변경 신청과 함께 여러 가지 관련 자료들을 함께 제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도를 리앙쿠르 암이라고 바꾸려 한다면 독도라는 단어보다 리앙쿠르암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첨부해야 하겠지요. 실제 SACO 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제안을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백과 사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참고 자료들을 소개해 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비록 지금은 주제어 변경을 막았지만 나중에 참고 자료들을 갖추어 또 다른 이들이 주제어 변경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러한 '참고 자료'들 중에는 리앙쿠르 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공식 자료들에도 독도 대신에 리앙쿠르 암으로 표기가 되어 있으니 주제어를 변경하려는 사람들로서는 자신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충분한 배경 자료가 있는 셈입니다.
이 문제를 보면서 사실은 그 동안 망설여 왔던 한 가지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고 우리의 주장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미국의 대학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저는 한국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 보내주시는 책을 비롯한 많은 자료들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냉전 기간 동안 미국 정부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펼친 선전 활동, 특히 책과 도서관을 이용한 선전 활동이다 보니 우리 한국 정부가 보내주는 각 종 자료들과 냉전 기간 동안 미국 정부가 했던 활동을 비교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하기가 꺼려졌던 이유는 한국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오늘의 이야기는 그 분들의 노력을 폄훼하거나 비난하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의 노력이 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올리는 글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독도와 관련된 이야기도 그렇고 작년 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요꼬 이야기"와 같은 책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장 일어난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하고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홍보 활동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서는 당장 벌어진 일들을 급하게 수습하는 수비적인 자세가 아니라 제대로된 전략을 가지고 전술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공격해 나가는 매우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해외 홍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이 나고 소련과의 본격적인 냉전 체제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전쟁 동안 운영하던 여러 정부 기관들을 개편합니다. 2차 대전 동안 정보 활동을 담당하던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라는 기관이 CIA로 개편이 된 것이 그 한 예이고 전쟁동안 OWI(Office of War Information)에서 담당하던 각 종 선전 활동은 잠시 국무성에 이관이 되었다가 1953년이되면 대통령 령에 따라 신설된 미국 공보처(USIA, United State Information Agency)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이 기구가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영입된 사람들 중에는 방송과 광고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품을 파는 광고를 기획하고 만들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미국을 파는 광고를 시작한 것이지요. 실제 외교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에 비해 외교 실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했지만 이들은 어떻게 하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전문가들이었지요. 예를 들면 케네디 대통령 시절 미국 공보처를 총괄한 사람은 바로 방송인인 에드 머로우(Ed Murrow)였습니다. 얼마전 조지 클루니가 감독한 Good Night and Good Luck 이 바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였지요.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미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각 종 매체를 동원해 경쟁 상대인 소련 정권의 이미지를 공격했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요. 예를 들어 이 기관의 공식적인 명칭은 USIA 이지만 자신들의 이름 중에서 "IA(Information Agency)"라는 부분이 "CIA(Central Information Agency)" 의 IA를 연상하게 할 수 있고 결국 스파이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해외에서는 USIS(United States Information Service)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한 나라의 이미지를 팔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세심한 그리고 철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채택한 전술 중의 하나는 자신들의 선전 활동을 받아들이는 '청중'들을 철저하게 고려한 눈높이 선전 활동이었습니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 중의 한 가지는 미국을 알리고 미국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이념을 가장 잘 알려주는 책들을 해당 국가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영어를 약간이라도 읽을줄 아는,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런 책들을 축약하고 쉽게 다시 풀어쓴 책들을 펴내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고 국가에 따라서는 적절한 가격을 받고 팔았습니다. 돈을 받고 판매를 한 이유는 무료로 배부했을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선전활동이라는 이미지를 줄 것 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돈을 받더라도 독자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미국 정부의 선전 활동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아울러 직접적인 선전 활동은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부가 개입한 선전 활동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주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여유도 보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조차도 때로는 주의 깊게 선택된 것들이기도 합니다만 최대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선전 활동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연구와 조사를 했습니다. 거의 모든 잇슈에 대해 해외 여론 조사를 해서 그것을 정책 결정의 도구로 삼았고 전시회나 영화 상영이 있고 난 후면 반드시 그런 행사에 참가한 청중들의 반응을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겨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 국민들의 정치 성향이나 의식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도 같이 했는데 서유럽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상대 국가들에 대한 신뢰도와 국제 관계에 대한 여론을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과 소련 중 어느 나라를 가장 신뢰할 수있는지, 만일 미래에 전쟁을 일으킬 만한 나라가 있다면 어떤 나라일지 등등을 물어 보았지요. 결국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선전 활동을 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해외 홍보 활동은 어떨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 이 글에서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Ed Murrow from Wikipedia
- www.millikin.edu/
staley/peeps/ - http://www-tc.pbs.org/pov/borders/2006/i/de_selling_mainpic_new.jpg




덧글
풀잎열매 2008/07/17 11:46 # 답글
치밀하군요.... 한국의 경우 경제적 규모에 비해 너무 취급을 못받는 점으로 봐서 치밀하지 않은 홍보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Clio 2008/07/17 14:10 #
어쩌면 그 말씀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홍보 자체가 아예 부족한 것은 아닌지...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진행형 2008/07/17 11:56 # 답글
독도 일이 스트레스인 것은 이게 한 번에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절대 끝이 보이는 일도 아니어서 겠지요.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꾸준히 해야하는 일인 겁니다.
Clio 2008/07/17 14:11 #
동감입니다. 결코 일회성 행사로 끝낼 일은 아닙니다. 독도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할 일이지요.
marlowe 2008/07/17 12:08 # 답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지요.
Clio 2008/07/17 14:12 #
맞습니다. 하루 아침에 빨리빨리 할 수 없는 일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에서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stonevirus 2008/07/17 15:06 # 답글
그러나 한국은 국정홍보처가 사라져서...-ㅅ-;;;
Clio 2008/07/18 10:37 #
국가이미지를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일을 계기로 당국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07/17 15:5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lio 2008/07/18 10:41 #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전에도 바로 그 단어를 틀리게 써서 고친 일이 있었지요. 그래서 이 번에는 글을 올리면서' 폄훼'라고 써야 된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또 폄훼라고 썼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면서도 폄훼라고 읽었습니다. ... 그러다가 ㅎ 님이 올리신 글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더군요. 또 틀리다니 그리고 그렇게 해놓고도 제대로 읽지도 못 하다니, 아마 이래서 글을 교정할 때에는 여러 사람의 눈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할 수 만 있다면 몇 번이라도 되풀이해서 읽어야 되고 말입니다. ... 틀린 점을 지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2008/07/19 06:3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lio 2008/07/21 10:39 #
아마 그렇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 분 밑에서 일을 배울 수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요. ...많이 바쁘실 것 같더군요. ... 저도 끼워주시니 영광입니다.^^
kc 2008/07/21 13:27 # 삭제 답글
어떤 내용일까... 조마조마 하다가 며칠만에 봅니다.예전 부터 많이 생각했던 내용이지만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가 하고 안타까워하던 내용이군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오타가 하나 있네요. "체체". 아마 체제라고 쓰실려고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Clio 2008/07/22 05:47 #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이런 일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던 일본에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더 큰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리고 오타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경까지 끼고 살펴도 오타가 생기는 군요. 언제쯤이면 오타 제로의 글을 올릴 수 있을지....
김영주 2008/08/01 06:16 # 삭제 답글
주인장님..얼마전 앤도버 한국 콜렉션 건으로 도움을 받은 김영주입니다.
어제 도서관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는데 일단 허락을 받았습니다. 일단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책 모으고, 카탈로깅 할 것이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조언주신대로 레터를 쓰고, 한인들 서명을 받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지역분의 조언을 받아 이걸 이 지역 한인 중고생 모임에서 하는 것으로 해서
메일을 보냈고 현재 중고생들이 3번 모였습니다. 점점 아이들도 많아져서 이 아이들이 앤도버 도서관의 한국 콜렉션을 지원하는 한국미디어 문화 모임으로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은 재미한인 아이들로 시작하지만 한국미디어 문화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면 인종불문 누구라도 조인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29일날 한국에 도착해서 조카로 부터 이 소식을 받았습니다. 이 모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고(...)했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승인이 났다는 메일을 받으니 기쁘네요.
전 1년 동안 비운 집 정리를 하면서 미국으로 보낼 책들을 벌써 한박스 반이나 정리했습니다. 배편으로 부치려고요.. 저에게 아이들 그림책이 좀 있는데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요? 어른 대상 소설, 어른 대상 실용서, 아이들 그림책.. 이런 것 중에서요...
아주 많이 감사드려요. 여러가지 힘든 일이 있었지만 클리오 님처럼 아무 조건없이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도와준 분들이 많이 있어서 힘을 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실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