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지키는 수호자의 얼굴이 그 중 한 가지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들을 돕는 안내자의 얼굴이 또 다른 얼굴입니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되는 역할들을 균형있게 잘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도서관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종종 이 두 가지 역할이 충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빌려간 책을 제때에 반납하지 않는 이용자들 때문입니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책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빌려간 책이 제 때에 반납되어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반납 일자를 정하고 또 반납이 늦어지면 연체료를 받지요. 그런데 종종 이렇게 연체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연체료가 쌓이다 보면 급기야 그것 때문에 책을 아예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종종 몇 십년만에 책을 반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옵니다만 아주 특수한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도서관들마다 장기 연체자들에 대한 조치가 큰 고민입니다.
물론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예입니다만 일부에서는 장기간 연체가 되었을 때 더 이상 도서관에서 반납 독촉을 하지 않고 신용 회수 기관에 자료를 넘겨 연체료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납을 독촉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인력이나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신용 회수 기관에 넘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경우이지요. 이 경우 책을 연체한 이용자의 신용 점수는 아주 큰 타격을 입습니다.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은 책 한 권 때문에 신용 카드나 대출금 그리고 주택 대출 상환금의 이자율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20-30 달러 짜리 책 때문에 입는 피해가 장기적으로 보면 그 몇 십 배에 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일부에서는 훨씬 더 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일부 지역의 공공 도서관에서는 연체료 부과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도 책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 절도로 형사 고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도서관의 연체료를 지방 자치 단체의 벌금과 같이 취급을 하여 납부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구류나 공공 봉사등을 명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제대로 반납하지 않았다고 구류를 시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좀 황당합니다만 실제 일어난 일입니다. 처벌이 가혹하다는 비난이 있지만 어쨌던 법은 법이니까요. 물론 모든 도서관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도서관으로서도 연체자에 대해 그런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이미지를 좋지 않게 만든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책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찾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많은 도서관들이 지역 사회로부터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용자들이 마음껏 연체를 하게 만들 수도 없고, 결국 도서관 운영자는 도서관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균형잡힌 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에 따라갑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출 정책을 보면 본인이 주의만 하면 절대 연체할 일은 없습니다. 대학 도서관이지만 저희들 역시 그와 유사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한 번 예를 들어보지요. 아래는 저희 도서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출 정책입니다.
- 학부생 - 30일동안 한꺼번에 50권까지 대출 가능--대출 연장은 11번까지 가능(최고 1년까지)
- 석사 - 90일동안 한꺼번에 100권까지 대출 가능--대출 연장은 7번까지 가능(최고 2년까지)
- 박사 - 200권까지 대출 가능, 일정한 대출 기간 없이 반납일은 1년에 3번, 9월 30일, 1월 31일, 5월 31일,-- 8번까지 연장 가능(최고 3년까지)
- 교직원- 200권까지 대출 가능--일정한 대출 기간 없이 반납일은 1년에 1번, 4월 30일--3번까지 연장 가능(최고 4년까지)
대출 연장은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연체했을 때에는 책 한 권에 대해 하루에 15센트씩을 연체료로 청구합니다. 연체료는 최고 8달러까지 청구하고 반납일에서 50일이 지나도 반납되지 않은 책은 분실로 간주하고 책을 변상하게 합니다. 하루에 15센트가 얼마 안되는것 같지만 만일 100권의 책을 빌렸다가 며칠 연체를 하면 (15 X 100 X 연체일수) 를 하게 되어 갑자기 수 십달러의 연체료가 나오게 되지요.
그리고 연체료가 10달러가 될 때까지는 별다른 조치가 없지만 10달러가 넘어가면 도서관 이용이 정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강신청이나 각 종 증명서의 발급을 비롯하여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그 사람의 모든 공식 활동이 중지됩니다. 당연히 졸업도 못합니다. 그래서 이 조치가 취해지면 대부분 연체료를 납부합니다. 물론 교직원이라고 특별하게 봐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간혹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압박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도서관 규정 문서를 보여주면 대개는 조용해 집니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연체료에 대해 이의가 있는 사람은 매 달 열리는 연체료 조정 위원회에 나와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고액의 연체료를 분납하기로 약속하고 각 종 제재 조치를 없애주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경우는 책을연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도서관의 너그러운^^ 처분을 부탁하는데요. 이 일은 저희 도서관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도서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요. 이용자들께서 연체를 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종종 사서들의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연체 사유들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그곳에 소개된 몇 몇 이유들을 옮겨봅니다.
- "책을 빌려간 적이 없는데요."--대표적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동생(형, 누나, 언니, 아빠, 엄마 등등)이 내 카드로 책을 빌려가고 잃어버렸어요." 도 있습니다.
- "벌써 반납했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도서관 밖에 있는 반납함에 책을 반납한 경우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외부 반납함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둔 것이지 그곳에 책을 반납했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반납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사람에게 반납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반납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도서관이라면 영수증을 받고 한 동안 보관해 두시는 것이 더욱 안전합니다.
- 반납 일자가 언제인지 잊어버렸어요.
- 책 반납해야 되는 날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어요.
-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았는데 그 차의 트렁크에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 개(고양이)가 물어뜯었어요.
- 책 반납해야 되는 날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갔습니다.
- 책이 도둑맞은 차 안에 들어 있습니다.
- 이혼을 했는데 전 남편(아내)가 책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네요.
- "아들이 책을 가지고 유럽 여행을 떠났어요." -- 종종 도서관에서 빌린 여행 안내서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욕조에 누워 책을 보다가 물에 다 젖어 버렸어요.
간혹 책을 빌려간 이용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서 가족들이 책을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 경우는 비록 연체가 되었더라도 연체료 없이 반납 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뉴욕 시티 인근의 한 도서관에서 이런 경우에도 가족들에게 연체료를 받았다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도서관 운영진들은 가족들이 항의를 하자 직원을 통해 사과하고 연체료 50센트를 돌려주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경험한 이용자 중에는 상당히 귀한 책을 잊어 버렸다고 선처를 부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온 고서였는데 현재 고서 시장에서 제법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책이었지요. 아직 반납 기일이 되지도 않았는데 사무실에 오셔서 책을 잊어버렸다면서 그 책의 현재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 하지 않고 원래 구입가대로 변상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며칠 후 그 책의 시장가격을 이야기하고 책을 빌려준 도서관에서는 그 가격만큼 변상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더니 1시간 만에 사라졌던 책이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저 웃으며 고맙다고 하고 받았지요.
연체료나 "구금"^^ 등의 강력한 처분 외에도 연체된 책들을 돌려받기 위해 도서관에서 하는 조치 중에는 자진 납부 기간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 년 중에 한 두 주일을 연체 도서 자진 반납 기간으로 정하고 그 기간 동안에 반납된 책들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연체료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의외로 이 제도가 효과가 있다고 하는군요. 장기 연체된 책도 돌려받고 또 도서관의 이미지도 높일수 있는 방법으로 간주되어 여러 도서관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 중에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바보이고 그 빌린 책을 다시 돌려주는 사람은 더 바보이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들은 그 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도서관의 책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의 재산입니다. 따라서 도서관의 책을 연체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뺏는 것이 되지요. 물론 사람이니 완벽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한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제때에 반납하십시오. 그리고 혹시 연체료를 내시게 되면 도서관에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기쁘게^^내십시오. 도서관에 따라 다르지만 그 연체료들은 모여서 도서관을 위해 다시 쓰입니다. 자, 한 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그리고 혹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에 반납 기일이 지난 것들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보십시오.
아래에는 도서관의 연체도서와 관련하여 만들어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연결해 봅니다. 링크을 누르시면 플래쉬 무비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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