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은 학교 전체가 분주했었습니다. 그 다음 날인 월요일이 개강일이었기 때문에 기숙사에 입주하는 학생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리바리 이삿짐을 들고 캠퍼스 안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교내 경찰력이 총동원되어 교통 정리에 나섰지요. 보통 학생 한 명에 부모님들과 어린 동생들을 포함한 가족 전체가 따라 오다 보니 학교 안이 사람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기숙사에 자식을 내려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부모님들과 "이제는 해방이다" 라고 큰 소리는 내지 못 해도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걱정하지 말라며 빨리 부모님들을 떠나게 하는 학생 등 학교 안에는 재미있는 풍경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도 특히 떠들석하고 사람들로 가득 찬 건물이 한 곳 있었습니다. 바로 도서관이었지요. 개강을 맞이하여 실시하는 도서관 오픈 하우스 행사가 지난 일요일 오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에서 이 행사를 시작한 것은 이제 4년째를 맞습니다.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과 전학생 그리고 긴 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재학생들에게 도서관의 존재를 알리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사서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행사로서 보통 그 해 2월 정도부터 준비가 시작됩니다. "라이브러리 팔루자(Library Palooza)"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개강 하기 직 전 일요일 오후에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초대하여 도서관의 여러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새로 시작되는 학기 동안 도서관이 학생들에게 더욱 가까운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Palooza 라는 단어는 아직 공식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단어로 알고 있습니다. 파티라는 단어로 번역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파티가 아니라 마치 미친 것처럼 노는 파티라 할 수 있지요.^^)
올 해에 특히 행사가 컸던 이유는 도서관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학생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여러 부서에서 이 행사에 참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서들이 했던 가장 큰 고민 중의 한 가지는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을 절대 빈 손으로 돌려 보내지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오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 느낌을 심어주려 한 것이지요.^^ 도서관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 문제에 관한한 도서관만으로는 참여하는 학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홍보용 각 종 기념품들을 제공할 수 있는 교내의 여러 기관들을 접촉했습니다. 그 결과 구내 서점과 컴퓨터점 그리고 학교 경찰서와 기타 학생 지원 기관에서 자신들을 알리는 정보와 함께 각 종 기념품들을 들고 참여했지요.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도서관 파티가 올 해는 학교 정보 박람회처럼 변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는 것, 바로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도서관에거리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이렇게 한 번 발을 들여놓고 나면 쉽게 다시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사를 통해 사서들과 학생들이 훨씬 친근한 분위기에서 격이 없이 접촉함으로써 학기 동안 그러한 친근함이 유지되기 바라는 뜻도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팔루자의 메인 이벤트 중의 한 가지는 참여하는 학생들 가운데에서 추첨을 하여 아이팟을 비롯한 경품을 주는행사였습니다. 일단 학생들은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추첨표를 받습니다. 그 추첨표에는 스탬프를 찍는 란이 있는데 도서관 곳곳에 설치된 중요 포인트를 돌면서 스탬프를 받아 최종적으로 추첨함에 집어 넣으면 비로소 경품 행사에 참여할 자격을 얻습니다. 스탬프가 하나라도 빠지면 추첨 대상이 되지 못 합니다.
학생들은 이 행사를 통해 도서관 곳곳에 있는 시설들을 자연스럽게 돌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이런 곳도 있었어"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어 각 종 멀티미디어 관련 실습을 할 수 있는 Interactive Media Center 와 같은 곳은 지하에 있어 많은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를 통해 그 곳을 가보게 되고 학기 중에 필요하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아이팟 때문이라도 다들 열심히 도서관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행사에서 찍은 사진들을 몇 장 소개해 봅니다.
학교 안에서 도서관이 가장 시끄러웠던 이유는 바로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학교 방속국의 스피커 때문이었습니다. 캠퍼스 어디에서나 들릴 만큼 크게 음악을 틀어 놓았었지요. 그 앞에서 학교의 마스코트인 다미엔이 춤을 추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마스코트는 아주 덩치가 큰 견종인 그레이트 데인인데 다미엔(Damie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다미엔에게는 릴 디(Lil' D) 라고 불리는 어린 아들도 있는데 이 두 마스코트가 도서관에 출동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도서관 입구에서는 즉석 문신을 새겨주었습니다. 문신의 종류는 한 가지입니다. 마스코트인 다미엔의 발자국이지요. 사진에서 처럼 팔에도 찍고 얼굴에도 찍고 어깨, 등, 허리 등등 여러 곳에 발자국을 찍은 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 준비를 하고 있는 광경입니다. 도서관 마크가 찍힌 플라스틱 머그컵이 준비되었고 음료수와 간식거리도 준비했습니다. 맨 아래 사진에서 컵라면처럼 보이는 것은 일회용 씨리얼입니다. 뚜껑을 열고 우유만 부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올 해 행사에서 특히 신경써서 준비한 것 중의 한 가지는 무료로 책을 나누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봄 학기 내내 사서들과 학교의 교직원들이 기증한 책을 모아 이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오랫 동안 찾던 절판된 책을 발견했다며 좋아하는 학생도 있었지요. "도서관에 오면 무언가 건져갈 수 있다." 이것이 이 행사를 통해 주고 싶었던 메세지였습니다.^^
행사 기간 내내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바로 학교의 마스코트들이었습니다. 행사 분위기를 흥겹게 하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하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또 행사장 내에서도 온갖 재롱을 떨었지요. 도서관에 왔던 학생들은 저마다 이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했습니다. 물론 무거운 탈을 쓰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던 자원봉사자는 행사가 마칠 때 쯤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학교의 여러 학생 지원 부서 중에는 캠퍼스 경찰서도 있었습니다. 특히 음주한 것과 같은 상태로 사물을 보여주는 안경을 가져와 학생들에게 시험해 보게 하여 음주와 관련된 캠페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학교 캠퍼스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학교 공식 행사에서 술을 내 놓아야 할 경우에는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지요.
행사는 대성황이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정말 많은 학생들이 와서 도서관을 구경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념품들도 풍성하게 받아갔지요. 애플 컴퓨터에서 나누어 준 회색 토트백은 저도 하나 받고 싶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나서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계속해서 도서관을 방문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행사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개강한 첫 주 도서관은 정말 분주했습니다. 참고 봉사대에서도 바빴지만 저는 개강한지 나흘 만에 도서관 이용과 관련된 강의를 두 건이나 했습니다. 이제 겨우 목요일인데 벌써 몇 주나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제 개강을 하겠지요. 학교에 돌아가시는 학생들께서는 도서관을 최대한 이용하십시오. 그래서 나날이 오르는 등록금의 본전을 뽑으십시오. 개강 시즌을 맞이하여 지난 해 이 맘때 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에 투고 했던 글을 아래에 링크합니다. 새학기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길 빕니다.
*블로거 Clio님으로부터의 편지 : 도서관을 이용해 보셨습니까? (링크된 글이 로딩 되는 속도가 느린 듯하여 새로운 포스팅으로 글을 올리고 링크를 바꾸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으로의 링크는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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