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more weeks! They are coming back." 지난 주부터 도서관에서 일하는 저와 저의 동료들이 서로 만나면 주고 받는 말입니다. 긴 여름 방학이 끝이 나고 이제 새 학기를 앞에 두고서 "2주만 있으면그들(학생들)이 돌아온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지요. 이 말을 하면서 동료들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그 말 뒤에는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 찬 웃음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개의 경우 대학교의 도서관은 그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여름 방학 기간은 도서관의 주요 고객이 사라지는 휴업 상태라 할 수 있고 '손님' 들께서 다시 찾아오시는 새 학기가 기다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손님'들을 맞기 위해 지난 여름 동안 도서관에서는 많은 준비를 했지요.
사서들도 사람인지라 휴가를 통해 재충전도 했지만 새 학기에 대비해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각 종 워크숍을 통해최신의 정보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자신이 담당한 전공 과목과 관련된 학회에 참석하기도 했고, 늘 하는 일이지만, 그 분야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들을 검토하여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었지요. 그리고 7월부터 있었던 대학 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서 신입생들에게 도서관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했습니다. 이틀 전에는 우리 학교에 새로 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조촐한 행사를 도서관에서 가지기도 했습니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한 파티가 있었고 외국어로 하는 도서관 투어 행사도 있었습니다. 반갑게도 한국학생들이 많이 오셔서 한국어로 하는 도서관 투어도 했었지요. 건물 전체의 카페트 청소는 어제 끝이 났습니다. 이제 다음 학기를 위한 준비가 거의 다 된 셈이지요.
"도서관에 가보셨습니까?"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당연히 도서관에 가보았다고 대답하고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간다는 대학생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만일 "도서관을 이용해 보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드리면 어떨까요? 제가 드리는 질문은 도서관에 가서 열람실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도서관으로서 제대로 이용해보셨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표준 국어대사전을 보면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라고 합니다. 사전에 실린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한다는 말은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을 이용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매일 간다고 하는 많은 대학생들이 과연 도서관의 의미에 걸맞게 제대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도서관은 국어 사전에 실린 의미와는 매우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듯합니다. 신문이나 각 종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대학가의 면학 분위기를 이야기 할 때 도서관에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예전에는 도서관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도서관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학구열을 이야기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과 도서관이 무슨 관계가 있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도서관에는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 와서 그 자료들을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도서관에는 공부할 자리가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도서관에 간다는 그 많은 대학생들 중에 도서관을 제대로 도서관답게 이용하는 대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년 내내 도서관을 다니면서도 막상 도서관에 있는 책은 한 권도 빌려보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당에 '손님'들이 오셔서 식당 음식은 드시지 않고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식당의 식탁과 의자만 이용한다면 식당주인으로서는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우리 도서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일반 식당이라면 나가 달라고 하겠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럴 수도 없지요. 그리고 그나마 손님들이 식당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혹시 도시락 들고 오셨다가 식당 음식 중에 마음에 드시는 것을 발견하면 식당 음식도 드셔주시지 않을까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도서관 종사자들의 마음일지 모릅니다.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도서관은 구닥다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존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십시오. 이용자들의 정보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서관에서는 수많은 디지털 자료들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 대부분은 이용자들을 위해 큰 돈을 들여 도서관에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오직 도서관에서만 혹은 도서관 웹페이지를 통해 학생임을 확인한 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반적인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료들이지요.
아울러 인터넷에서 검색엔진을 통해 발견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분들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그 정보들을 믿으십니까? 그 정보들이 얼마나 정확할까요? 인터넷의 장점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생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쉽게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은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쓴 것인지도 모르는 애매한 정보에 자신의 목숨을 맡길 사람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그런 인터넷 정보에 비해 책에 있는 정보들은 상대적으로 더 믿을 수 있는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에도 잘못된 정보가 실려 있지만 웹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 비해 책을 출판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사람들이 개입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실수할 위험성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판단 여하에 달린 것이지만 인터넷에 있는 정보만으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이용하십시오. 그리고 인간이 그동안 생산한 모든 정보와 지식이 인터넷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도 한 동안은 도서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의 역할도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정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것을 관리하고 정리해서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바로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이 그런 일을 하십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이용자들의 몫입니다. 식당의 '주방장들'은 열심히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어서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드셔주시기를 기다리시지만 손님들은 식당에 오셔서 무료로 제공되는 건강에 유익한 음식은 마다하고 자신이 싸온 도시락만 드신다면 얼마나 힘 빠지는 일입니까? 그러한 일을 위해 식당의 '주방장들'은 4년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정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그리고 그 주방장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릅니다.
그들의 이러한 능력을 왜 이용 하려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왜 그들이 준비한 무수한 자료들을 이용하지 않습니까?한 학기에 내는 등록금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등록금 속에는 여러분들께서 모르고 지나치는 도서관의 무수한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들도 있고 서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는 수많은 책들도 있습니다. 열람실의 책상과 의자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새 학기에는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이용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드립니다. 아울러 학교 다니시는 동안 늘 등록금 본전을 생각하시라고 이 글을 보냅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십시오.
... 이하여 지난 해 이 맘때 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에 투고 했던 글을 아래에 링크합니다. 새학기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길 빕니다. *블로거 Clio님으로부터의 편지 : 도서관을 이용해 보셨습니까? (링크된 글이 로딩 되는 속도가 느린 듯하여 새로운 포스팅으로 글을 올리고 링크를 바꾸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으로의 링크는 여기를 ... more
... 일이지요. 이처럼 도서관은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각 종 정보들을 모아놓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곳인데 과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이 그런 곳이던던가요? 도서관을 독서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은 자주 이야기했으니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만 도서관을 정보의 보고, 자신이 가진 궁금증을 해소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얼마나 계실까요? 단지 내가 읽 ... more
수험생 시절에 친구들이 독서실에 간다하길래, 속으로 '애들이 수능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양식을 쌓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제가 생각하는 讀書室이 아니어서 벙쪘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선 몸에 좋은 한식을 파는데, 각자 싸온 유행하는 패스트 푸드를 먹고 있다는 먹고 있다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수능공부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골고루 먹어야 하는 음식처럼 책도 골고루 읽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갖추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폐쇄적인 대학 도서관 정책 덕분에 시립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사서의 도움은 거의 기대할 수 없었으며, 전 제가 필요로 하는 책을 절판이 되지 않는 한 전부 사서 보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도서관은 비교적 나은 편이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사서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더군요. 적어도 한국에서는요. 책의 보존 상태 역시 안 좋은 편이고요.
미화로 환산하자면 전 거의 매년 10000달러 이상을 책을 사는 데 할애해야만 합니다. 이게 현실이죠.
확실한 것은, 도서관의 책을 빌려볼 때에도 전문서적들은 거의 새 책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것 같더군요.
저 본전뽑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조금 많이 왜곡됐지만.. 막 희귀 DVD보면서 "이걸 구해서 보려면 얼마" 책 한권 읽으면서 "이거 대여점에서 빌려 읽으면 얼마"이러면서ㅋㅋ 친구랑 농담삼아 한 말이었지만, 정말 훌륭한 시설이 구축되어있고, 자료도 많은데 왜들 거기 앉아 공부들만 하는지 ;ㅅ;
이번에 대학원에 처음으로 가는데 오늘 오리엔테이션때 도서관에 갔다가 클리오님 생각을 했어요. 저 대학 다닐때는 도서관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었거든요. 저도 새학기때부터는 열심히 이용하려고 마음 먹었어요. 홍콩의 사서 선생님들도 클리오님처럼 다정한 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저 스위스에서 공부할 때는 사서 선생님들이 reference들고 가서 검색할 수 없는 자료에 대해 물어보거나 새 책 구입 신청하려고 하면 정말 노골적으로 싫어하셔서 편하게 이용할 수가 없었거든요.
아참, 글과는 관계 없는 내용이지만 LibraryThing이라는 서비스 혹시 쓰시나요? 아는 동아리 선배가 한국 국회도서관 DB 등을 서비스측에 알려주어서 한국 책들도 꽤 잘 검색되더군요. 자기가 읽은 책들을 모아 정리해둠과 동시에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식당에 '손님'들이 오셔서 식당 음식은 드시지 않고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식당의 식탁과 의자만 이용한다면 식당주인으로서는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우리 도서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일반 식당이라면 나가 달라고 하겠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럴 수도 없지요. 그리고 그나마 손님들이 식당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혹시 도시락 들고 오셨다가 식당 음식 중에 마음에 드시는 것을 발견하면 식당 음식도 드셔주시지 않을까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도서관 종사자들의 마음일지 모릅니다.
이 부분이 참 감칠맛 나는 글귀네요
괜히 이 부분만 여러번 읽어보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도서관이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너무 오랫동안 굳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이것은 창의성보다는 아마도 서열하된 학력 사회의 폐단이 아닐까 합니다.
Clio님의 글처럼 도서관이 보다 더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런 글을 통해 사람들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멀리 미국땅에 계셔도 고국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군요^^
중요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대학이 학문을 위해 가는 곳이 아니고 학력을 위해 가는 곳이 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가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달라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 넘게 이런 글을 올립니다만 좋게 보아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 도서관을 독서실과 같이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한 말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취업에 목을 매고 도서관(독서실)에서만 학창 생활을 보내지 않았다 뭐 이런 의미로 하신 말이 아닐까요... 도서관을 가보지 않은 것이 결코 자랑이 될 수 있는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오히려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지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더군요. 공공 도서관이라도 좀 더 상황이 나아진다면 아쉬움이 덜 할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대학교 도서관에서는 졸업생들을 위한 대출 정책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의도적으로라도 졸업생들에게 대출 혜택을 줍니다. 이렇게해서 학교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만들고 그러한 서비스는 결국 졸업생들이 학교에 내는 찬조금 형식으로 돌아오지요.
참 좋은 학교를 다니셨군요. 안타깝게도 말씀하신 것처럼 책을 읽어도 구박받는 경우가 있지요. 지금만큼은 아니었지만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도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절에 읽은 책이 더 오래동안 마음에 남아 있더군요. ... 모든 것을 남들이 할 때 남들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조금은 남들과 달리 자신만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 부디 대학 도서관을 빨리 이용하실 수 있게 되기를 멀리서나마 기원합니다. 화이팅!!
울 실험실 선배가 이야기한 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개인 책방은 자기가 연구할 분야 박사가 모은 책이 저장되어 있는 공간이다... 필요한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 책을 공유하는 그 사람은 정말로 무섭다고.. 울나라 교수, 기업들 문제가 정보를 가지고 통제할려는 습성... 좋은 글 봣습니다. ^^
정말 무섭겠습니다. .... 정보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정보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예전 외국에서 구입한 책 한 권을 수 십년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용(?)하게 사용하시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