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인의 죽음으로 인해 악성 댓글과 그것을 올리는 사람들을 퇴치해야한다는 주장이 더욱더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법에 의해서 막아질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러한 법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악성 댓글들이 줄어들까요? 물론 그 법으로 악성 댓글을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피 주소를 조작하거나 해외에 주소를 둔 서버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방법, 그리고 인터넷에 무수하게 떠다니는 개인 정보들을 이용하는 방법 등 그 법을 무력하게 만들 방법은 무수하게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법과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걱정거리는 과연 어떤 특정한 댓글을 '악성' 이라고 누가 규정을 할 지 그리고 만일 법으로 그것을 규정한다면 그기준은 무엇이 될 지 하는 문제입니다. 장담컨데 만일 악성 댓글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그 기준이 확대되어 건전한 정보의 유통까지 막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국민들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있어 왔고 그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이 법은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국민들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그러한 여러 가지 위험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있을지도 모를 법으로 악성 댓글을 막으려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고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악성 댓글은 결코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나하나 따져 보지요.
먼저 악성 댓글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비록 최근의 비극적인 일들은 유명인들에게 일어났지만 일반인들 역시 악성 댓글의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댓글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특정한 사람을 괴롭히는 일들은 이미 많이 일어났고우리는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악성 댓글들에 대해서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이지요. 무시하려해도 그 짧은 댓글 속에서 나온 작은 단어 하나하나에 깊은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읽지 않았으면 모르되, 읽은 이상 이미 우리 마음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결국 그 악성 댓글들에 직,간접적으로 대처하려하지요.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더 큰 상처를 입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대는 그 사람들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언제든지 꼬리를 감추고 사라지면 그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악성 댓글이 심해지면 아예 관련된 인터넷 싸이트들을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은 그러한 악성 댓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생각이 들고 그 댓글들 때문에 받는 상처가 커지면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악성 댓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당장은 한 시간이 일주일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사라집니다.
많은 경우 악성 댓글이 달리면 피해자들은 세상에 알려질 자신의 모습이 두렵고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악성 댓글을 읽고 자신을 오해할까 걱정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아셔야 할 것은 그런 악성 댓글을 읽고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바로 본인 자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들의 사람들은 그런 악성 댓글을 읽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들을 읽었더라도 그냥 흘려지나칠 뿐입니다.
여러분들의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읽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그런 유치한 악성 댓글을 보고 여러분을 판단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도 아니고 또 수 백개나 달린 악성 댓글을 읽을 시간과 여유도 없습니다. 심지어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 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결국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악성 댓글의 피해를 입는 당사자 뿐입니다. 나 혼자만 신경쓰는 악성 댓글이라 ..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걱정하는 악성 댓글인데 실제 그런 악성 댓글에 관심을 가지는 '남'은 아무도 없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신경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종종 문제가 되는 경우는 글을 올린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최대한 온라인에서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삼가하는 일입니다. "최대한"이라는 말은 최대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적인 정보만을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즉, 악성 댓글이 달렸을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 정보만을 공개하라는 말입니다. 자칫 너무 많은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 인터넷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만일 가상 공간이 아닌 여러분의 실제 삶이 위협을 받는다면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일은 과연 누가 이러한 악성 댓글을 올리는가 하는 문제인데 몇 몇 알려진 사건들의 예를 보면 초등 학생에서부터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게 있더군요. 그런데 중요한 공통점 중의 한 가지는 이들이 익명이라는 방패 속에서만 활동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익명이라는 탈을 벗어버리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결코 그들이 나보다 잘나서 나에게 악의에 찬 댓글을 다는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설사 아무리 논리적인처럼 보이는 악성 댓글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은 비겁자들의 넋두리일 뿐입니다.
만일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서너살짜리 아이가 어른인 여러분들에게 욕을 한다는 가정을 해 봅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저 웃고 지나칠 뿐입니다. 어른들 중 누구도 그렇게 욕을 하는 어린 아이와 얼굴을 붉히며 싸우지 않습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그런 서너살 짜리 아이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그들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익명성에 숨어서 악성 댓글을 올리는 그 순간 그 사람들은 '천진무구한 동심'으로 돌아간 악동들일 뿐입니다. 세 살짜리와 멱살을 잡고 싸우시겠습니까? 그냥 웃어 넘기십시오. 웃지 못하시겠거든 그냥 아이들의 장난이겠거니 하십시오. 흔히 말하는 '악플러'와 세 살 짜리 아이들의 다른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신경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악성 댓글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서 벌어질까요?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저는 일부 언론에 그 원인을 돌리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에는 네티즌의 의견이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사실에 네티즌의 의견을 첨부하여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네티즌의 이야기만을 자료로 해서 쓰는 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악성 댓글과 루머들이 기존의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전혀 밝혀진 사실이 없는 한낱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를 기사화하여 사람들의 말초적인 관심을 끌어 보려는 이러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나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언론에 소개되고 싶은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근거없는, 그러나 더욱더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소문을 만들어 내게 하였습니다.
비록 블로그나 기타의 수단으로 많은 일반인들이 기존의 언론이 가지고 있던 정보 생산자의 아성에 도전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은 막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이나 개인의 블로그에 머물러 있다가 사라질 소문들이 언론에서 옮겨 보도함으로써 갑자기 많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있습니다. 그런 기사를 올린 언론사는 그것을 통해 좀더 많은 판매 부수를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근거없는 그러한 보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지는 언론의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한 번 가만히 땨져보십시오.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존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악성 댓글이나 근거 없는 소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셨습니까?
최근에 일어난 비극적인 일들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역시 그러한 헛소문을 보도하는 자세, 즉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보도 자세를 여전히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가진 언론이라면 자신들이 가진 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유명인들의 자살을 모방하는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충격적인 일을 보면서 상처를 받은 독자들을 생각해서 그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위로할 수 있는 기사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소개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것이 무관의 제왕이라는 언론이 가진 권력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부디 인터넷을 통해 악성 댓글을 다는 그런 사람들과는 차원을 달리한 언론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생각해야할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한 준비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여 책임감 있게 이용할 수 있는 우리의 판단력과 사고력입니다. 비록 그럴 듯 하게 포장이 되어 소개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보고 또 과연 그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인지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학교와 사회가 같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자주 이 블로그를 통해 드린 말씀입니다만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제대로 된 정보 교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과 정부 및 국회는 이러한 일에 무관심합니다. 악성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잡아서 처벌할 생각만 하지 그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을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도 좋지만 필요한 일에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누가 있을까요? 인간 사회와 그 사회가 생산해내는 정보에 대해 공부하고, 그 정보를 사회에 필요한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러한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그러한 정보의 역할과 제대로 된 이용법에 관해 가르칠 수 있는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제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만 각 급 학교의 도서관과 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사서 선생님들은 대학 교육 과정을 통해 정보의 생산과 이용에 관한 공부를 하신 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고 악성 댓글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터넷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사서 교사를 뽑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에 항의하는 집회가 어제 열리기도 했다고하더군요.
그 법에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법을 만드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것을 시도해 보지 않는 것은 결국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체계적인 노력이 현실화 되려면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부디 그러한 건설적인 노력을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논의들을 접하며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칫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그러한 반감 때문에 인터넷을 거부할 수는 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존재가 인터넷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에 벌어진 각 종의 사건들은 인터넷의 이미지를 매우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들로 인해 인터넷이 가진 유용성이 가려질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결국 인터넷도 하나의 도구이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린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잡는 살인자의 칼이 아니라 사람의 고치는 의사의 메스로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법보다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 이 글에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