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오늘이 추수감사절 이었습니다. 저녁 나절 뉴스 시간에 "감사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한 사람이 나와 자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기에게는 가족이 있고 건강이 있고 착한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면서 그것에 감사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감사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세상을 살아가시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시고 또 그런 말을 들으십니까? 그런데 그런 말을 하고 살기에는 요즘 세상 살이가 너무 힘이 들지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제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말 암담합니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그 위의 세대들까지 누구나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가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입에서 감사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없는시절이라도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사 치레로 말하는 경우도 있겠고 만족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 십중 팔구 그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만족한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 "감사합니다" 라는 말에는 마술과 같은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자주 이 말을 하려 합니다. 비록 객관적으로 보아 전혀 감사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도 가능한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감사해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 보면 감사해야 할 이유는 반드시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애써서 감사하려는 이유는 바로 그것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은 쉽지요. 실제 이렇게 행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님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 보다는 그 반대의 말들이 나오게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라리 세상을 등지고 혼자 살아간다면 모를까 세상에 발을 담고 살아가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감사하며 살 수있을까요?
감사하며 살아가기 위해 먼저 해야할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자기의 존재를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남을 무시하는 자만심이 아니라 타인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역시 인정하는 그런 자기 사랑입니다. 나 자신이 소중한만큼 남도 소중하고 또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만큼 나의 존재도 인정하는 겁니다. 공평하지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감사할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교육받고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라면 세상은 무한 경쟁 사회이고 남을 무시하면서, 아니 밟아 가면서 나를 위해 살아가야 할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때로 남 앞에서 고개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 그것이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 앞에 낮추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며 애써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낮추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높인다는 진리를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높고 낮고를 떠나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가 높고 누가 낮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세상을 볼 때 한 가지 면만 보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일에는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면을 보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여러 면에서보다 보면 전혀 감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일을 찾을 수 있고 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의 마술적인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내 블로그에 와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고 또 감정적으로 나를 자극하는 덧글을 다는 "지나가다"님들의 경우 얼핏 보기에는 전혀 감사할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그 속에서도 감사할 일이 있습니다. 남이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내가 올린 글을 그 사람들은 읽어 주었고(첫번째로 감사한 일이지요.) 시간을 들여서 손가락 노동을 해가며 내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해 주었습니다.(두 번째로 감사한 일입니다.) 아울러 그 사람들의 말이 맞다면 내 잘못을 일깨워 주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고 만일 그 사람들이 틀렸다면, 그 사람들의 말을 통해 내가 맞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으니 역시 감사할 일입니다. 아울러 제대로 알지 못 하면서 아는체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인지 생생한 예를 몸소 보여주었으니 또 감사한 일이지요. 그것을 교훈 삼아 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기력하게 그저 허허거리며 무위도식하는 삶과는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에 감사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들이고 열심히 미래를 위해 살아갈 희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가진 것은 욕망과 집착이지만 진정으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것은 희망과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가진 희망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사해할 기회를 주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희망입니다.
뉴스 시간에 들은 '감사합니다' 한 마디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주절주절 길었습니다. 한 이상주의자의 넋두리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아래에는 '감사한다'는 것과 관련하여 들어 볼만한 노래를 한 곡 올립니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이탈리아의 국민 가수 도메니코 모듀뇨(Domenico Modugno)가 1967년에 발표한 "메라빌리오소(Meraviglioso)" 라는 노래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메라빌리오소는 영어의 wonderful 로 변역이 될 수 있는데요. 긍정적인 의미로 '놀라운', '경이로운', '훌륭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사를' 살펴 보시면 세상이 왜 감사할 일들로 가득차 있는지 아실 겁니다. Meraviglioso (놀라운 세상)
E' vero, credetemi è accaduto di notte su di un ponte guardavo l'acqua scura con la dannata voglia di fare un tuffo giù. D'un tratto qualcuno alle mie spalle forse un angelo vestito da passante mi portò via dicendomi così.
정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어느 날 밤 다리 위에서 아래에 있는 어두운 물을 내려다보며 뛰어내려야겠다는 망할 놈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지요. 갑자기 내 어깨 너머에 있던 누군가가(어쩌면 지나가는 행인의 옷을 입은 천사였는지도 모르겠군요.) 그 누군가가 저를 난간으로부터 멀리 끌어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Meraviglioso, ma come non ti accorgi di quanto il mondo sia meraviglioso meraviglioso, perfino il tuo dolore potrà apparire poi meraviglioso 놀랍지 않소? 도대체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놀라운 곳임을모를 수 있단 말이요. 놀랍지 않소, 심지어 당신의 고통조차도 놀랍도록(아름다운 것으로) 변할 수 있소.
ma guarda intorno a te che doni ti hanno fatto ti hanno inventato il mare tu dici: "Non ho niente". ti sembra niente il sole, la vita, l'amore. 얼마나 많은 은총이 당신에게 베풀어졌는지 당신 주위를 둘러보시오. 당신에게 바다를 만들어 주였소 당신은 "나는 빈털털이" 라고 말하지만 당신이 보기에 저 태양은, 우리 인생은, 그리고 또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오?
Meraviglioso, il bene di una donna che ama solo te. meraviglioso la luce di un mattino, l'abbraccio di un amico il viso dì un bambino, meraviglioso. 놀랍지 않소. 당신만을 사랑하는 한 여인의 마음, 놀랍지 않소 어느 날 아침의 빛, 친구의 포옹, 어린 아기의 얼굴 정말 놀랍지 않소.
ma guarda intorno a te che doni ti hanno fatto ti hanno inventato il mare tu dici: "Non ho niente". ti sembra niente il sole, la vita, l'amore. Meraviglioso. 얼마나 많은 은총이 당신에게 베풀어졌는지 당신 주위를 둘러보시오. 당신에게 바다를 만들어 주였소 당신은 "나는 빈털털이" 라고 말하지만 당신이 보기에 저 태양은, 우리 인생은, 그리고 또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오?
La notte era finita e ti sentivo ancora sapore della vita meraviglioso, meraviglioso meraviglioso ecc.. 밤은 이제 지나갔고 아직도 당신은 인생의 맛을 느끼고 있소. 놀랍지 않소.
아, 어떤 소설에서 읽었던 말의 변형입니다만.
작은 일들에 감사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경우 정말 크게 감사할 일을 표현해도 그 감사함이 줄어버린다는 역효과가 있다지요 ^^;;
그래서 정말 감사한 일이 있을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 말을 아껴둘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요즘 이래저래 많이 지쳐 우울증이 극단까지 가버렸는데 아무래도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살아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위치에서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감사할 일이 많은데도 힘들다고 투정만 부렸어요.
글을 읽고 반성 많이 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우리집 네 멍이들의 태도를 배워야겠어요^^
오늘은 모처럼 활짝 웃어보렵니다 ㅎㅎㅎ
오히려 링크해 주셔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참 중요하지요.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물이 전혀 없더라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 그래도 컵이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