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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와 소설가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와 이어지는 휴일에 저는 보스턴의 거리를 헤메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걸어다녔던 보스턴의 거리는 자동차와 관광객들로 가득한 2008년의 보스턴이 아니라 은빛 가발을 쓴 부유한 상인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시중을 드는 흑인 노예들이 걸어다니던 18세기 보스턴의 거리였습니다. 영국 국왕이 부과하는 부당한 세금에 저항하는 보스턴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고 식민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항을 다스리기 위해 붉은 색의 군복을 입은 영국군들이 보스턴의 시청사에 주둔을 하고 있었지요. 짐작하셨겠지만 한 편의 재미있는역사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군요. 그래서 오늘  한 번 소개해 볼 까합니다.

제가 읽은 책은 Jane Kamensky 와 Jill Lepore 두 사람이 같이 쓴 "Blindspot"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 혁명의 전야인 1764년 보스턴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출신의 초상화가인 주인공 제임슨 스튜어트(Jameson Stewart)는 자신의 친구가 관련된 어떤 일 때문에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집니다. 그래서빚쟁이들을 피해 도망다니가 결국 대서양을 건너 보스턴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보스턴에서 초상화가인 생업을 이어가려 하는데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작업실에 한 사람의 견습생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by a Gentleman in Exile and a Lady in Disguise" 라는 이 책의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견습생으로 고용된 소년은 실제 소년이 아니라 남자로 변장한 여성이었습니다. 패니 이스턴(Fanny Easton)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보스턴에서 유력한 집안의 딸이었지만 연애와 혼전 임신으로 인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집에서 나와 가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던 여성이었습니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진행이 됩니다. 제임슨은 18세기 소설의 형식을 빌어 구식의 어투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패니는 뉴욕 시티에 사는 어린 시절 친구 엘리자베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자신의 생각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목소리가 소설 속에서 번갈아 나타나며 소설의 줄거리를 이어 나갑니다. 그런데 역사 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이 소설 속에 있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뜨겁고 정열적인 정신적/육체적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패니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하게 되는 제임슨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을 감추어야 하는 패니의 고민이 그려지고있지요.


그리고 이 소설에는 혁명 전야의 보스턴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과 제임슨의 그림 솜씨를 이용하여 그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특이한' 친구 이그네이시어스
알렉산더(Ignatius Alexander)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정말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입니다. 그 외에도 알렉산더의 입을 빌어 등장하는 18세기 영국 철학자와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초상화가인 제임슨이 들려주는 18세기 화가들의 일상과 초상화 그리는 과정 등도 소설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보다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실제 역사상의 인물들과 당시 보스턴 사회의 분위기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작가들은 당시의 존재했던 실제 신문 기사와 연설, 설교, 책 등의 원사료를 이용해서 18세기 보스턴의 모습과 보스턴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매우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 국왕의 부당한 세금 징수로 인해 자신들이 노예와 같은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고 분노하는 보스턴 사람들, 그래서 노예와 같은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들 스스로는 흑인 노예를 소유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동시에 흑인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설 속에서 등장합니다. 아울러 아버지와 같은 영국 국왕에 대한 반역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이들과 흑인 노예들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실제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들은 당시에 발표되었던 실제 신문 기사와 연설 등으로부터 소설 속으로 아주 매끄럽게 옮겨져있지요.

제가 당시의 모습을 '충실'하게 묘사했다는 판단한 이유는 바로 두 작가의 실제 이력때문입니다. Jane KamenskyJill Lepore 두 사람은 모두 전문 역사가들입니다. 한 사람은 브렌다이스 대학에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이 두 사람은 모두 18세기 미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로서 이미 많은 학문적인 업적을 쌓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머리 속에 있는 역사적인 지식들을 한 편의 소설 속에 심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이 책을 서점에서 보고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도 바로 두 사람이 현직 사학자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과연 사학자가 쓰는 역사 소설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제가 받은 느낌은 '부러움'이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18세기 혁명 전야 보스턴의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전해주는 보스턴 사회의 모습은 한 인터뷰에서 작가들 스스로 밝힌 것처럼 학계의 토론에서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학문적인 연구의 결과물들입니다. 사실 이 시기의 역사는 매우 오랫 동안 그리고 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연구된 주제입니다. 이 시기에 관련된 학술 서적만도 수 백권이 있지요. 그런데 저는 그 수 백권의 학술 서적이 하지 못한 일을 이 소설은 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 백권의 학술서적이 하지 못했다고 하는 일은 바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일입니다.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독자들이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엄격한 학술 연구의 결과물을 소개는 일은 학자로서의 전문적인 연구 능력과 작가로서의 글쓰기 능력을 겸비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 주위에서 보는 역사책들은 어떤가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한 번 손에 잡으면 손에서 떼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엄격한 학문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한 글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최근 들어 이런 글들이 예전에 비해 늘어났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역사책이 그래야만 할까요?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저이지만 처음 미국에 올 때의 계획은 제가 전공하는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도서관의 일과 겹치면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학과의 학생으로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또 도서관에서 하는 일도 역사학을 담당하는 주제 전문 사서이니 저의 원래 진로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요. 사실 역사라는 과목은 제가 늘 좋아하던 과목이고 대학교에 진학 할 때에도 추호의 의심없이 선택했던 학과가 사학과였습니다. 그러나 밖에서 막연히 생각한 역사학이라는 학문과 그 안에 들어와서 전공의 일부로서 배우는 역사학은 많이 달랐고 그것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입학하기 전의 마음으로 돌아갔던 것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뒤늦게 복학한 이후였습니다. 나이가 들은만큼 생각이 깊어진 탓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간 동기들보다 몇 년 늦게 복학을 하다 보니 이미 저 자신이 '역사'가 되어있더군요. 아마 그래서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분이 계십니다. 저의 친척 중 한 분이신데 어린 초등학생이던 제가 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하자 그 분은 웃으시면서 " XX 이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겠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의 말씀은  당시 제가 생각하기에 틀린 것이 전혀 없는 말이었고 그 '이야기꾼'이라는 그 말은 삼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제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역사가는 이야기꾼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마도 80년대 중반의 대학가, 특히 사학과의 분위기가 저에게는 어색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저에게 선생님들과 선배들께서 들려주시던 '역사'는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이었고 원리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저에게 역사는 마치 거대한 우주의 섭리와 같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역사' 라는 단어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저를 눌렀습니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사실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 가짐과  행동이 더 큰 고민이었고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복학한 90년대 중반의 대학은 80년대와는 달랐습니다. 80년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지배했던 역사, 현실을 살펴볼 수 있는 실천적인 힘을 가진 역사학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쇠락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학교의 분위기가 그랬기 때문에 저는 80년대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은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석사 과정을 하면서 저는 어떻게 하면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석사 학위 논문을 쓰면서 글이 너무 쉽다는 평을 듣곤 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쉽다"인데 결국 엄격한 문체의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너무 일상적이고 평이한 문투의 수필과 같은 글이라는 이야기였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논문이든 소설이든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글을 읽는 독자에 따라 글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가능하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논문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 제 생각은 미국에 유학을 와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역사학의 연구 성과를 어떻게 하면 쉽게 일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역사 관련 라디오/ 필름 다큐먼타리의 제작법에 관한 강의도 듣고 역사 소설을 쓰시는 대학 교수님, 역사 관련 박물관의 큐레이터들, 그리고 - 생소하게 들리실지는 모르겠지만- 역사 컨설턴트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 중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전문적인 역사 연구의 결과물을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작업을 통해 일반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었습니다.(아래의 사진은 미국 독립 혁명 시기 중의 한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 중 한 장면입니다. Flickr 의 John Pa님 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전문적인 역사가들을 위한 책과 논문을 쓰는 일도 여전히 중요합니다만 더 넓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역사책이 따분하고 지루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근대사 해석 및 역사 교과서와 관련한 논쟁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사극 역시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지요. 과연 그런 일반인들의 관심을 건설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전문 역사가들은 없을까요?

학자로서의 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중들과는 같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계실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런 학자연하는 태도 때문에 흔히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가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역사학에만 국한된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학자로서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이지 학계에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학자가 얼마나 학자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 실력을 쌓은 사람인가 하는 것이 되겠지만 대중을 배제한 채 상아탑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학문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전문 학자들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전문적인 연구와 토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와 토론을 바탕으로 나온 결과물들을 대중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소설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입을 빌어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1711-1776)의 철학이 소개되고 노예 제도에 관한 18세기 보스턴 시민들의 고민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일반인들 중에서 흄의 철학서를 읽고 혁명 직전 보스턴의 사회를 다루는 역사책을 읽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리고 역사나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지식에 관심을가지고 적극적으로 책을 찾아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흄과 보스턴의 역사를 접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찾아 보는 독자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이 소설의 의미를 바로 그 곳에서 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역사가'와 '소설가,' 어찌 보면 상반되는 것과 같은 두 역할을 동시에 해 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아래에는 이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그리고 이 글과 관련하여 탐인 정운현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 "역사학자들이 '재밌는' 대중서 안 쓰는 까닭"이란 글을 링크합니다.

by Clio | 2009/01/03 04:27 | 역사이야기 | 트랙백 | 덧글(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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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03 04: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3 04:47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왜 글을 올리기 전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1/03 05:44
컿..올린 시간이 444라니..(털썩)
Commented by Clio at 2009/01/03 06:35
그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끗발이네요. ^^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1/03 05:44
[패니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하게 되는 제임슨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을 감추어야 하는 패니의 고민이 그려지고있지요.]

ㅎㅎ 마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는 듯한 기분이네요. 소설 자체만으로도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 라고 하시니 예전에 유득공 연구하시는 정진헌 선생님 강의 들은게 생각납니다. 그분도 학위 논문 쓰실 때 그런 얘기를 들으셨다면서 그런 부분이 불만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들은 발해고 강의가 지금도 귀에 생생한 듯..

저도 때로는 클레오님처럼 학자이면서 흥미로운 역사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글재주가 일천한데다 학자로서의 꿈을 이루는 것도 벅차 저런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러울 뿐인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3 06:38
저도 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변장한 화가 견습생이야기를 들으며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신윤복에 관한 소설을 생각했었지요. 아마 이 작품도 충분히 영화화 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 정진헌 선생님의 글을 구해서 한 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저 역시 저런 분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는데 알고 나지 저 자신이 더 초라해지더군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1/03 06:09
이그나티우스 알렉산더→이그네이시어스 앨리그잰더라고 해야 하지 않을지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1/03 06:41
감사합니다. 역시 ghistory 님이 아니시면 누가 저런 부분을 지적해 주시겠습니까.^^ 소설 속에서 이그네이시어스는 의사로서 높은 교육을 받은 아주 지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라틴어 식으로 "이그나티우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훨씬 더 지적으로 들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고치겠습니다. ** 알렉산더는 그냥 두면 어떨까요? 지적해 주신 것이 정확한 발음입니다만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알렉산더라고 쓰니까 말입니다. ^^
Commented by JinAqua at 2009/01/03 09:05
저도, 문사철의 위기-의 이유 중에 한 가지는 Clio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학계와 대중 사이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자기들만의 학문', '고급스러운 학문'의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 (학부생인 저에게도)느껴집니다. 대중이 뒷받침되지 않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성공한 적이 많지 않은 것처럼, 대중의 관심이 없는 학문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지 않을까요. 그나마 요즘에 문화콘텐츠 바람이 불면서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이용하여 대중에게 역사학이 점차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고있긴 하지만요 :D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19
문화콘텐츠라는 것 때문에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요.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학계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중성과 학술적인 엄격성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Commented at 2009/01/03 09: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23
역사가 짧은 나라라서 그런지 일반인들이 가지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은 것 같기도 합니다. ... 제가 이 글을 올리며 생각한 분들 중의 한 분이 바로 비밀님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 일"을 정말 열정적으로 하고 계신다고 봅니다. 그래서 부럽고 또 감사드립니다. 비밀님 같은 분들이 좀 더 늘어나야되겠지요. ... 물론 상대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 때"에 비해서 이제는 "신경 쓸" 여유가 생기지도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SilverRuin at 2009/01/03 10:39
최근에 역사적 고증도 훌륭히 거친 드라마나 영화가 여럿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세상이 좋아졌나봐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24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요. 그래도 학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중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Commented at 2009/01/03 10: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28
저를 부끄럽게 만드시는군요.^^ ... 저는 모든 것을 길게 봅니다. 당장 무엇인가를 이루려 조급해 하는 것 보다는 쌓이고 쌓여서 흘러넘치는 상태, 자연스럽게 제가 원하는 그것이 되어야만 하는 그런 상태를 만들려하지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좀 느리기는 합니다만...^^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9/01/03 11:49
잘 읽었습니다. 사학과 학생으로서 여기에 나온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29
감사합니다. 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보다는 적어도 한 번 정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해바라기c at 2009/01/03 12:29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와 '우주의 구조'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난해한 그래프와 수치들로 가득한 이해불가의 과학을 관련 공부를 하지 않은 저같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의 문체로 조목 조목 설명을 해줍니다. 어릴적부터 궁금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궁금증들을 두분의 친절한 배려에 의해서 많은 부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 분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관해서,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 미시세계의 법칙에 대해서 단순한 이해조차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을꺼에요.
학문은 이미 아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더 풍부한 삶을 위한 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찾아보니 추천하신 책이 한글로 번역 출판되진 않았네요.(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흑!) 신간인가봐요? 적어놨다가 나오게 되면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ܫ^ /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학문이 "더 풍부한 삶을 위한 힘"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 이제 막 출판된 책이나 아직 번역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번역이 되면 한 번 읽어 보십시오. 그림과 관련된 재미있는 언급들이 많이 있더군요.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09/01/03 12:43
말씀하신 고민에 공감하는 이로서 잘 읽고 갑니다. 사학과 내부에서도 단순히 '고증이 안된 대중매체'를 비난하는 수순을 넘어서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고민하는 와중이라, 쓰신 글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2
달리 본다면 '고증이 안된 대중매체'는 가장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중들과 학계를 이어주는 고리가 될 수 있지요. ... 물론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는 합니다.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9/01/03 13:12
사학공부를 하고 계셨군요. 클리오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새해선물마냥 풀어놓아 주셔서 감사하네요. ^^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2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지요. ^^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Commented at 2009/01/03 13: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6
정말 힘든 공부를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서인지 더욱 반갑습니다. ... 저 역시 말씀해주신 고민을 아직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 해야할 고민이겠지요. 당장 대답을 찾지는 못 하겠지만 자주 고민을 서로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길이 보일 날도 오리라 믿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kristine at 2009/01/03 17:33
alison weir도 좋아요. 주로 이분 Tudor Royal lady들에 대한 역사에 배경한 소설들이 많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6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역시 크리스틴님께서는 그 분야에 정통하시군요.^^
Commented by kristine at 2009/01/06 14:28
크크크.... 공주이야기 읽는거 재미있어요. 음 그쪽관련 포스팅을 그쪽관련 책은 거의 컬렉션수준인데...
Commented by Clio at 2009/01/07 06:20
그러실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kristine at 2009/01/07 17:15
음.... 한번 글들을 쫙 올려볼게요. 가지고 있는 책들도 소개하고... 아참 클리오님 저위의 alison weir외에 Antonia Fraser도 정평있어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1/08 07:34
기대하겠습니다. Antonia Fraser의 책은 저도 몇 편 본 것 같습니다. (물론 표지와 서평만요.^^)
Commented by julia at 2009/01/03 18:10
들어오자마자 책 표지에 블라인드스팟만 보고는 제가 예전에 봤던 책인줄알았습니다. 한국에서 '블라인드스팟'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있거든요. 설명을 보니 전혀 다른 책이었지만..^^;;제가 봤던 책은 번역서인데 원제가 블라인드스팟이 아니라 번역할 때 붙인 제목 같네요. 흠..저 책 표지는 정말 매력적인데 내용은 상당히 깐깐할듯..ㅋ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7
재미있습니다.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 그리고 진한^^ 연애 소설이 합쳐진 그런 내용이지요. 혹시 번역이 된다면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재미있을 겁니다. 원서를 구해서 보셔도 좋구요.^^
Commented at 2009/01/03 20: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38
^^ 문헌정보학 전공이라고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by baadaa at 2009/01/04 15:24
글이란 기본적으로 소통을 위한 도구여야 하는데, 불필요하게 매끄러운 소통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글쓰기는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논문이건 학회 발제문이건 신문기사건 일상 대화건 간에 궁극적으로는 모두 소통을 위한 과정인데, 일부러 복잡한 문장과 현학적 어휘를 섞어넣어서 '선택되지 않은 청자'는 배제시켜 버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보거든요. 말씀하셨듯이 "학자로서의 격이 떨어질까봐" 고고하게 높은 단에 올라서서 대중을 내려다보며 그들을 단절시킨다면, 학문도 연구도 갇힌 섬이요 고인 물이 되고 말 테니까요. 학문도 예술도 결국 교류와 소통을 통해 함께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잖아요. 물론 모든 글이 '쉽고 평이하게' 쓰여질 필요는 없겠지만, 편협한 상아탑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죠.

Clio님의 블로그는 언제나 재미있게 뜻깊게 잘 읽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읽히는 문장이지만 쉽게 쓰지 않은 글이라는 느낌에 항상 존경하고 있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훌륭한 학자 겸 매력만점 이야기꾼으로 크게 굵게 뻗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40
'소통'에 대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특히 앞날에 대해 기원해 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제 능력이 따라 줄런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at 2009/01/04 18: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40
그곳은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이 곳은 이제 겨울이 한 창입니다. 앞으로 두서너달은 더 눈과 씨름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Commented by 이진이 at 2009/01/05 09:56
Happy New Year!
음...제가 오해한 것 한가지...이제껏 Clio님이 여성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도서관 한자리에서 어깨엔 숄을 걸치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계신 모습만 상상하고 있다가 복학...뭐 이런 단어에 아침 잠이 확 깨네요 ㅋ. 죄송 ㅎ
한국에서는 이덕일님이 역사학자로서 대중에게 쉽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그분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45
죄송합니다. 깨워드려서^^ 아이디도 그렇고 도서관이라는 곳이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많이 일하시는 곳이라 그런 오해를 종종 받습니다. ... 제가 한국을 떠날 무렵 이덕일 님의 책들이 막 출판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조독살사건에 관한 책을 보았던 것 같은데 일반인들을 위해 책을 참 쉽게 쓰셨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그리고 나서 올려주신 글을 읽고 나서 찾아 보니 그 사이 정말 많은 책을 쓰셨더군요.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전히 대중들을 위한 쉬운 역사책을 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책의 주제들을 보면 고대사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사 전체를 다루시던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드물거든요. 최근의 책들을 구해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9/01/05 10:55
그 친척 어른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군요. Clio님은 정말로 탁월한 이야기꾼이시니까요. ^^;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45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
Commented by deutsch at 2009/01/05 17:24
링크거신 그 글은 전에 제가 썼던 글하고 일맥상통하는군요 ㅡㅡㅋ
Commented by Clio at 2009/01/06 12:47
그렇지 않아도 도이치 님께서 올리셨던 그 글을 생각했습니다. ... 대중적이면서도 학계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글들이 과연 가능할런지 여전히 생각하고 고민할 부분들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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