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합니다.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를 하나의 주제로 하여 책과 관련된 역사나 사건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책들을 흥미있게 읽고 또 그런 책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읽고있으면 마치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음식들을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는 부페 식당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한 권의 책 속에서 수 십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과식 아니 '과독'을 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도서관은 이처럼 책에 관한 책들을 모아 놓은 도서관입니다. 부페 식당들이 모여있는 식당 거리라고나 할까요. 이야기는 1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84년 1월 23일 뉴욕 시티에서 살고 있던 로버트 호(Robert Hoe) 씨의 집에 호 씨의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호 씨는 인쇄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동시에 책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었지요. 그 날 호씨의 집에 모였던 다른 8명의 친구들도 역시 비슷한 취미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책의 편집과 디자인 그리고 판매 및 수집 등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었고 호 씨와 마찬가지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책읽기는 물론이지만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지요. 그 날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한 가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들은 19세기 미국의 인쇄 기술이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그 일에 전념하는 단체를 만들기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이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이야기를 나눈지 2 주만에 정관을 만들고 클럽을 조직했으니 말입니다. 이들은 15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책수집가인 장 그롤리어(Jean Grolier)의 이름을 따서 그롤리어 클럽(The Grolier club of the City of New York)이라고 불리는 조직을 결성하였습니다. 이 클럽의 정관에서는 책의 생산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기술들을 진흥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그러한 활동의 일부로서 전시 및 강연 그리고 관련 서적의 출판을 해 나갈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클럽은 그 이 후 125년동안 꾸준히 같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매 년 소수의 펠로우들을 선발하여 그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초기부터 도서관을 마련하고 관련 서적들을 모았는데 현재 이도서관에서는 약 10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비록 장서수는 뉴욕의 다른 큰 도서관들에 비해 적지만 "책에 관한 책"으로서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컬렉션입니다. 책의 출판과 관련되어 나온 각 종 전문 서적은 물론 중세의 채색 필사본들도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 도서관에는 매우 특이한 컬렉션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17세기 이래 유럽과 미국에서 이루어진 고서들의 경매 기록입니다. 경매에 사용된 카탈로그는 물론이고 그 경매의 결과까지 포함하고 있는 이 컬렉션은 책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료들이지요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물론이지만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 즉, "인쇄된 종이 묶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롤리어 클럽에서 펴내는 책들이 흥미로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클럽의 도서관에서 연 중 진행하고 있는 책의 출판과 관련된 각 종 전시회 역시 관심있게 볼 만한 것들입니다. 아울러 이 클럽의 도서관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한 것이 마치 산속의 암자처럼 느껴집니다. 혼잡한 뉴욕 시티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지요. 번잡한 맨하튼의 경음기 소리와 긴급 자동차들의 싸이렌에 지친분들은 잠시 들어가셔서 마음을 안정시키길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침 이 곳에서는 이 번주(2009년 1월 20일 에서 24일)를 Bibliography Week 2009으로 정하고 각 종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살펴 보십시오.
책의 인쇄 및 제본과 관련하여 뉴욕 시티에서 또 한 곳 소개해 드리고 싶은 장소는 도서관은 아니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북아트 센터(TheCenter for Book Arts)입니다. 이 곳은 전통적인 책 제작 기법을 보존 및 진흥할 뿐만 아니라 책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보고 책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974년에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입니다.
이 곳은 책의 제작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배울 수있는 여러 가지 코스로도 유명한 곳인데요. 동시에 책을 소재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 단체에서 펴내는 북아트 관련 책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단체의 웹페이지에 가시면 전시장의 위치와 현재 진행 중인 행사에 대한 정보를 보실 수있습니다. 오는 토요일(2009년 1월 27일)에 작업장을 공개하는 오픈 하우스행사를 하는군요. 뉴욕 시티와 인근에 사시는 분 중에서 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그롤리어 클럽 과 북아트 센터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앞으로 두 군데 정도의 도서관을 더 소개하고 시리즈를 마감하겠습니다.^^
매번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책 그 자체네요. :) 최근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라는 그림책을 보고 북아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뉴욕에 이런 좋은 곳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코스도 많이 있고...토요일에 가봐야 겠습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