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랫 동안 글을 올리지 못 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면 늘 바쁩니다만 올 해는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다녀온 컨퍼런스 이 후 이어진 강의와 일거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겨우 여유를 조금 찾습니다.
지금은 우리들의 주위에서 듣기 힘들어졌지만 깐소네(Canzone, 깐조네 라는 발음이 원음에 더 가까습니다만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깐소네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습니다. )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는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며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노래들이 한국어로 불려지기도 했지요.흔히 번안가요라고 말하는 이런 노래 중에는 원곡이 외국곡인지도 모르고 그저 한국 노래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불려진노래들도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배경으로 6,70 년대에 발표된 이탈리아의 깐소네가 표현해내는 정서와 우리 한국인의 정서가 비슷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최근 한류 물결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인들의 정열적인 모습 때문에 우리를 '아시아의 이탈리아인'들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3,40년 전에도 이탈리아와 한국은 서로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이었지만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살고 또 정이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 상당히 닮았었습니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노래를 한 번 보시지요. "너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In Ginocchio da Te)"라는 영화 속에 삽입된 노래로서 영화의 제목이 노래 제목이기도 했지만 화면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나 친숙하다는 것을 발견하실 겁니다.
위의 화면에서 군복을 입고 열창을 하는 사람은 잔니 모란디(Gianni Morandi, 1944- ) 라는 이름의 가수입니다. 가수이면서 영화 배우이고 또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현재까지 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이 가수의 노래는 이 전에도 한 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소개해 드렸던 C'era Un Ragazzo 라는 반전 노래는 1967년 경의 작품이고 위에서 보신 노래는 1964년 경, 잔니 모란디가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되어 그의 이름을 이탈리아 전역에 알리면서 최고의 가수 자리에 오르게 한 노래입니다. 당시 백만장 이상의 음반이 팔렸고 모란디는 일약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지요. 갓 스무살의 잘 생긴 미소년이었기에 그런 인기가 가능하지도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노래의 멜로디와 화면에서 진행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충 가사의 내용이 짐작이 되실 겁니다.
위에서 소개한 화면의 서두에서 잔니 모란디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 동안 이 방송을 통해 제가 부르는 노래를 여러분께서는 많이 들으셨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제가 작곡한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에서야 비로소 이 노래에 맞는 가사를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심장이 (가사를) 불러 주었으니까요. 이 노래를 저의 까를라에게 바칩니다."
좀 진부한 멘트이기는 합니다만 노래는 여전히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강하게 전달됩니다. 천천히 클라이막스에 오르는 노래가 아니라 노래의 시작에서부터 강하게 외치는 "너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In Ginocchio da Te)"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In Ginocchio da Te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l'altra non e' non e' niente per me
ora lo so ho sbagliato con te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거야.
다른 여자는 내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나는 너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거야.
e bacero' le tue mani amor
negli occhi tuoi
che hanno pianto per me
io cerchero' il perdono da te
e bacero' le tue mani amor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거야.
나로 인해 눈물을 흘렸던 너의 두 눈 속에서
너의 용서를 구할 거야.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거야.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io cerchero' il perdono da te
e bacero' le tue mani amor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너의 용서를 구할 거야.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거야.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l'altra non e' non e' niente per me
ora lo so ho sbagliato con te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oh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거야.
다른 여자는 내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나는 너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거야.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사랑하는 여인에게 아마 큰 잘 못을 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돌아간다는 내용인데 영화의 장면으로 보아서는 그녀도 용서를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잔니 모란디가 데뷔를 한 것이 채 스무 살이 되기도 전인 1962년이었고 위에서 소개한 노래를 발표할 무렵 그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결혼과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군 입대 등 여러 일을 겪으면서 4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기도 하지만 과거 그의 히트곡들은 아직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아래의 장면은 스무살의 미소년에서 이제는 - 어떤 분의 표현처럼 - '미노년'이 되어가고 있는 잔니 모란디가 1999년에 이탈리아의 여성 로커인 쟌나 난니니(Gianna Nannini)와 듀엣으로 부르는 "In Ginocchio da Te" 입니다. 새로운 편곡 탓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멋진 노래입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안으로 갈무리된 중후한 모습의 모란디 하지만 여전히 치기어린 미소가 엿보이는 잔니 모란디와 평소와는 다르게 수줍은 듯한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힘찬 난니니의 목소리는 이 노래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이 블로그를 통해 그 동안 여러 명의 이탈리아 가수들과 그들의 음악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보니 제가 소개한 가수들의 대부분이 나이가 든 가수들이었습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대부분 나이가 든 가수들인가 봅니다. 그렇게 최소한 몇 십년 이상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가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저들과 같이 연륜이 쌓인 음악인들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젊은 가수들의 생기있는 목소리와 새로운 음악들도 좋습니다만 오랜 인생 경험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쌓여있는 나이든 가수들의 노래에는 젊은 가수들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물론 "그 무엇인가"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 가수의 음악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고 음악에서 표현되는
세상의 맛과 세월의 향기 그리고 어쩌면 긴 시간 노래해 온 그 가수의 인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오랫 동안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을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잔니 모란디는 1944년 생으로서 우리 나이로는 65세가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 음반을 내고 텔레비전에서 각 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팬들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60세를 앞둔 지난 2002년에 공식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으니 참 대단한 일이지요. 노익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너무나 젊고 활동적인 가수입니다. 이탈리아 가수들로 이루어진 축구단의 멤버로서 여러 차례 자선 경기를 펼치기도 했고 또 각 종 행사에서 끊임없이 초대받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잔니 모란디를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지난 해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 초청을 받아 노래했던 장면을 올립니다. "부자와 빈자(Ricchi e Poveri, 리끼 에 포베리)"라는 그룹의 노래로 우리에게도잘 알려진 "무엇이 될까(Che Sara')" 라는 노래입니다. 리끼 에 포베리도 나중에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잔니 모란디의 공식 웹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