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목을 보시고 Green day 라는 그룹의 노래 를 떠올리고 오신 분들에게는 미리 사과드립니다.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라는 제목의 노래가 여러 가지 있지요. 물론 Green Day 의 노래도 멋진 노래이지만 오늘은 또 다른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934년 Al Dubin 이라는 사람이 가사를 만들고 Harry Warren 이라는 이가 곡을 붙인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는 발표될 당시 제법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여러 사람의 가수들이 불렀는데 특히 최근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사람의 재즈 가수와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1950년 경 젊은 가수 한 사람이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1926년 뉴욕의 퀸즈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비록 집은 가난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빙 크로스비나 주디 갈랜드, 알 존슨 같은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 무렵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노래도 잘 했지만 그림에도 소질을 보여 결국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음악과 미술을 공부했다고 하는군요. 그러다가 그는 1944년 군대에 입대했고 2차 대전의 막바지를 유럽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전장을 누비며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한 그는 나찌의 강제 수용 캠프에서 벌어진 참상을 목격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전쟁이 끝이 나고 독일에 주둔하면서 군대 악단의 일원으로 동료 군인들을 위문하는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대 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연극학교에서 공부하며 벨칸토 창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뉴욕의 레스토랑이나 까페 같은 곳에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노래를 했고 한 두 장의 싱글 레코드를 발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재능을 인정한 한 가수의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공연에서 노래하던 그를 주목한 이가 당시 최고의 코미디언이던 밥 호프였지요.
밥 호프의 순회 공연에 가수로 참여하여 활동하면서 이 가수는 밥 호프의 권유에 따라 당시까지 사용하던 조 바리(Joe Bari) 라는 예명을 버리고 자신의 본명을 되찾습니다. 대신 이탈리아 식 이름에서 미국 식 이름으로 바꾸었지요. 안토니 베네데토(Anthony Benedetto)라는 이름 대신 토니 베넷(Tony Bennett)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최고의 음악인이자 레코드 제작자이기도 했던 미치 밀러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이 1950년 6월에 만들어낸 싱글 음반에 수록된 곡이 바로 "깨어진 꿈들의 거리" 였지요. 이 노래는 토니 베넷이 그 전부터 좋아하던 노래였다고 합니다. 데모 테이프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토니 베넷의 목소리를 듣고 미치 밀러가 아주 마음에 들어했고 그것이 결국 싱글 음반으로까지 이어졌지요. 먼저 토니 베넷이 부르는 이 노래를 들어 보시지요.
탱고 풍의 음악에 구식으로 들리는 관악기의 간주와 캐스트네츠 소리가 들리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I walk along the street of sorrow,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Where gigolo and gigolette can take a kiss without regret So they forget their broken dreams.
You laugh tonight and cry tomorrow, when you behold your shattered dreams.
And gigolo and gigolette awake to find their eyes are wet with tears that tell of broken dreams.
Here is where you'll always find me,Always walking up and down.
But I left my soul behind me in an old cathedral town.
The joy you find here, you borrow,You cannot keep it long, it seems.
But gigolo and gigolette still sing a song and dance along.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Here is where you'll always find me, Always walking up and down.
But I left my soul behind me in an old cathedral town.
The joy you find here, you borrow,You cannot keep it long, it seems.
But gigolo and gigolette still sing a song and dance along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1930년대에 이 노래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작사가가 생각한 것은 프랑스 파리의 거리였다고 합니다. 어찌 들으면 퇴폐적으로 들리기도 하면서 또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노래는 제목과 달리 토니 베넷에게는 꿈을 이루어준 노래가 되었습니다. 비록 이 노래가 차트의 상위에 올라가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토니 베넷이라는 이름을 음악계에 알리기에는 충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계기가 되어 만난 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그 이듬 해에 발표한 Because of You 라는 노래는 10주간이나 차트의 1위를 차지했고 아직까지도 즐겨 불리는 노래가 되었지요. 물론 토니 베넷은 최고의 인기 가수로서 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50년대 말이 되어 그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록큰롤이 등장했지만 토니 베넷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만일 예술가의 특징 중 하나가 경제적인 것에는 무관심한 점이라고 한다면 토니 베넷은 전형적인 예술가였습니다. 인기를 얻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경제적인 면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노래하는 것을 즐길 뿐이었지요. 하지만 그의 인기도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70년대가 되면서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마약에까지 손을 대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무렵 슬럼프에 빠진 그를 구해준 구세주가 나타났지요. 그리고 그 구세주는 바로 토니 베넷의 아들이었습니다.
그 아들 역시 당시 밴드를 조직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만큼의 음악적인 재능은 없었나 봅니다. 다행히 스스로도 그것을 빨리 깨달았고 동시에 그는 자신이 아버지가 가지지 못한 경제(비즈니스)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섰지요. 다행히 가수 아버지와 매니저 아들라는 특이한 커플의 활동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서서히 활동을 다시 시작한 토니 베넷은 의외로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여든이 넘은 아직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지난 2006년 토니 베넷은 그 동안 자신이 부른 히트곡들을 새로운 앨범에 담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는 셀린 디온, 스티비 원더, 보노, 엘비스 코스텔로 등 다른 젊은 음악인들과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발표한 노래 중에는 최초로 그의 꿈을 이루게해 준 노래 "깨어진 꿈들의 거리" 도 들어 있었습니다. 50년이 지난 다시 부른 이 노래는 스팅(Sting)과 함께였는데요. 아래에 연결합니다. 스팅의 목소리와 토니 베넷의 목소리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룹니다. 그리고 스팅만의 개성있는 창법이 이 노래의 맛을 더욱 살려 줍니다.
1950년대에 토니 베넷이 부른 이 노래는 뭐랄까요. '깨어진 꿈들'이 모여 서로 춤추며 키스하고 있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 그 모습을 보며 부르는 노래처럼 들립니다. 물론 아름다운 노래이지만 토니 베넷과 노래는 쉽게 하나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가수로서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 깨어진 꿈들에 대해 노래한다는 것이 좀 어폐가 있기도 하지요. 반면 2006년에 부르는 이 노래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스팅의 목소리 역시 노래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 노래에는 토니 베넷이 살아온 인생의 깊이가 들어 있다고나 할까요? 지난 시절 깨어진 꿈들의 거리에서 자신이 방황하던 것을 기억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제가 안타까운 것은 50년 전의 노래도 그렇고 50년 후의 노래도 그렇고 지금 깨어진 꿈들의 거리에 서서 그 속에서 고통을 받으며 노래를 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아니면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는 사람의 목소리일 뿐, 지금 그 거리에서 춤을 추고 키스하며 상처를 달래고 있는 지골로와 지골렛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제가 찾고 있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발견했습니다.
80년대 홍콩의 스타들 가운데에서도 우리 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장국영이라는 가수 겸 영화배우가 부르는 깨어진 꿈들의 거리를 들으며 저는 이 사람이야 말로 지금 그 거리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비극적인 죽음으로 마감한 이 가수의 생애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도 노래이지만 영상 속에서 보이는 배우들의 젊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한 번 비교해서 들어보시지요.
* 월요일 아침부터 너무 슬픈 노래를 소개해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이 글을 위해서 위키피디어에 실린 토니 베넷 항목과 토니 베넷의 자서전 The Good Life 를 참조했습니다.




덧글
마리솔 2009/03/16 13:16 # 삭제 답글
아...장국영....아직도 그가 떠난 4월 1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그렇게 떠나버리다니...
동영상속에서 넋두리하듯 노래부르는 거 보니까 다시 가슴이 아리네요.
천녀유혼을 극장에서 큰화면으로 보겠다고 인하대다니던 친구녀석이 알려준 학교근처 동시상영 극장까지 찾아가 보고 왔을 정도로
당시 장국영과 왕조현에 푹 빠졌었습니다.
영웅본색은 또 얼마나 봤던지...^^
우리나라 투유 초콜렛 광고(당시 이영애랑 찍은 것)도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 했었지요.
안그래도 오늘 네이버에 뜬 장국영기사를 보고 잠깐 생각하고 있었는데 클리오님 블로그에서 좋은 노래도 듣고 갑니다.
Clio 2009/03/17 10:44 #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천녀유혼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저는 장국영이 부르던 영웅 본색이란 영화의 주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 다 옛날 이야기지요.^^
사은 2009/03/16 18:42 # 답글
전에 토니 베넷을 말씀하신 후에 언제 포스팅해주시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그당시 노래들에 대해서는 후에 뮤지컬 영화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리메이크 앨범들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던지라 2006년에 이분 앨범이 다시 나왔다는 것을 들으면서도 이런 뒷이야기는 전혀 몰랐네요. 그저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도 드라마틱한 분들의 노래는 다시 들을 때 더 감회가 새로워지는 것도 같습니다. 게다가 장국영... 이제는 그저 가수나 배우가 아닌 하나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그가 이 노래를 부른 것을 듣게 되다니. ;ㅁ;
Clio 2009/03/17 10:48 #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토니 베넷 할아버지와 장국영이 같은 노래로 이렇게 연결이 되더군요. 올 해 초 애플 컴퓨터의 연례 행사장에 나타나 The best is yet to come 을 부르는 토니 베넷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 가수의 best 는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깊이가 쌓여가는 목소리 그리고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장소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들리는 이 분의 노래는 정말 대단합니다. 토니 베넷 말고도 사은님께서 언급하신 다른 스탠다드 재즈 가수들에 대한 글을 준비 중이지요.^^
딸기맘 2009/03/21 04:49 # 삭제 답글
저 영화 참 좋아했었는데요.. 장국영만이 할 수 있는 묘한 느낌의 연기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되어 슬퍼요. 참.. 왜 그리들 떠나는지 말입니다.
Clio 2009/03/21 06:23 #
동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떠났기 때문에 그들의 예술이 더 빛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갈수록 추해져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말입니다.
Signifie 2009/03/24 11:24 # 삭제 답글
Happy Together지요. 저 영화 보면서 너무나 절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MV만 봐도 그 느낌이 다시 오는군요. 어떤 배우들은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연기라는 게 보이는데 장국영이나 양조위는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고 그냥 본인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패왕별희에서도 장국영이 얼마나 슬픈 얼굴을 하던지 정말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구요. 흠... 저 영화들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Clio 2009/03/25 03:23 #
동감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영화들이고 배우들인데 그 중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보면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많이 바쁘실거구요. 그래도 지난 학기 보자는 한결 낫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