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친절한 사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만 도서관의 모든 사서들이 그렇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요. 어느 직업에나 마찬가지이지만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라도 도서관과 사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신 분들께는 그 나쁜 기억이 도서관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고 진정으로 이용자를 위해서 노력하는 많은 사서들이 계신다는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사서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모든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참 힘이 듭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가끔 사서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심하다 싶은 것을 요구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다 보면 사서와 이용자의 관계가 삐걱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 중에는 사서들이 정말 대하기 힘든 이용자들도 계시고 그래서 사서들이 피하고 싶은 분들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분이 계셨지요. 미국에 와서 처음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학생 조교로서 상호 대차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지 않은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부서에서 이용자들의 상호 대차 신청을 받아 그것을 다른 도서관에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겁도 없이" 이용자들이 찾아와서 질문을 하는 서비스 창구에 자리 잡고 앉아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 때 제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오시던 분들은 대부분 절실하게 자료가 필요한 분들이었고 특히 문제가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신청한 자료가 당장 필요한데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냐는 거지요. 그런데 저 역시 대학원생이었기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절실하게 기다리는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 이유 때문이었겠지만 대개의 경우 저는 그 분들이 아무리 화를 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이용자들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는 화를 내며 고함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압력을 넣으려는 분들도 있었지요. 물론 그렇다고 그 분에게 특혜를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상호 대차 업무의 특성 중 한 가지는 다른 도서관들과의 상호 협력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다른 도서관에 책을 빌려주는 것은 강제가 아닌 선의에 의한 것이고 빌려오는 측에서는 최대한 빌려주는 도서관의 정책에 협조를 해야한다는 것이 도서관 사이에서 지켜지고 있는 규칙입니다. 그렇다보니 저희로서는 특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저희가 하는 일과는 무관하게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강제로 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일이고 또 책이 배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런 점들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경우 화난 이용자들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상태에서 보낼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저희들을 찾아와 강하게 불만을 이야기하던 분 중에서 특히 "유명한" 대학원생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50대 후반의 L 여사였는데 저희들에게 질문을 하고 또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이 분의 태도는 매우 고압적이었고 적극적인 것을 넘어서 "공격적" 이었습니다. 마치 도서관 직원들은 자신과 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내뱉는 그 분의 말은 관계 없는 사람이 듣더라도 아주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지요. 그리고 일종의 "도서관 머피의 법칙"입니다만 꼭 그런 분에게 배달 사고를 비롯해서 문제가 더 많이 일어났고 그래서 그 분이 저희 사무실을 찾는 일이 더욱 잦아졌습니다.
처음 그 분을 대하고 나서 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말투나 행동이 마치 하인을 부리는 귀족같았으니까요. 마치 그 앞에서는 "예, 마님" 이렇게 이야기해야할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일주일이면 두 세번은 사무실에 찾아오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불만을 듣다 보니 나중에는 그 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생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무서운 이용자였지요.
그런데 비록 L 여사가 그렇게 행동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지요. 다른 이용자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그 분은 그대로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문제가 일어난 것은 저희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일어나는 배달 사고와 같은 문제들이었지만 그 분에게는 우리가 유일하게 항의할 수 있는 곳이었지요. 하지만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참 바쁜 시간에 전화를 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차를 타고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로 지나가겠다. 자기가 신청한 책을 그 쪽으로 들고 나와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모든 동료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면서 언제부터인가 은근히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 왔길래 “저 따위" 행동을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불만이 커지면 커질수록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그래 두고 보자. 도대체 얼마나 오랫 동안 그렇게 심술궂은 얼굴로 우리 사무실을 찾을지 한 번 두고 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전 정신이 불끈 솟아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한 더 웃는 낯으로 대하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더 신경을 썼습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L 여사에게 필요한 자료를 최대한 신속하게 제공해서 가능한한 빨리 학위를 마치고 우리 학교를 떠나게 하자는 계산도 있었습니다.(동료들에게 한 농담입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 바로 그 분의 직업이었습니다. 변호사시더군요. 그리고 법률 회사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들은 변호사들의 업무 스타일이 그랬습니다. 아주 공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는 "아, 그래서 이렇구나." 싶었습니다. 종종 그 분이 필요한 자료를 찾으며 도서관 외부의 다른 사람들, 출판사나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저에게도 참고하라고 보냈는데 그 이메일 속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도서관에서 행동하는 것과 한치도 틀림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지요. 어떤 학술지에 나온 논문을 저희들에게 신청했는데 찾아 보니 아직 정식으로 출판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도 없었지요. 그 말은 상호대차를 통해서는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빌려올 도서관이 없는데 어디서 빌려오겠습니까? 하지만 이 사실을 L 여사에게 이해시키는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이 논문이 꼭 필요하다는 그 분에게 그렇다면 저자나 학술지 편집자에게 직접 요청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지요.
저의 그런 말을 듣고 그 분은 당장 학술지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그 이메일을 보내면서 저에게도 참고하라고 복사본을 보냈는데 처음 보는 학술지 편집자에게 다짜고짜 다음 달에 출간 예정인 논문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이메일을 읽으며 저는 그것을 받아 본 학술지 편집자의 얼굴이 떠올라 혼자 웃었습니다. "나는 이런 이런 사람인데 사정이 이러 저래해서 그 논문이 꼭 필요하다. 보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필요한 비용은 지불하겠다." 이런 말들이 이 경우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인데 L 여사는 자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마치 빌려준 것을 돌려 받는 사람과 같은 태도로 논문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이메일을 썼더군요. 당연히 논문을 받을 수 없었고 결국 그 학술지가 출간이 되고 난 이 후에야 논문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만 그 이메일을 보면서 저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몇 달을 보내면서 매 주 한 두번씩 부대끼다보니 정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L 여사의 웬만한 불평이나 잔소리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며칠 찾아 오지 않으면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L 여사도 제가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였는지 적어도 저와 대화할 때는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지고 웃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가끔은 고맙다는 말도 하고 말입니다. 결국 제가 이겼지요. 대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동료들과는 점점 더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이 한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재차 저에게 확인을 하고는 그제서야 말을 믿으니 저로서는 다른 동료들을 보기가 참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호 대차 담당 부서 뿐만 아니라 대출대나 참고 봉사대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켜 도서관 직원들의 회의에서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고 이니셜만 이야기해도 도서관 직원들이 "아, 그 사람"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분과 친한(?) 제가 거의 전담 사서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L 여사의 모습을 도서관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졸업을 하셨나 싶었지요. 가끔 L 여사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면 다들 시원해했지만 약간은 섭섭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분은 도서관 사서들의 일상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시던 분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우연히 올바니의 한 병원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멀리서 저를 보고는 아주 반갑게 걸어와서 인사를 하시더군요. 저도 반가워서(정말입니다.^^) 요즘은 잘 지내시냐고 물었더니 이제 20대 초반인 아들이 백혈병으로 입원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잠시 공부를 접고 아들을 간호하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도서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슬픈 표정을 보이시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곧 이어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불만을 저에게 늘어 놓는 겁니다. 역시 변하지 않으셨구나 싶어 반갑기도 하더군요.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제가 가서 '처리 방법'을 알려드렸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분을 다시 만난 것이 지난 해 말 도서관에서였습니다. 그 무렵 저는 상호 대차 부서에서는 이 전과 다른 업무를 맡아 직접 이용자들을 상대하고 있지는 않았지요. 그리고 역사 담당 주제 전문 사서로서 별개의 업무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상호 대차와 연결이 되어 그 분을 직접 만날 일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분의 전공 분야가 역사가 아니니 저로서는 접촉할 기회가 줄어있었지요. 몇 년만에 만난 그 분의 모습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며 사람을 깔보는 듯한 눈길 등등.. 아드님의 소식을 물었더니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이제 막 학교로 다시 돌아와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상호대차 담당 직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 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지긋지긋해했습니다. 그 사이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과거의 "유명했던 에피소드"들을 들려 주며 미리 경고를 하더군요. 그리고는 모든 것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규정대로만 하라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철저하게 사무적으로 대하라는 거지요. 잘 해주면 해줄 수록 요구 사항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더군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니 제 동료 직원들이 아주 불친절한 사람들 같습니다만 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 감사 편지도 받고 연말이면 사무실에 카드와 초컬릿을 들고 감사 인사를 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제 동료들은 아주 친절한 사람들입니다.다만 L 여사의 경우는 그 분이 워낙 거세게 항의하고 고압적으로 요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변한 거지요.
저에게 하는 말이 "만일 P 교수님이 부탁을 한다면 비록 내가 해야 할 업무 영역를 넘어서는 일이지만 직접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료를 구해 오겠다. 하지만 L 여사는 아니다. 그렇게 하기 싫다. 내가 해야 할 일만 하겠다" 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여기서 말하는 P 교수님은 아주 친절하고 매너가 좋은 멋진 교수님이십니다. 구하기 힘든 자료들을 늘 신청해서 동료들이 애를 먹지만 매 년 잊지 않고 카드와 초컬릿 상자를 보내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시는 분이지요. 상황이 그렇다보니 동료들을 뭐라 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떻겠냐는 제 생각만 말해주고 또 필요하다면 저에게 SOS를 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그 이후 들려오는 소리는 썩 좋은 이야기들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L 여사는 변하지 않았고 이제는 동료들도 제법 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소리를 높여 말하니 L 여사가 말을 듣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 감정이 격해지고 대하는 태도들이 사무적으로 변해가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지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며칠 전 참고 봉사대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찾고 있는 책이 있는데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고 해서 늘 그렇듯 제가 가서 찾아드리고는 논문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이런 저런 안부를 물었지요. 제가 상호 대차 사무실에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을 하는데 제 기분이 좀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별 문제가 없냐고 물었더니 "뭐 그렇지요." 하는 알듯 말듯 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다른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호 대차와 관련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더군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5시경에 제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그 분의 목소리가 상호 대차 사무실안에서 들려왔습니다. 그 곳에서 이용자들을 맞는 것은 4시 30분까지이고 그 이후에는 사무실의 문을 닫는데 아마 닫힌 문을 두드리고 안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도 종종 그렇게 하셨지요. 당시 오전 9시부터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8시 반부터 와서 문을 두드리고 또 7시 30분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왠 전화를 받지 않느냐며 메세지를 남기기도 한 적이 있는 분이라 역시나 하며 지나쳤습니다. 제 사무실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다가 몇 가지 자료를 복사할 일이 있어 다시 상호대차 사무실을 지나치는데 아직까지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슬쩍 보니 최근에 들어온 신입 사서 S 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시간은 이미 5시 30분이 넘어 있었고 S 는 자신의 퇴근 시간을 넘겨가며 그 분과 상담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일단 복사를 마치고 상호대차 사무실에 다시 들렀습니다. 급한 제 일은 다 마쳤으니 만일 그 때까지 L 여사가 사무실에 있으면 일단 S 를 퇴근하게 하고 제가 대신 이야기하려 했었지요. 그런데 L 여사는 이미 가고 없었고 S 는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S 에게 물었으니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L 여사가 찾는 논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보기가 좀 안타깝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논문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L 여사가 신청한 자료의 서지 정보가 엉터리여서 논문을 구할 수가 없었지요. 본인은 맞다고 하고 담당 직원은 그런 논문은 없다고 하고 그래서 옥신각신 했었다고 합니다. 상대가 L 여사이다 보니 그녀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다른 직원들은 단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그런 논문은 출판된 적이 없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다시 알려 주세요." 보통 이런 경우 일반적인 이용자라면 저희들이 정확한 논문의 서지 정보를 찾거나 비슷한 서지 정보를 찾아 이게 맞느냐고 이용자께 확인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L 여사였고 그래서 서비스는 그 시점에서 종료되었던 거지요.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그 이 후 이어지는 S 의 말이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자기는 맞다고 생각하는 서지 정보를 들고 와서 보라고 내놓는데 좀 안타깝더라. 우리는 L 여사가 그런 사람이니 규정대로만 한다고 하지만 자신은 답답했던 모양이더라. 그래서 같이 앉아서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하고 결국 그 논문의 저자 그리고 그 논문을 인용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서 직접 연락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좋아하면서 네 이야기를 하더라. 예전에 Clio 는 이랬는데 왜 요즘은 안 그러느냐고 또 불평을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나(S)를 찾아 오라고 그랬어"
사실 S 는 도서관학과 과정에 있을 때부터 저희들과 같이 일을 한 친구입니다. 아르바이트로 일을 할 때 제가 느낀 것은 일은 참 열심히 하는데 너무 신중해서 일 처리가 느리고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남들보다는 더디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빠릿빠릿"한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진중하면서도 친절한 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일단 임시직으로 몇 달간 고용을 한다고 했을 때 저도 찬성을 했었는데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시직 고용 기간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잡아 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L 여사가 졸업할 때까지 그녀를 전담할 전속 사서가 생기는 거지요.
L 여사와 이야기했던 S 본인도 그 상황을 그리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저 보기가 안타까웠었다. 그리고 나중에 웃으며 나가는데 아주 흐뭇하더라" 고 얼버무리는 S 의 말과 표정에서 이 친구도 역시 저와 같은 종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남들을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이상한 종류의 사람들이지요. 그리고 나서 퇴근하는 S 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무서운 놈, 한 수가 있었구만 ... 그런데 저 놈보다 더 '무서운' 사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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