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참고 봉사대에서 근무하던 동료 사서가 도서관의 다른 사서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도서관에 들어온 이용자 중에 앵무새와 비슷하게 생긴 새를 데리고 온 이용자가 있었다.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이 새가 가끔 울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이용자에게 가서 도서관에는 애완용 동물을 데리고 들어 올 수 없다고 말하자 그 이용자는 그 새가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자신을 돕는 서비스 동물(Service Animal, 장애인 보조 동물) 이라고 말해서 그냥 두었다. 제대로 처리한 것인가? 혹시 앞으로 같은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이미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도서관에는 애완 동물을 데리고 들어 오실 수 없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얼마 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책까지 나온 도서관 고양이 듀이(Dewey Readmore Books)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그 도서관에서 듀이는 애완용 고양이가 아니라 직무 설명서(Job Description) 까지 가지고있던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듀이가 할 일 중에는 도서관 직원 및 방문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 외에도 국내외에 그 도서관을 홍보하는 일까지 다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도서관에는 어떤 종류의 애완 동물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도 가끔 애완용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오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특히 파리스 힐튼의 치와와가 유명해진 이 후 여학생들 가운데 작은 크기의 치와와를 데리고 도서관에 오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미처 도서관 직원이 발견하지 못 한 경우는 할 수 없지만 만일 저희들이 동물을 발견하면 일단 정중하게 애완동물은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데리고 나가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이용자 중에는 그들이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가족과 마찬가지라고 하시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이유를 들어 예외를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요구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렇게 예외를 만드는 경우 강아지 뿐만 아니라 거미나 도마뱀 같은 동물들을 가족처럼 사랑하시는 분들이 그 동물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거절할 명분이 없지요. '동물 차별'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에 예외를 적용받는 동물들이 바로 장애인 보조 동물들입니다. 1990년에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에 따라 신체적인 장애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는 목적에서 특별하게 훈련된동물들은 공공 장소에 입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공공 장소에서는 이런 동물의 입장을 거부해서도 안됩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 날 앵무새를 데리고 있던 여학생은 그 새가 장애인 보조 동물이라고 했고 참고 봉사대에 있던 사서는 그 동물에 대한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 몇 년전까지 같이 근무하던 동료 사서 중에는 P 라는 이름의 개를 데리고 다니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 동료는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었는데 검은색의 레브라도 종으로서 상당히 덩치가 크던 P 는 언제나 그 분의 곁에서 같이 다니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오랫 동안 훈련을 받은 덕분이겠지만 신통하게도 문을 열고 닫는 일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더군요. 그 때 P 는 도서관 직원들의 마스코트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P 를 보면 쓰다듬어주면서 좋아했지요.(참고로 말씀드립니다만 안내견들을 보시더라도 함부로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Choi님의 글을 참고해 주십시오.) 그리고 P 도 자신이 도서관에 있는 것을 알아서였는지 한 번도 짖는 법이 없었고 동료 사서가 일하는 동안은 늘 그녀의 책상 한 구석에 자는 듯 누워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에서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최대한 쉽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문을 비롯해서 엘리베이터나 높이가 조절이 되는 책상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동이 부자유스러운 분들에게는 도서관에서 책을 집까지 배달해 드리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장애인법에 따라 공공 시설에서는 의무적으로 그런 시설들을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이기 때문에 더 많은 배려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자원 봉사자들을 이용해서 그 분들의 수업을 돕습니다. 강의실에 이동할 때 동행하면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교재를 읽어 주거나 교재의 내용을 스캐닝하고 컴퓨터를 통해 음성으로 전환해서 제공하기도합니다. 시험 기간이 되면 같이 앉아 시험 문제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장애가 있는 분들이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어쨌던 그렇게 새와 관련된 이메일을 받은 직원들 중에는 도서관 내의 시설물 관리와 안전 및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었고 그 분은 학교 내에서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전담하는 센터에 문의하여 적절한 행동 요령을 파악하고 다시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지요.
물론 미국의 장애인법에 따른 사항입니다만 먼저 이용자가 장애인 보조 동물이라고 말한 이상 이용자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물론 장애인 보조 동물로서 등록이 되어있겠지만 안내견처럼 명백하게 드러나는 표시를 한 동물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서비스 동물들도 있고 장애인 보조 동물이라는 것을 반드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공공 기관에서는 이용자가 서비스 동물이라고 한 이상 어떠한 종류의 증명서나 추가적인 서류를 요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그 서비스 동물이 해당 기관의 업무 진행에 심각한 방해를 하거나 이용자 모두에게 위험을 가할 요소가 있는 경우 그 동물의 입장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더군요. 예를 들면 그 새가 시끄럽게 울어대서 다른 이용자들 대부분에게 방해를 줄 경우 퇴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다른 이용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알레르기나 두려움을 이유로 장애인 보조 동물의 퇴장을 요구할 경우 그것은 입장을 거부할 이유가 되지 못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 내용을 전하던 그 직원은 개인적으로 그 새가 장애인 보조 동물이라는 이용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혹시라도 문제가 일어나면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부탁도 했었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캠퍼스 내의 장애인 서비스 센터 직원과 통화한 동료 사서가 보낸 이메일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앵무새가 실제 장애인 보조 동물이고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새를 데리고 다니던 이용자께서는 어떤 병을 앓고 있는데 그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발작을 이 새가 미리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용자는 미리 대비를 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따라서 그 새는 완벽하게 합법적인 장애인 보조 동물인 셈이지요. 그런데 그 이메일을 받고 몇 분 후에 나이 지긋한 동료 사서 D 가 보낸 이메일을 보고 저희들은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메일에서 D 는 이렇게 말하다군요.
"며칠 전 장애인 보조 동물에 대한 다큐먼타리를 보았소이다. 나는 견공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참 다양한 종류의 장애인 보조 동물이 있더군요. 그 중에는 말(Horse) 도 있더이다. 앞으로 참고 봉사대에는 말똥을 치울 삽과 빗자루를 준비해야하는 것은 아닐런지..."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삽과 빗자루를 준비할 수도 있는 곳이 도서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개방되어야 하는 곳이니까요. 도서관에 오고 싶지만 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오지 못하는 분이 생겨서는 절대 안됩니다. 정부의 도서관 진흥 계획에 따라 새로운 도서관들을 많이 건립한다고 합니다. 도서관을 건립하시는 지방 자치 단체의 책임자들께서는 도서관을 설계할 때 이런 점들도 당연히 고려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시설 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건립하는 위치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을 곳을 선택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한 산 중에 설치하면 도서관을 독서실로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도서관을 도서관으로 이용하실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시오.
글을 마치며 제가 처음 미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의 한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는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보도를 많이 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시의 한 버스에서 지난 1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알라딘과 Flickr 의 acpl 님 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 2009년 4월 3일에 추가합니다.장애인 보조 동물로 이용되는 말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보도된 ABC 방송의 뉴스를 링크합니다. 이메일을 보냈던 동료 사서에게 다시 물어보니 다큐먼타리가 아니고 뉴스였다고 하더군요.
Is a Seeing-Eye Horse a Service Animal? Some Use Horses, Monkeys, Snakes as Service Animals from ABC Good Morning America 추가적으로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장애인보조동물에 관한한 법률을 매우 넓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러한 장애인 보조 동물의 경우 공식적으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동물이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인정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각 지방 자치 단체의 조례에 의해 등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등록과 관련된 문서를 항시 휴대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보조동물로 이용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에도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조동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의 종류도 광범위하게 적용이 됩니다. 신체 활동에 대한 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에 생기는 장애에 대해서도 보조동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 링크한 뉴스에서도 나옵니다만 강박증과 같은 불안장애가 있는 환자가 원숭이를 통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경우 이 환자는 어디에나 원숭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이지요.
아울러 각 지방의 조례가 미국장애인법과 배치될 경우 연방법이 미국장애인법이 우선이라고 하는군요. 예를 들면 어느 시에서 동물의 식당 출입을 금지하는 조례나 법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연방법인 미국장애인법이 우선함으로 장애인보조동물들은 여전히 식당에 출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글에서 소개한 앵무새에 대해서는 저도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몸에서 일어나는 발작을 예견하는 능력이 있어서 환자가 이용한다고 하는데 장애인 보조 동물이라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장애인 법에서는 동물이 장애인보조동물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까지는 물을 수 있지만 소유주의 장애에 관한 더 이상의 질문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보조동물에 대한 미국의 법령이나 그 외 정보가 더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십시오.ADA Home Page - ada.gov - Information and Technical Assistance on 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ADA Business Brief: Service AnimalsCommonly Asked Questions about Service Animals in Places of Business Reaching Out to Customers with Disabilities -- an online ADA course for businessesLegal Briefing-Service Animals under the ADA from Equip for E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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