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  도서관  *  책소개  *  인터넷  *  역사  *  세상  *  음악  *  기타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가 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 한 사람이 읽어보라며 보내 준 블로그 포스팅이 있었습니다. Wired.com 블로그에 올라온 그 포스팅에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에 나오는 빅브라더(Big Brother)를 염두에 두고 그것에 상대되는 리틀 브라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오웰의 소설에서 빅브라더는 국민 모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절대 권력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루어진 기술의 발전은 그것을 어느 정도 가능한 일로 만들어 주고 있지요. 하지만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하는 리틀 브라더들은 그러한 기술 발달에 힘입어 빅브라더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의 예로 든 것이 바로 얼마 전 런던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담장 근처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사망한 한 영국인의 이야기였습니다. 경찰의 발표는 그 사망자가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를 일으켰다는 것이었지만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의하면 사망하기 직전 경찰이 이 사람을 떠밀어 쓰러지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만일 그 휴대폰 동영상이 없었더라면 경찰의 발표를 반박하기가 힘들었겠지요. 이와 같이 빅브라더로 상징되는 정부 권력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수 많은 리틀 브라더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정보 통신기술의 발달은 그들의 활동을 더욱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글에서 말하는 리틀브라더는 디지털 정보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일반인들로서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방문객들 역시 그와 같은 리틀 브라더에 포함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단 영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의 시위 현장은 물론 생활 곳곳에서 이러한 리틀 브라더들을 찾을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예전 80년대에 시위가 있을 때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경찰이나 기자들뿐이었지만 지금은 시위대와 경찰 양 쪽에서 모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리고 카메라 뿐만 아니라 무수한 휴대폰들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고 그것이 때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리틀 브라더 개개인이 가진 힘은 약하지만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이들이 빅브라더를 충분히 견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리틀 브라더들의 활동이 제대로 적절하게 "활용"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저 흥미거리로 심심풀이 삼아 보는 짧은 동영상이 아니라 행동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구로서 활용되어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기 이전에 시작되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1992년에 미국에서는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구타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한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에 찍혔고 그것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가 있었지요. 그 일은 LA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습니다만 그 일을 계기로 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개인들의 힘 특히 공식적인 미디어가 아니라 개인들이 만들어낸 미디어의 힘에 대해 생각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세계적인 가수인 피터 가브리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고 그의 지원에 힘입어 1992년에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Witness 라는 단체가 만들어집니다. 이들이 최초에 시작한 활동은 전세계의 인권 운동가들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나누어 주고 빅브라더의 폭력을 감시하는 "작은 형제 자매(Little Brothers and Little Sisters)"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나누어 주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디오 촬영과 관련된 기술적인 지원과 교육은 물론이고 활동가들이 촬영한 비디오가 공식미디어에 소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 활동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어떤 사건을 촬영하고 그것을 미디어를 통해 내보내는 일, 그 이상의 활동이었습니다. 즉, 이들은 세계 각지의 활동가들이 수집한 영상과 음성, 그리고 사진들이 실제적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지요.그래서 그런 힘을 가진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면에서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더 쉽게 만들어 주었지요. 그래서 이들은 수집하는 영상을 Hub 라는 자신들의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나 기타 동영상 제공 서비스들이 있지만 이곳은 정부 기관의 검열로 인해 자료가 삭제되거나 혹은 자료를 올린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일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보호 장치를 갖추고 웹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업로드 한 사람의 인적 사항이 밝혀질 수 있는 IP Address 를 아예 저장하지 않는 방식을 택해 설사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조사를 하더라도 자료를 올린 사람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 곳의 서버에 업로드된 동영상 파일들은 쉽게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해서 이용도를 더 높였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동영상들과 함께 관련 이슈들에 관한 상세한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그러한 문제가 되는 일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에 관한 정보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리틀 브라더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이와 같은 리틀 브라더들의 활발한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눈에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영상을 기록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공개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위에서 말한 빅브라더를 견제하는 리틀 브라더로서의 긍정적인 활동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들도 생깁니다. 더구나 고의로 남을 괴롭히기 위해 혹은 그저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하여 문제는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결국 긍정적인 리틀 브라더들의 활동이 빅브라더에 의해서 탄압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리틀 브라더들의 활동이 빅브라더에 의해서 교묘하게 조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빅브라더가 리틀 브라더인양 행세하면서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잘못된 정보들을 전하면 어떻게 될까요?조잡한 화면과 잡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등 누가보아도 아마추어가 급하게 찍은 것 같은 비디오는 전문가들이라면 쉽게 만들 수 있지요. 만일 빅브라더가 마치 아마추어의 그것처럼 보이는 그런 종류의 영상을 만들어서 리틀 브라더인양 행세하면서 그것을 퍼뜨리는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리고 그 영상 속에는 치밀하게 연출된 빅브라더의 메세지가 들어 있다면요.

설사 그런 영상이 거짓으로 의심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작된 영상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런 가짜 리틀 브라더들의 영상은 진짜 리틀 브라더들의 영상조차도 의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빅브라더는 자신이 원하던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리틀 브라더들의 활동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필요할까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가짜 리틀 브라더들의 거짓된 정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서 정보 기술이 존재하는 이상 그것을 나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도구와 그것이 가진 힘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여
생산적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있겠지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 도구가 만들어 낸 생산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현명하고 사려깊게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려 깊은 판단력은 인터넷이나 정보 통신 기술과 같은 것만으로는 길러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완벽한 객관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런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래도 최대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객관적인 눈으로 사실을 살피고 그것을 토대로 사려 깊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결국 정보 통신과 인터넷의 등장이 빅브라더를 견제하는 수많은 리틀 브라더들을 만들어 내었지만 그들의 활동이 건설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우리 머리 속에서 수 십만년 내려오는 '도구', 즉 제대로 생각하는 두뇌가 필요합니다.  모든 일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의 시대에도 여전히 책읽기가 중요하고 토론과 생각하는 훈련 그리고 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래에 어떠한 종류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다루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싸이트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by Clio | 2009/04/17 12:11 | 세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트랙백 주소 : http://cliomedia.egloos.com/tb/229313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4/17 13:17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인가 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4/18 11:24
동감입니다. 제대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지요.
Commented by 은현 at 2009/04/17 13:52
성숙한 시민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하하
Commented by Clio at 2009/04/18 11:24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Commented by DECRO at 2009/04/17 14:46
왠지 요새는 리틀 빅 브라더죠.
Commented by Clio at 2009/04/18 11:24
리클 빅 브라더라는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hoo at 2009/04/17 20:35
언제나처럼 좋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수많은 '리틀 빅 브라더'에 휘둘리게 되기 쉽지요. 자료가 정말 많아져서 그 어느때보다 '제대로 생각하는 두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4/18 11:26
글쎄 말입니다. 우리 두뇌는 "생각하는 도구"로 존재하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지요.
Commented by zizi at 2009/04/18 09:56
저년오크 사건때 옆에서 찍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오크 뜻대로 흘러갔지요...빅 브라더에 대항하는 리블 브라더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기본 '개념'이 있어야 가능하죠. 이 사회의 개념은 안드로메다에...철이와 메텔은 그 개념 찾아 한국에 반납해 주기를....
Commented by Clio at 2009/04/18 11:27
그 덕에 안드로메다에 사는 사람들은 개념이 꽉 차있다고 하더군요. ^^ 철이와 메텔이 빨리 '개념'을 찾아 돌아오기를 빌어봅니다.
Commented by seawolf at 2009/04/18 12:08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냥 걸어다니는 괴기덩어리에 불과하죠.. 그걸 가능하게 하는것은 무한한 상상력과 비판력.. 모든 정부가 빅 브라더가 될려고 하는걸 보면.. 하기야 그럴수 빡에 없죠... 0.1%에 기득권을 위해서 존재하는 정부니...
Commented by Clio at 2009/04/21 03:56
그것이 모든 정부의 특성이고 보면 제대로 된 사고력과 비판력 그리고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