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은 책으로 가득차 있는 방입니다. 물론 한 면 정도는 밖으로 열린 창문이 있어서 하늘과 나무들을 볼 수 있고 또 그 창문을 통해 밝은 빛이 들어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책으로 가득찬 방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또 따뜻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한 가지 크기와 같은 색깔의 책들이 가지런하게 정열된 있는 그런 책장이 아니라 들쑥날쑥 여러 크기와 두께 그리고 다양한 글자체와 여러가지 색으로 꾸며진 책들이 꽂혀 있는 그런 책장이 더욱더 아름답습니다. 그런 곳에 있으면 책등과 그곳에 인쇄된 제목들을 읽는 것 만으로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런 방에 들어가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것 같고 또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지 모를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정리 방식은 정리한 흔적이 나지 않게 무질서하게 쌓아둔 것 같지만 그 나름 대로의 체계가 있는 방식, 그래서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그 방 주인은 언제나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방식입니다. 물론 늘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을 찾아서 온 방 안을 뒤지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책을 다시 발견하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원래 찾던 책은 잊어버리고 오랫만에 발견한 책에 빠져버릴 수도 있는 그런 방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질서속의 질서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책을 꽂아둘 책꽂이는 필요합니다. 그것은 책을 오래 동안 보존하기 위해서도 더욱더 그러합니다. 책들끼리 쌓아 놓다 보면 위의 놓인 책의 무게 때문에 아래에 깔린 책이 변형되는 경우도 있고 세로로 세워 놓는 경우도 다른 책이 똑바로 서있도록 지탱해주는 북엔드의 역할을 하는 책이 생길 수 있죠. 그러다 보면 그런 책은 보기 싫게 책등이 휘어지거나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오늘은 책을 정리하는 책꽂이들을 찾아 봤습니다. 지금 제가 사용하는 책꽂이는 원래부터 약하게 만들어진 것이라 몇 차례 보강 공사를 제가 직접했지만 이제 서서히 한계에 달한 것같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새로운 모델의 책꽂이들을 찾다가 흥미로운 그림들을 발견했습니다. 한 번 보시지요.
Marcos Breder 가 만든 위의 책꽂이는 방정식(equation) 책꽂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책꽂이 중간에 크고 작은 괄호나 꺽쇄 묶음 기호 등이 보일텐데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가장 가운데에 있는 괄호 속에 넣고 중요도에 따라 적절하게 큰괄 호와 묶음 기호를 이용해서 책을 꽂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라트비아의 디자이너인 Stanislav Katz 씨가 디자인한 위의 책꽂이는 책을 꽂는 공간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같이 마련된 책꽂이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책꽂이 위에 앉거나 누워 책을 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지요. 그런데 앉기에는 좀 불편할 것 같고 결국 사진처럼 거의 누운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만 잡으면 잠이 온다는 분에게는 그리 권하고 싶은 책꽂이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야 책꽂이가 필요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래에는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책꽂이인데 훨씬 더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책을 읽는 공간의 윗부분에 독서등까지 달려 있고 눕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앉을 수 있으니 그것도 훨씬 더 나을 것 같구요.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칸이 나누어진 아래의 책꽂이는 얼핏 보기에 아주 흥미로운 장식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꽂이 꽂힌 책 제목을 보기 위해서는 목을 좌우로 기울여가며 읽어야 할 것 같군요. 게다가 실제 책들의 무게가 가장 아래에 있는 한 권의 책에 집중될 것 같습니다. 좀 약해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작은 문고판 책들을 이리저리 놓아두기는 편할 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공간이 작아 책꽂이를 들이기 힘든 분들을 위한 아이디어 입니다. 방의 천정에 나무로 밑판을 대고 칸을 만들어 책을 놓아 두었습니다.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천정이 낮아지기 때문에 책을 꺼내기도 쉽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책꽂이를 만들고 그 안에 등을 달아 은은한 조명을 방에 비치게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아래에는 공간 절약 정식으로 가득찬 몇 몇 책꽂이 들입니다. 그리고 링크를 따라가시면 좁은 공간에서 책을 수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책 꽂이는 좀 혼란스러워 보입니다만 여러 가지 크기의 책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주 유용할 것 같습니다. 특히 큰 크기의 화집을 소장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세로로 책을 보관하는 것보다는 가로로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좋지요. 그런 면에서 아래에 있는 책꽂이가 유용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레고 블럭을 쌓듯이 책꽂이의 크기와 구조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책 정리를 자주 하시는 분들이라면 책의 위치를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책꽂이의 모양까지도 한꺼번에 바꾸어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책꽂이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oon-Zee Kim 이라는 분이 디자인을 한 이 책꽂이는 책만 꽂는 것이 아니라 책상이나 의자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제품인 것 같습니다. 대신 저처럼 근수가 좀 나가는 사람이 앉을 때는 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중에 걸려 있는 아래와 같은 책꽂이도 참 특이합니다. 저렇게 걸린 책들을 보고 있노라니 정육점에 매달린 고기가 생각이 나는군요. 웬지 저런 책들은 "한 권에 얼마" 하는 식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무게 단위로 팔 것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래의 책꽂이는 그리 특이해 보이지 않아보입니다만 책꽂이의 단면에 아주 강력한 자석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로 못을 박거나 하는 일 없이 금속 재질의 표면이라면 어디에나 달라붙고 또 책을 놓아도 충분할 만큼의 힘으로 붙어 있다고 하는군요. 설치는 자유롭겠지만 그래도 책을 올리기에는 좀 불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디자이너 홍석민 님이 만든 아래의 책꽂이는 Movement Bookcase 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의 아래에서 보시는 것처럼 사람의 팔과 다리 모양으로 된 부분을 잘 조절하시면 책을 감싸안고 있는 듯한 아주 특이한 책꽂이가 만들어지는군요.
아래에는 조원석님이 디자인한 "책걸이(Book Hanger)"입니다. 일반적인 책을 저렇게 걸어놓을 경우 책에 변형이 올 수 있을 것 같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조원석님의 설명처럼 책을 읽다가 읽던 부분에 책갈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책걸이에 걸어두면 다음에도 쉽게 읽던 부분으로 찾아갈 수 있겠지요. 책 보다는 파일이나 바인더 종류를 걸어 두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홍석민 님과 조원석 님의 다른 디자인 작품들은 samulnoli.com 에서 보실 수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책꽂이는 "거꾸로 책꽂이"라고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혹시 사진을 거꾸로 올린 것이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실제 저런 방식으로 책꽂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이 자리에서 한 가지 힌트를 드린다면 사진에 있는 책들은 강력한 고무 밴드에 의해서 매달려 있습니다.
침대 위에 걸린 아래와 같은 책꽂이는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읽는 분들에게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책꽂이에 달려 있는 독서등은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읽던 부분을 밑으로 해서 독서등 뒤에 책을 얹으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고 나중에 책을 읽기 위해 책을 들면 다시 불이 들어오는군요. 침대 근처에서 사용하기에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혹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그 안에 누워 책 읽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런 분들을 위한 책꽂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습기가 있는 근처에 책을 보관하는 것은 절대 피하셔야 할 일입니다. 그냥 재미로 한 번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아래에는 이글루스 블로거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책꽂이를 소개합니다. 공간이 좁아 책꽂이를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라도 잠을 자기 위해 침대는 들여놓습니다. 대개의 경우 침대는 누워 있는 공간이므로 침대 위에 있는 공간은 그리 활용되지 않습니다. 아마 그런 아이디어에서 출발을 한 것 같은데요. 일본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침대의 주위를 둘러싸는 책꽂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 책꽂이를 마치 이글루처럼 만들어서 둥근 이글루의 벽 안밖에 책을 꽂을 수 있게 만들었지요.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책꽂이 너머에 침대가 놓여있습니다.
위의 사진 만으로는 언듯 감이 안오지요. 아래에는 침대에서 보이는 책꽂이의 모습입니다. 저렇게 책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참 아늑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책들과 함께 있다보면 침대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겠지요. 그리고 과연 책을 읽느라 잠을 잘 수 있을지, 만일 잠을 잔다면 사방을 둘러싼 책의 내용들을 꿈으로 꿀수 있지 않을지 이런저런 호기심이 생기는 군요. 이 책꽂이의 제작 과정은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책을 장식용으로 구입하시는 분들을 위해 실내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책꽂이도 있겠지만 책꽂이는 일단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용적으로 잘 만들어진 책꽂이는 동시에 실내 장식에도 도움이 되지요. 그 방의 주인이 실제 읽고 있는 책들이 꽂혀있는 실용적인 책꽂이는 비록 장식용 책꽂이에 비해 투박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는 책읽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런 책꽂이가 있는 방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거지요. 결국 책만 있다고 해서 아름다운 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방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책을 읽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방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쓴 사람들이 만날 수 있고 또 책을 읽은 사람들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지요. 책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책과 그것을 읽는 사람이 같이 있고 또 그들 사이에 교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지요.
그렇게 본다면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비록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책꽂이들이 실용을 위주로 만들어져서 볼품은 없지만 그 안에 있는 책들과 그 책을 읽는 사람들 때문에 도서관은 정말 아름다운 건물이 된다고 할 수 있지요. 비록 건물이 낡고 보잘것 없어도 좋은 책과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서관은 세상의 어느 건물 보다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초록불 님께서 일전에 올리신 방 사진이 생각납니다. 사시는 분은 아찔하실지 몰라도 보는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 ... 석사 과정 시절 학과 전체가 이사를 한 적이 있었지요. 10 여분 교수님들의 방에 가득했던 그 책도 책이지만 당시 제가 담당하던 학과 도서실을 이전하는 것도 큰 일이었습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오신 업체의 직원들이 방마다 가득한 책을 보더니 "아니 이 동네는 책 뜯어먹고 사나?" 라고 하더군요. 3만 여권이 되는 도서실 책을 한 쪽 건물 3층에서 다른 건물 4층으로 옮기고나서 다시 청구 기호대로 책을 배열하는 일이 쉽지 않더군요. 며칠 동안 꿈에서도 청구 기호가 보였습니다.
넘들은 사람의 집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진 책이 좀 있는 집입니다. 저의 규칙은 손 닿는 곳에, 손이 가는 곳에 책이 있다 인데, 따져보면 아무 규칙없음이...게을러서 정리하지 않는... 다른 짐은 거의 없는데 책이 조금 많습니다. 이사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집이 책 많은 집이라고 들었습니다. 몇 해 전 1년을 두고 두 번 이사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이사할 때 책이 많았던 것이 미안해서, 친절한 분이셨지만 일부러 다른 이사회사로 포장이사를 했는데, 이전에 일하셨던 아저씨가 회사를 옮기셔서 그 아저씨를 또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굉장히 현대적이고... 미니멀적인 책꽃이가 많아요. 저는 그래도 모건도서관에서 나온 마지막에 있었던 응접실 사진같은 벽난로 있는 곳이 저의 드림 ( 아니 future ) 서가에요... 제가 가장 아름답고 보는 방은 직사각형의 기다란 방에 들어서면 방한면이 창이 나 있고 창이 나있는 방의 앞에는 벽난로가 있고 벽난로위에는 초상화가 있고요...창을 등뒤로는 마호가니 책상이 있고... 책상위에는 애플컴퓨터가 놓여있고, 책상 구석에는 서가 주인의 결혼사진과 만년필이 놓여있고 그리고 벽난로 앞으로는 페르시아 카페트위에 로코코 양식의 소파가 있고 삼면이 책과 음반으로 덮여있는 곳이에요.
That is my version of heaven and paradise 너무나도 vivid detail인것 같아요~~~
역시 크리스틴님의 취향은 고전적입니다. 보르헤스가 했던 “I have always imagined that Paradise will be a kind of library.” 라는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Open to Public이 기대되는군요. .... 삶에서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은 많이 달라지겠지요. 그래서 때로는 책만 뜯어 먹고 살아도 배가 부른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천장과 층계부분을 활용한 책꽂이, 아이가 앉아 읽는 곡선형 의자를 안고 있는 책꽂이가 실용적이라 좋고 책의 변형을 가져오는 책꽂이들은 보기는 좋은데 좋게만 생각되지는 않네요. 침대 머리맡에서 조명과 함께 한 책장은 아이디어가 아주 좋군요. 마지막 이글루형 침상 품고 있는 책꽂이는 밖에서보다는 안이 아주 환상적입니다.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기분전환에 아주 도움이 되네요.
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이 많네요. ^^ 예전에 내 머릿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서 계단 옆면을 책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그게 떠오르네요. 책장이 공간만 차지하는 가구라 아니라 생활 속에 함께하는 것이 될때 아름다움과 가치가 더 빛나는듯 합니다. 좋은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멋진 책꽂이들, 눈이 즐겁습니다. 다만 책이 넘쳐나는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가득한 방에 햇빛은 적이라서...저는 채광 좋은 방을 서재로 만들면서 창의 절반은 책꽂이로 막아버리고 나머지 부분에도 블라인드를 달아서 햇빛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 그래도 책이 넘쳐서 책때문에 이사가야 할 것 같아요, 흑.
중요한 점을 지적해 주셨네요. 맞습니다. 햇빛은, 특히 직사 광선은 책의 적이지요. 책이 넘쳐서 책 때문에 이사가야 할 정도면 정말 대단하군요. 고층 건물의 윗층으로 이사가실 때는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제가 담당하던 학과 도서실이 건물의 4층에 있었는데 원래는 일반 사무용 건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3만권이 넘는 책들이 방 하나에 들어가자 나중에 건물 관리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책 무게에 대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결국 나중에 1층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게 원인이 된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나는 6년 전, 그리고 3년 전 이사를 할 때 책들을 묶어서 헌책방 앞에 날랐습니다.
거기에 빠져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반쯤 줄었는데...물론 다시 늘어나기도 했고, 아직도 아주 적은 편은 아닙니다만, 사실은 언젠가 저것도 죄다 누구에게 넘겨줄 꿈을 음흉하게 꾸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려서 친척집에 가면 그 아저씨네 좁은 한옥집 좁은 방 하나에 천정까지 사면벽은 고사하고 방바닥까지 책이 여러 칸이어서 문 열고 그 방 올라서려면 문턱보다 높은 그 책바닥을 올려디뎌야 했습니다.
거기서 나보다 네 살 어린 친척동생 녀석이 바닥에 엎뎌 하나하나 책을 들어내어 목적하는 데까지 팔을 내려 찾아내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게 살더니, 소설 쓰던 아저씨는 30년 전에 돌아가시고 동생은 지금 포항공대 교수입니다.
책 무섭게 읽어대고, 책으로 도배된 방바닥에서 몇 꺼풀 아래 그 책을 찾아내던 녀석이라 이른 나이에 그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던 건지.
아무튼 어려서 그 아저씨네 그 방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곳이었더랬습니다.
미국에서 11년만에 귀국한 동무네도 남편 책 때문에(일부는 내 동무 책도...결코 적지는 않습니다만) 배편으로 어마어마한 짐을 부쳤던 모양입니다.
40평 전세 아파트도 좁다 하는 그 책들 보면서, 저거 다 팔면 아마 강남에서 제법 큼직한 아파트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동무가 웃었더랬습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주변에 책을 즐기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출판사들이 허덕인다고 하는지 원.
책이 사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실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 그렇게 책 근처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지요. 아마 暗雲姬 님의 책을 넘겨받은 '누구'도 그런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누구'가 맞다면 말입니다. ... 그 많은 책을 팔아도 아파트는 못 사겠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지식과 지혜는 강남 아파트 몇 채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겠지요. ... 마지막에 하신 말씀은 정말 제가 늘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출판계가 위기인지... 어쩌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보다 보니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것으로 착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7-8년 전쯤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할 때 부모님께 눈치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사업체에서 견적 내려 와서는 책꽂이 수와 책 수량을 보고는 바로 그자리에서 이사비용을 20만원 올렸지요. 이사가면서도 잡지류는 꽤 처분했는데도 참..; 책 이사는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고 나서 정리하는 것도 골치입니다. 도서관 이사야 분류번호대로 옮겨 꽂으면 되지만 집에서는 보통 재 배열을 하게 되잖아요. 책 정리하는데 한 달 밖에 안 걸렸으니 그 때는 꽤 빨리 정리한 셈이지만 지금 이사한다면 그렇게 빨리 정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황당하셨겠네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사하시는 분들이 책이라면 치를 떠시더군요. 사실 덩치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책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 책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이사를 꺼리는 것은 이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다시 정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아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평생 가지고 가야할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클리오님 숙명이군요~~ 그 이야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믿든 못믿으시던 제가 대학시절에는 교양수업으로 사다놓은 교과서는 늘 안 본다고 박스에 넣어서 버릴려고 놔두었어요. 도대체 책을 버린다는 것이 상상이 안가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참 운이 좋지... 저희 아버지가 그렇게 내다놓은 책을 보면서 놀라시면서 마치 제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한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 그거 다시 볼일 없어 아빠... ' 그러자 아빠는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 how are you sure?? ' 이라는 말을 하시면서 ' 놔둬라 내가 볼게... '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넘 재미난 점은 오래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학부생이 자기 이제 수업 패스했다면서 심리학이랑 다른 교양기초 학문 책을 버리더라고요. 참 뭐랄까 기가 막혀서 쓰레기통에서 누가 보나 싶어서 주워서 왔어요.그거 보면서 아빠가 생각이 났어요.
솔직히 제가 저의 많은 용돈에 책에 투자를 하는 편이에요. 도서관에서 책 보면서.. 맘에 들면 보통은 중고로 구하는 편이에요. 물론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는데 확실히 책은 자기것일때랑 도서관책일 경우 참 다르더라고요. 책을 읽는 기간이 한정적일 수도 있고.. 누가 예약을 한 경우도 있을수도 있고 ( 물론 저희학교에서 고대역사, 중세역사책은 그런일은 없지만) , 책에 표시를 할 수도 있고, 두고두고 읽을 수도 있고요..1970년대 이전책은 그야말로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고.... ( 오래전에 99센트주고 책산적이 있었죠) 물론 그돈으로 옷을 살수도 있고 신발을 살수도 있고 또는 맛난것을 먹을수도 있고, 놀러갈 수도 있고 등등... 또는 디지탈 카메라를 살 수도 있고, 아이포드를 신형으로 바꿀수도 있겠지만.. 그런것을 미루고 책을 구하는 것은 그 책이 저에게 의미하는 그 책이주는.. 그 책을 읽고 내가 될수있는 지적지식을 생각할때 이쁜옷 하나보다 더 소중하고.,,, 다른것은 못해도 집으로 날라오는 책을 볼때마다 늘 흐뭇하고 뭔가 많은것을 가졌다는 느낌이 드는것 같아요. 다행히 저의 이런 태도를 ㄹ이해하고,납득하시는 부모님을 둬서 저는 늘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 안에 비싼 물건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사람과 책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 이웃으로 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이 두 사람의 집에 불이 났는데 비싼 물건을 가지고 살던 사람에게는 불이 꺼진후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책을 가지고(읽고) 살던 사람에게는 책 속에 있던 모든 지식이 여전히 그 사람의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에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강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틴님께서는 누가 훔쳐갈 수 없는 그런 재산들을 모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틴님을 이해해 주시는 부모님들이 계셔서 정말 행복하시겠습니다.^^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를 보면, 야수가 벨에게 책으로 가득 찬 방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참 부러웠다지요...저렇게 멋지게 책이 가득 꽂힌 방을 갖고 싶어!!라고요..
지금 책으로 가득 찬 방을 어찌저찌 하다보니 갖게 되긴 되었는데...음....그렇게 아름다운 방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