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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저에게는 늘 만나면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나이도 다양하고 또 출신도 가지 각색이지요. 저마다 자기 영역에서 일가를 이루었고 또 그것으로 인해 존경을 받는 친구들이지만  제가 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언제나 내 곁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 도와주고 또 필요가 없어지면 내 마음대로 돌려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법도 없이 언제나 제가 묻는 질문에 바로 답을 해 주지요.

어떤 친구들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제게 들려주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들은 자연의 비밀에 대해 말해주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충고해 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활기에 넘쳐서 옆에 있는 나마저도 걱정거리를 잊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친구가 있고 또 어떻게 제가 가진 욕망을 억누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신념을 가지고 굳건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교훈을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결국 저에게 세상의 모든 예술과 과학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고 있지요. 제가 어렵고 힘들때면 언제나 그 친구들이 저에게 주는 지혜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도움을 저에게 주면서도 그 친구들은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그저 제가 살고 있는 소박한 방의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서가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에 만족합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시끌벅쩍한 세상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 은거하여 느끼는 평안함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글은 이탈리아의 시인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 남긴 글을 의역한 것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페트라르카가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바로 책입니다. 페트라르카와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책은 사람이고 또 친구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이 곳에는 200만명이 넘는 친구들이 언제나 저를 도와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지요. 물론 저 혼자만의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필요할때는 저만의 친구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도움을 얻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스킨을 바꾸었습니다. 아직 브라우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얼추 다 되었다 싶어 바뀐 스킨을 올립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블로그를 수정한 이후 첫 글로 책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리면서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스피어에 올라오는 수 많은 글들 역시 페트라르카의 책처럼 저의 친구들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 곁에 두고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러 블로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나이도 다양하고 전공도 다양하고 또 이야기하는 방식도 다양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블로거들의 세상에서 그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분명 무엇인가를 얻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무엇인가를 얻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찾아온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고 또 친구들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는 친구들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가끔 거대한 블로그의 세계가 마치 도서관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늘 움직이고 변화하는 거대한 도서관이지요.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다투고 화해하면서 소통해 나가지요. 그렇게 서로 생각을 나누고 또 우리 자신들에 대해서 배워나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가져봅니다.

* 이 스킨의 사용을 허락해 주신 김괜저님과 수정에 도움을 주신 ibrik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Life 지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by Clio | 2009/07/23 06:55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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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은 at 2009/07/23 07:27
오래된 책의 여백에 읽은 이가 연필로 써놓은 메모처럼, 블로그의 글과 덧글 두 가지가 함께 쓰여가는 모습이 정말 함께 적어가는 도서관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은 자기 자신의 족적이 적혀가는 곳이지만 책도 작가 혼자 쓰고 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정말 비슷한 느낌이네요.
스킨 바꾸신 것 축하드립니다. ^.^
Commented by Clio at 2009/07/23 11:41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그럭저럭 만들 수 있었습니다. 책이라고 생각하고 볼 때 블로그는 뭐랄까요? 늘 새로운 내용이 쌓이고 또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책이랄까요... 이래저래 제가 블로그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Commented by Shoo at 2009/07/23 08:10
바뀐 스킨이며 제목의 폰트 디자인 멋져요. 중세의 수도원 도서관에 비치된 장서의 폰트(헥헥) 같은 느낌이 나고요. 게다가 오늘 포스팅의 사진과도 잘 어울려서 좋아하는 분위기가 납니다. 좋아라!
이 곳의 글, Clio님이 차곡차곡 올려주시는 포스팅도 제 도서관을 풍요롭게 합니다. 좋은 친구처럼 늘 가까이하고 싶어요. :)
Commented by Clio at 2009/07/23 11:44
너무 재미없이 단순한 스킨은 아닌지 혼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남겨 주시는 덧글 덕분에 제 도서관도 늘 풍성해 진답니다. ^^
Commented at 2009/07/23 08: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7/23 11:44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었지요. "사서본능"이 어디가겠습니까? ^^ 잘 지내시지요?
Commented by valadares at 2009/07/23 08:33
우와- 스킨 정말 좋네요. 그리고 예전엔 맨위에 Cliomedia 이미지를 눌러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제 블로그메인으로 링크도 걸려있네요. 그게 없으니 은근히 불편했었는데.!!

배경이 누렇지 않다는 점만 빼면 오랜 두루마기를 펼쳐서 읽는 느낌이라 신기한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오겠습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7/23 11:46
그랬었군요. 진작에 말씀을 해 주셨더라면 좀 덜 불편하게 그 부분이라도 고쳤을텐데 말입니다. ...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오실 때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ibrik at 2009/07/23 09:41
말씀처럼 블로그는 동역학적인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글이 살아 움직이며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하는 가운데 다양한 책들을 이루어 가고, 초 단위로 모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

* 바꾸신 스킨과 Cliomedia의 글들이 정말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7/23 11:48
이메일을 채 드리기도 전에 이렇게 글을 남겨 주셨군요. SOS 를 칠까 고민도 했지만 이리저리 끙끙대며 겨우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덕분에 원하던 스킨을 만들게 되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이 조금 더 크고 톤만 제대로 조절이 되었으면 이브릭님의 블로그 분위기가 날 뻔 했지요.^^
Commented by 고은새 at 2009/07/24 01:28
젊었을 때는 사실 환상소설을 안 읽었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요즘처럼 인간들이 싫어질 때 어슬러 르귄이나 그런 소설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 울고 있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Clio at 2009/07/24 11:17
세상과 사람들이 싫어질때도 정말 있지요. 그 때는 정말 그런 책이 위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은 세상사를 잊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위로와 평안을 주는 친구들이지요. ...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 넘는 일입니다만 울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하루 빨리 웃음을 찾으시길 멀리서 나마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강변 at 2009/07/24 03:56
이곳에서 괜저님 이름을 만나다니...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 분이 스킨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반가왔습니다. 두 분 글을 읽다보면, 저도 블로그하고 싶다는 생각과 와, 난 도저히 안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답니다. 이런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 스킨처럼 정갈하고 맑은 두 분의 마음밭 앞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7/24 11:21
세상이 참 좁군요. 이렇게 또 연결이 되다니 말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그리 부담가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을 하나 열어두시는 거라 생각하면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정갈하고 맑은 마음밭"이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과분한 말씀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되려고 늘 끙끙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7/24 14:45
책꽂이에 모셔놓은 책은 파트너,
책상 위에 세워놓은 책은 친구,
침대 머리맡에 누운 책은 소울 메이트.
Commented by Clio at 2009/07/25 09:42
"소울 메이트"가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 그런데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녀야하는 교과서들은 어떤 친구일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깁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7/26 11:45
똘똘이 스머프같은 nerd이겠죠. ^^
Commented by Clio at 2009/07/27 11:30
늘 느끼는 것이이지만 역시 marlowe 님의 탁월하고 독창적인 생각은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09/07/25 00:13
뒷짐지고 관람만 하다가 이제야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7/25 09:42
링크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세요.^^
Commented by 섬연라라 at 2009/07/27 10:26
스킨 깔끔하고 예쁘네요.

(저는 아직 짝사랑 같아요. 저만 혼자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Clio at 2009/07/27 11:28
아닐 겁니다. 친해지고 싶어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미 그 친구들도 섬연라라님을 친구로서 받아들일 겁니다. ^^
Commented at 2009/08/05 17: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9/08/06 12:06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었는데 벌써 다녀가셨군요. 성과가 큰 여행이었기를 빕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보고 2-3일 내로 다시 이메일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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