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는데 그 사람이 오지 않아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까? 이제나 저제나 그 사람이 나타날까 고개를 쭉 빼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실망을 하고 돌아선 적은 없는지요? 약속(L'appuntamento , 라푼타멘토) 라는 이탈리아 칸소네는 바로 그런 경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먼저 노래를 한 번 들어 보시지요. 몇 년전 인기가 있었던 영화
오션스 12 를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의 시작 무렵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브레드 피트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이 노래를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오르넬라 바노니(Ornella Vanoni)라는 밀라노 출신의 가수입니다. 1950년대 후반 연극 배우로서 처음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 솜씨를 인정받고 음악계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연극계와 음악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했고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 그리고 미국에도 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입니다. 오르넬라가 부르는 노래도 노래이지만 그녀에게는 남들과는 구별되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으면 참 나른하게 들리는 목소리랄까요? 하지만 연극 배우 출신답게 표정을 통해 노래 속에 담아내는 감정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특히 이 노래의 부드러운 멜로디와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 있는 노래 가사를 살펴 보시면 참 안타까운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해가 뉘엇뉘엇 질때까지 그 사람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 그 사람에 실망하고 슬픈 자신의 인생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L'appuntamento (약속)
Ho sbagliato tante volte ormai che lo so giàche oggi quasi certamente sto sbagliando su di tema una volta in più che cosa può cambiare nella vita mia...accettare questo strano appuntamento è stata una pazzia!내가 수 없이 많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도 분명 당신에 대해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고 있군요.
하지만 내 인생에서 한 번 더 실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이토록 이상한 약속을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미친 짓이었어요.
Sono triste tra la gente che mi sta passando accantoma la nostalgia di rivedere te è forte più del pianto:questo sole accende sul mio volto un segno di speranza.Sto aspettando quando ad un tratto ti vedrò spuntare in lontananza!내 곁에서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슬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갈망은 내 탄식보다 더 강하군요.
내 얼굴을 비추는 저 태양은 어쩌면 희망의 신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당신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될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Amore, fai presto, io non resisto...se tu non arrivi non esisto, non esisto, non esisto...내 사랑이여 빨리 오세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e cambiato il tempo e sta piovendo ma resto ad aspettarenon m'importa cosa il mondo può pensareio non me ne voglio andare.io mi guardo dentro e mi domando ma non sento niente;sono solo un resto di speranza perduta tra la gente.날씨가 갑자기 바뀌고 이제 비가 오는군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세상이 무엇이라 생각하던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내 마음 속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해 보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나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버려진 희망의 남은 조각일 뿐입니다.
Amore è già tardi e non resisto...se tu non arrivi non esisto non esisto, non esisto...내 사랑이여 빨리 오세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luci, macchine, vetrine, strade, tutto quanto si confonde nella mentela mia ombra si è stancata di seguirmiil giorno muore lentamente.Non mi resta che tornare a casa mia, alla mia triste vitaquesta vita che volevo dare a te l' hai sbriciolata tra le dita.불빛들과 자동차들 그리고 쇼윈도우와 거리들, 그 모든 것들이 내 머리 속에서 혼란스럽게 섞여버리는군요.
내 그림자는 나를 따라다니는 일에 이제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서서히 죽어가는군요.
이제는 집으로, 나의 슬픈 인생으로 돌아가는 일 밖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주고 싶었지만 당신 손가락 사이에서 부서져 버린 그 인생말이에요.
Amore perdono ma non resisto...adesso per sempre non esisto non esisto, non esisto..내 사랑이여 용서하세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정말 살아갈 수 없어요.
오르넬라의 나른한 목소리, 하지만 깊은 표정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자의 목소리로 부르는 기다림의 노래가 그랬다면 남자가 부르는 이 노래는 어떻게 들릴까요? 감미로운 목소리의 테너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중에도 "약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렌체의 아르노 강가에 마련된 무대에서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는 이 노래는 우리에게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물론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오르넬라의 목소리가 마치 이제는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는데 비해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코스틱 기타와 아코디온이 어울린 반주와 그 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도 아름답습니다만 무대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르노 강과 베키오 다리로 이어지는 피렌체의 야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마 저런 장소에서 직접 듣는 노래는 아무리 좋은 오디오 기계로 재생을 한다고 해도 그대로 표현낼 수 없을 겁니다.
오르넬라는 1934년에 태어난 가수입니다. 이제 우리 나이로 일흔 여섯이 된 할머니이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녀는 왕성한 무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일 년씩 이어지는 순회 공연을 소화해내고 또 지난 해 말에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신곡들을 모아서 발표한 것이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진정한 예술인의 모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1970년에 처음 이 노래를 발표하고 약 4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같은 노래를 부르는 오르넬라의 마음은 어떨까요. 비록 젊은 시절에 비해 얼굴에 주름이 늘었고 간혹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한 그녀는 40년전의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아래에는 지난 2008년 이탈리아 국영 방송인 RAI 에서 제작한 오르넬라의 특집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열심히 기다리다 실망하고 또 그것 때문에 죽을 만큼 마음 아파하는 안타까운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 만일 그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에 소개해드릴 "같은 노래 다르게 부르기(6)"의 노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노래입니다. 과연 어떤 노래일지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
* 오르넬라의 뒤를 이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탈리아 여가수 중에는 카르멘 콘솔리(Carmen Consoli) 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그녀가 오르넬라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약속" 도 들을 만합니다. 그리고
크로아치아의 가수 반나(Vanna) 가 부르는 이 노래 역시 참 듣기 좋습니다. 전혀 알아듣지 못 하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이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