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Il Mediterraneo)를 보셨나요?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이것!

"도망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는 이 영화는 1991년 이탈리아의 감독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Gabrielle Salvatores) 가 만들어 1992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받았습니다.

Cinematheraphy 란 말을 들었는데요.. 살아가는게 복잡하고, 힘들고 또 지칠 때 저는 이 영화를 봅니다.  지중해 속의 그리스 섬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힘든 현실을 잠시 나마 잊고 마음 속의 상처를 치료받습니다.

"요즘과 같은 이 시기에는 탈출하는 것만이 살아 남아 계속해서 꿈을 꾸게 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는 Henri Laborit 의 말로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2차 대전 중 일개 분대 정도의 이탈리아 군인들이 그리이스의 한 섬으로 파견됩니다. 전략적 가치 제로인 이 섬에서 이들은 지나가는 영국 군함을 관측하고 무전으로 보고하는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하던 그 날 밤 자신들이 타고 온 수송선이 격침되고 황당한 사건으로 무전기마저 부서지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분명 사람이 살던 마을과 건물들은 존재하는데 주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결국 절해 고도에 일개 분대의 이탈리아 병사들만이 남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영화는 이들이 섬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
삶 속에서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거창한 업적을 이루려 발버둥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매 번 볼 때 마다 저에게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하고 또 새로운 대답을 하게 합니다.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볼까요.

텅 빈 마을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 이들 이탈리아 군인들과 같이 생활을 합니다. 돌아온 주민들 중 에는 직업 여성도 한 사람 끼어 있어  군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합니다. 계급과 나이 순으로 월요일에는 상사가 화요일에는 그 다음 계급... 이런 식으로 군인들은 순서를 정해 그녀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군인들 중 가장 졸병인
파리나는그녀, 바실리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묻죠?


파리나: 바실리사, 넌 왜.. 그러니까..음,,,,그 일을 하는거지?
바실리사 : 뭐? 왜 창녀를 하냐고? 우리 할머니도 창녀였고, 우리 엄마도 창녀, 그리고 나도 창녀.. 논리적이지 않니?
..
..
바실리사: 넌 왜 나랑 같이 자지 않지?
파리나 : 나는 처음으로 할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으로 맺어 지고 싶어..

그러다 마침내 이 군인들이 섬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 오고 그 때까지 바실리사와 말로만 사랑을 하던 파리나는 드디어  육체적으로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다른 군인들이 절대 바실리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다음 차례라며 찾아 오는 병사가  오지 못하게  총을 쏩니다. 조용하던 마을에 총소리가 나고 분대를 지휘하던 장교와 상사 등 모두가 그녀의 집 앞으로 모여듭니다.

장교: 파리나. 뭐 하나? 바실리사는 직업이 있고 그녀도 일을 해야지. 자네가 그렇게 막으면 어떻하나?
파리나: 이제부터 아무도 이 여자 손 못 댑니다. 저는 이 여자를 사랑합니다.
장교: 바실리사, 당신도?
바실리사: 예
장교"(다른 병사들에게)흠... 이제 상황이 달라졌네. 사랑하고 있다지 않는가. 사랑을 거슬러 갈수는 없는거지.
병사 1 : 사랑을 거슬러 가면 안되나요?
장교: 당연하지. 가서 총알 스친 상처나 치료하게..

이 영화 속에서는 복잡해질 수 도 있는 상황들을 아주 간단하게 처리합니다. 여러 명의 병사와 관계를 맺는 창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병사. 그 병사가 사랑을 고백하자 모두 인정하고 그녀를 존중합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현대 사회의 번잡한 이론과 사상, 그리고 복잡한 고민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자유롭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 언제나  존중합니다.

그리이스의 Kastellorizo 섬 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사운드 트랙으로 들리는 그리이스 음악들이 여러분들을 그리이스 신화 속의 망각의 섬으로 모셔 갈겁니다. 잠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보세요.

이미지 출처

by Clio | 2006/10/17 06:43 | 기타 등등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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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lieSu의 여행 그리.. at 2007/03/12 00:57

제목 : [그리스,카스텔리조섬] 심심한 유토피아를 찾아서.
지중해 (Il Mediterraneo)를 보셨나요? 매춘부 바실리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파리니, 그들이 살던 집, 영화 속 군인들이 보초를 서던 망루, 몬티니 중가 벽화를 그리던 교회 등 영화 속에 나오던 장면장면 속 그곳에 직접 걸음을 내딛어 보고싶다. 어쩌면, 15년 전이지만 그 영화를 촬영하던 모습을 기억하던 동네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작은 섬이어서..먼 곳이어서..가는 길이 녹록치 않을 탓에 언제가볼 수 있을지......more

Linked at Cliomedia : 사랑에.. at 2008/09/10 12:22

... 블로그를 연지 이제 두 해가 가까워 갑니다. 두 해 전 블로그를 열었던 그 달에 올렸던 글들 중에 제가좋아하는 영화 '지중해(Il Mediterraneo)에 관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 때 포스팅을 하면서 영화의 클립이나 예고편을 찾아 올려보려했지만 찾을수가없었지요. 그러다가 최근 유튜브에서 몇 개의 클립을 찾았습니다 ... more

Commented by Charlie at 2006/10/17 10:39
세상도 저렇게 간단하고 명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 겠습니다.. (과연 있을것인가!)
Commented by Clio at 2006/10/17 22:36
동감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저 자신이 그렇게 간단하고 명확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꿈 속에 빠집니다. 근처 도서관에서 발견하시길 빕니다.
Commented by liesu at 2006/10/18 00:02
저도 너무 좋아하는 영화예요.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그런 몽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음악이 너무 좋아요. 카스텔리조 섬,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Commented by Clio at 2006/10/18 12:17
liesu님 반갑습니다. 지중해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습니다. 가끔 놀러오세요.
Commented by liesu at 2006/10/18 12:58
네, 자주 들릴께요. 지내다보면 좋아하는 한두가지가 비슷한 사람과는 본인들도 몰랐던 공통점을 많이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신기하리만치..
Commented by duoh5 at 2006/11/04 03:07
형제중 하나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 푸른빛의 바다가 다시 생각나는군요. 블로그 파도타기로 여기까지 흘러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Commented by Clio at 2006/11/05 03:54
duoh5 님/ 반갑습니다. 나중에는 형제가 둘 다 바다로 뛰어들지요. 형의 대사가 "아버지가 그러셨어. 급한 놈이 똥장군도 진다고." .....대충 한국식으로 이런 것 같았습니다. 자주 들러주십시오
Commented by adnoctum at 2007/03/26 19:37
잊고 있었던 영화군요... 잔잔하지만, 결코 사라질 것 같지 않은 감동을 주었던 영화인데... 역설적으로 제가 얼마나 각박하게 살았는지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7/03/27 04:29
adnoctum 님 /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지겠만 때로 달리면서 뒤에 놓아 두고 온 것들을 되새기는 여유도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가끔 지금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내가 예전에 두고 온 것들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adnoctum 님께서는 각박하게 살아오셨다고 하시지만 아마 남들이 잊어버린 몇 가지를 늘 곁에 두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julia at 2008/03/27 21:10
시간나면 찾아서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언제쯤이면 제 눈으로 직접 지중해를 볼 수 있을런지( 아직 비행기 타고 태평양도 못 건너가 봤다는...ㅠ_ㅠ) 근데 요새 들어 바다가 너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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