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관한 이야기 (1)-피자의 탄생
[Melbourne] 이국에서 만난 먹거리

* Liesu 님의 블로그에서 포카치아(Foccacia)에 대해 쓰신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적습니다. 포카치아는 지금 우리가 먹는 피자의 기원에 가까운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불(이탈리아어로 푸오코- Fuoco)위에서 구운 음식이라는 뜻에서 포카치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군요.

피자 (Pizza, 이탈리아어 발음으로는 피짜가 맞습니다만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대로 피자라고 하겠습니다.)는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대중적인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몇 천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현재 피자에 쓰이는 여러가지 재료만큼이나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서 오늘 날의 피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몇 가지 초기 형태의 피자를 찾아 볼 수있는데요. 3천년 전 쯤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기원전 1000년경에 이탈리아 반도의 중,북부에 거주하던 에트루리아인 들이 납작한 형태의 빵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 신석기 시대에도 야생 밀을 물에 불려 삶은 후 으깨어 납작한 돌 위에 놓고 구워먹은 흔적이 나왔다고 합니다만 에트루리아인들은 납작한 돌에 곡물 반죽을 얹어 구우면서 그 돌을 재에 묻고 요리하여 빵에 훈제한 것과 같은 향이 나게 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납작한 빵을 구운 후 에 기름과 허브로 양념하여 먹을 정도로 한 단계 더 나간 조리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기원전 730년 경 부터 훨씬 앞선 제빵 기술을 가지고 있던 그리이스 인들이 이탈리아 반도 남부에 진출합니다. 이들 역시 밀가루 반죽을 이용한 납작한 빵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빵을 굽기 전 반죽한 상태에서 오일과 양파와 마늘 그리고 각종 허브로 양념한 후 빵을 구웠다고 합니다. 아마 구운 후에 양념을 하는 것 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때 만들어진 빵 중에 플라쿤토스 (Plakuntos) 라는 빵은 납작하고 둥근 빵에 오일과 마늘 양파, 허브와 같은 간단한 토핑이 곁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이스인들은 그냥 불 위에서 굽던 종전 방식에서 더 나아가 오늘 날 오븐과 같은 장치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집트로부터 이스트를 가져와서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는 기술을 들여온 것도 이 그리이스인들이었고 빵의 가장 자리를 두껍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 위에 얹은 토핑이 흘러나가지 않게 만든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초기의 납작한 빵을 한 단계 더 발전 시킨것이 로마인들이었습니다. 로마인들은 에트루리아 인들이 발견한 강한 열로 재 속에서 빵을 익히는 방법과 반죽하기 전에 미리 양념을 하는 그리이스인들의 방식을 결합시켰고 토핑으로 치즈(모짜렐라 치즈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장작을 때는 화로에서 빵을 익히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이스 어 플라쿤토스 (Plakuntos) 도  라틴어로 바꾸어 플라첸타 (Placenta) 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피자(piza)에서 피짜(pizza)로 바뀌면서 오늘 날 우리가 말하는 피자의 어원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서기 600년경에 비잔틴 제국이 이탈리아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동유럽과 근동에서 사랑받던 납작한 빵을 뜻하는 이름인 피타(Pitta, Pita)가 이탈리아에 들어와 이러한 단어의 변화를 가속화했다고 합니다.

자 이제 빵이 만들어 졌습니다. 뭐가 빠졌나요? 토마토, 도마도, 토매이토, 포모도로(pomodoro, 이탈리아어) 등등 어떻게 발음하던 간에 피자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토마토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로마인들은 토마토 소스가 빠진 밋밋한 피자 아니 플라첸타를 먹었겠죠.  그런데 이것도  맛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종류의 피자도 많이 있습니다.  Pizza Bianca(하얀 피자)라고 해서 간단하게 양파만 올린 피자도 있구요. 그리고 이런 납작한 빵 속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어서 먹기도 하지요. 포카치아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어쨌던 토마토가 피자 위에 오르기까지는 천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로를 연 후 신대륙에서 토마토가 유럽으로 유입됩니다. 토마토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유럽인들은 이 채소에 독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하고 또 초기의 토마토는 지금처럼 맛이 좋은 토마토가 아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도입되고도 몇 백년이 지난 18세기에 와서야 토마토가 피자 위에 얹히게 됩니다. 이 엄청난 발견을 해낸 사람들이 나폴리 요리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토마토 이 외에도 나폴리 요리사들은 현대 피자의 창시자라고해도 좋을 만큼 새로운 요리법과 재료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피자를  대중의 구미에 맞게 변화시켰습니다.

1860년 이탈리아가 하나의 독립 국가로 탄생할 때 까지 나폴리와 남부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고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반 이곳을 통치하던 페르디단드 1세과 그의 아내 메리 캐롤라인은 피자를 매우 좋아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궁중에 피자 굽는 가마를 만들기도 했고 이 때부터 피자의 토핑으로 엔초비와 같은 생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다가 1889년이 되어 현재의 피자를 만들어 내는 마지막 재료가 도입됩니다.
*가장 원형에 가까운 마르게리타 피자입니다.

독립한 이탈리아를 다스리던 국왕 움베르토 1세와 왕비 마르게리타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 나폴리의 한 피자이올로(Pizaiolo,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만을 만드는 전문 요리사를 이렇게 부릅니다.) 라파엘레 에스포지토(Rafaelle Esposito)가 토마토와 바실리코(베이즐, 바실, 허브의 일종 ) 그리고 나폴리 산 물소의 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하여 피자를 만듭니다. 이탈리아 국기의 세 가지 색깔인 붉은 색 녹색, 그리고 흰색을 상징하는 이 세 가지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피자를 통해 신생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의 통치자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것이지요. 이 때 만들어진 피자가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입니다.  모짜렐라가 마침내 피자 토핑으로 사용됨으로써 이제 오늘 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피자가 만들어진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나폴리를 피자의 원산지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겠지요.

이러한 피자가 이탈리아 이민들을 통해 미국에 전해지고 또 2차 대전 중 이탈리아에 진주했던 미군들이 이 음식을 맛보고 미국에 돌아가 계속해서 피자를 찾게 됨에 따라 피자가 더 대중화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초창기에는 미군 부대를 통해 전해졌다고 하더군요.

피자 전문점을 달리 표현해서 피자리아(Pizzeria, 피쩨리아)라고 하지요? 다음 글에서는 이 피자리아를 통해 피자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더욱 다양화 되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 이글을 위해 참고한 책과 이미지의 출처
  • Pizza. Jennifer Berg and Cara De Silva.  Encyclopedia of Food and Culture. Ed. Solomon H. Katz. Vol. 3.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2003. p81-84. 3 vols.
  • Pizza. Wendy Woloson.  St. James Encyclopedia of Popular Culture. Eds. Sara Pendergast and Tom Pendergast. Vol. 4. Detroit: St. James Press, 2000. p62-63. 5 vols.
  • Pizza History Museum
  • Cartoon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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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o | 2006/11/08 08:03 | 역사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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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iesu at 2006/11/08 09:09
피자를 통해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학구적인 글이네요. 주변의 거리를 통해 읽게되는 역사, 문화 이야기 넘 좋아요.^__^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11/08 11:38
피자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흥미진진하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6/11/08 12:54
저는 앤초비와 모짜렐라 치즈 토핑을 가장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키세치 at 2006/11/08 14:18
빵 쌓아놓을걸 보니 왠지 그...비닐봉지안에 담긴 동그란 뻥튀기가 생각나요...^^;;
Commented by 여우비 at 2006/11/08 23:36
피자가 이렇게나 기원이 오래되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 감사드려요.
제가 이래저래 호기심이 좀 많아서요.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담겨있는 블로그인지라 이오공감에서 뵌 후로 몰래 링크 추가하고 스토킹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블로그에 출몰(?)하셔서 놀라고 반가웠습니다. 혹시 스토킹이 들켰던 건가...잠시 소심해지고;
앞으로 종종 놀러 올게요 :)
Commented by Clio at 2006/11/09 02:15
liesu 님/ 좋아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너무 학구적으로 안보이게 쓰려고 (먹물을 빼려고)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요..

잠본이 님/ 어디 피자 뿐이겠습니까? 세상사 모든 일이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듯 해도 그 근원을 찾아보면 아마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겁니다.

marlowe 님/ 페르디난드 1세와 취향이 같으시군요. 저는 가장 단순한 모짜렐라와 토마토 토핑이면 만족합니다. 그나저나 지금 이곳은 점심 때인데 오늘 점심은 피자로 해야겠습니다...

키세치 님/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뻥튀기가 그립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여우비 님/ 스토킹이라니요... 제가 오히려.. 언제나 올리시는 따듯한 글들 때문에 저도 여우비 님의 얼음집을 자주 방문한답니다.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 시절의 우리가 가졌던 세상 모든 일에 대한 궁금증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례 그러려니 하고 더 이상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이 요즘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 호기심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fmlee at 2006/11/09 23:34
제가 좋아하는 피자는 앤초비를 넉넉하게 얹은 나폴리식 피자입니다. 플라첸타(placenta)는 지금도 영어에서 쓰이는데 placenta(플라센타로 발음^^;;) 태반이란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태반도 둥글게 피자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Commented by Clio at 2006/11/10 01:24
fmlee 님 / 반갑습니다. 다른 글에서 단어 실수를 한 일이 있어 플라센타를 언급하실때 또 실수 했나 싶었습니다. 분명히 옥스포드 라틴어 사전에서 확인한 내용이거든요. 때때로 언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이지요. 혹시나 하고 구글을 검색해보니 플라센타(태반)을 토핑으로 이용하는 피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으......) 그리고 검색 결과 중에는 라틴어 플라첸타와 영어에서 쓰이는 플라센타를 혼동한 듯 로마인들을 언급한 글도 보이구요. 현대 이탈리아어에서는 플라첸타라고 발음하고 영어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답니다. 세상 일이 하나도 간단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at 2007/07/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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