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관한 이야기 (2)-피자리아의 탄생 역사이야기

요즘 우리가 먹는 것과 가장 유사한 피자는 19세기에 나폴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런데 피자는 처음 만들어질 때 부터 가정에서는 만들기 힘든 요리였습니다. 적당한 반죽으로 둥근 피자 빵을 만드는 것은 지금도 묘기처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조리에 필요한 고온을 내는 가마나 오븐을 가정에서는 갖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전문적으로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길거리 행상을 통해 피자를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830년이 되어서야 최초로 사람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형식의 피자 가게가 나폴리의 포르탈바 (Port'Alba)거리에 "포르탈바의 오래된 피자리아(Antica Pizzeria Port'Alba)" 라는 이름으로 생겨났는데 이 곳을 세계 최초의 피자리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집은 아직까지도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 하실 분들은 한 번 가보셔도 좋겠네요. (주소; Via Port'Alba 18)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피자가 전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미국의 힘이 컸습니다. 19세기 이래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옮겨왔고 가난한 남부 이탈리아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이들과 함께 유럽의 많은 음식들이 미국에 전해지는데요. 1905년, 맨하탄에서 이탈리아 인들이 모여살던 리틀 이태리에 미국 최초의 피자리아가 생기게 시작합니다.

젠나로 롬바르디(Gennaro Rombardi)라는 사람이 "롬바르디의 나폴리 피자리아 (Lombardi's Pizzeria Napoletana)"라는 가게를 엽니다. (주소; 55 1/2 Spring st.New York) 초창기에는 주로 고향의 맛을 찾는 이탈리아 이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였는데 이 사람 밑에서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맨하탄의 다른 지역에 또 피자리아를 열고 그것이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피자는 여전히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2차 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에서 피자맛을 보고 반한 미군들이 귀국 후 자기 고향에 있는 피자리아를 이용하게 됨에 따라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이제는 미국의 음식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이민들의 음식에서 미국의 대중 음식으로 변모하면서 피자 자체도 많이 바뀌게 됩니다. 원래 얇은 피자 빵에 가볍게 토마토와 치즈를 얹어 먹던 것이 물자가 풍부한 미국에 오면서 점점 더 많은 종류의 기름진 토핑이 사용되고 또 크기도 커졌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지역 마다 고유한 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얇은 빵에 풍부한 치즈를 사용하여 실처럼 늘어지는 치즈가 특징인 뉴욕 스타일, 게살을  토핑으로 사용하는 뉴헤이븐 스타일, 두꺼운 피자 빵을 사용해 한 조각 만으로도 충분한 식사가 되는 시카고 스타일의 딥 디쉬(Deep Dish) 피자 그리고 온갖 종류의 다양한 토핑이 사용되는 캘리포니아 스타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피자가 나타났습니다.

본고장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아니? 미국에서는 파인애플을 피자에 얹어 먹는다면서...쯧쯧" 마치 못 먹을 것을 먹는다는 것처럼 말을 하더군요. 아마 우리 김치를 다른 나라에서 도입하여 자기들 식으로 변형하여 먹는다면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요? 하긴 얼마 전에 근처의 아시안 부페 식당에서 저린 배추를 멕시코 살사로 버무려 놓고 김치라고 하는 것을 봤습니다. (음...얘기가 딴데로 새는군요..)

이와 함께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피자는 인종과 연령에 관계없이 대중의 음식으로 사랑받게 됩니다. 그리고 먹는 방법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박스에서 바로 손으로 집어 들고 먹는 아주 간편한 음식으로 취급받게 되면서 단순한 음식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몇 몇 체인점들이 등장하지요. 두꺼운 시카고 스타일 피자로 유명한 피자리아 우노가 1943년에 시작되어 1990년경에는 미국 전역에 110개 이상의 체인점을 가지게 됩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유명한 체인점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피자 헛(Pizza Hut)인데 이 체인은 1956년에 시작하여 1996년에는 미국에만 10000개 이상의 체인점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배달 전문 체인점으로 시작한 도미노는 1960년에 시작되었는데 30분 이내에 배달되지 않으면 피자 값을 받지 않는 정책으로 유명했다고 하는군요. 지금도 그런가요? 이와 함께 50년대부터 냉동 피자가 발매되기 시작하여 가정에서도 피자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처음 전해진 피자가 바로 이러한 냉동 피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래에는  피자와 관련된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입니다.

  •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핑은 페페로니 소시지이고 그 다음으로는 버섯과 엑스트라 치즈, 피망, 양파 등이라고 합니다.
  • 한국에도 다양한 종류의 한국식 피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토핑으로 사용되지 않는 요리 재료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땅콩 버터와 젤리, 으깬 감자 등도 사용되었구요. 인도식의 카레가 올라간 피자나 러시아 식으로 여러 종류의 생선이 올라간 피자도 있다고 합니다. 브라질에서는 푸른 콩을 올리기도 하고 오징어나 문어가 올라간 피자도 있다네요.
  • 이제 피자리아가 없는 곳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카리브해의 섬이나 남태평양의 팔라우, 그리고 대부분의 아랍국가 심지어 바그다드에도 있다고 하는군요.
  • 미국인 한 사람당 평균 1년에 46쪽의 피자를 먹는다는 통계가 있고 일년에 미국에서 팔리는 피자가 약 30억개가 된다고 하는군요. 하루에 미국인들이 먹는 피자를 다 합치면 100 에이커(122,240평)이고 초당 340조각 씩 먹고 있다고 합니다.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Pizza. Jennifer Berg and Cara De Silva.  Encyclopedia of Food and Culture. Ed. Solomon H. Katz. Vol. 3.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2003. p81-84. 3 vols.
  • Pizza. Wendy Woloson.  St. James Encyclopedia of Popular Culture. Eds. Sara Pendergast and Tom Pendergast. Vol. 4. Detroit: St. James Press, 2000. p62-63. 5 vols.
  • Pizza History Museum
  • Cartoon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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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11월 9일 이오공감 2006/11/09 11:37 #

    우리말로 학문하기  by 까만달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일이다. 한글의 우수성..이야 초등학교때부터 귀에 박히게 들어왔으니 그런 언어로 학문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고 멋있어보이는가. 꼭 한글이 아니더라도...웹 브라우저 속도 테스트 "진정한 강자는?"  by 정이리웹 브라우저는 수없이 많지만 저마다 자기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인터넷 속도가 회선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확히...고민하...... more

덧글

  • MD-egg 2006/11/09 09:13 # 답글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있고 즐거운 연작 포스팅이었습니다. 즐겁게 읽고 갑니다. ^^
  • Andrea 2006/11/09 09:43 # 답글

    피자의 역사..감사히 읽고 갑니다^^
  • Charlie 2006/11/09 12:27 # 답글

    한국에서 김치피자도 있다는 소리를 이탈리아친구에게 했을때 반응을 보셨어야 하는건데.. :)
    앤초비를 얹은 피자도 꽤 맛있던걸요. 동부쪽에서는 인기라던데, 이쪽은....;
  • 악덕지주 2006/11/09 13:15 # 답글

    초당 340 조각이라니...
    왠지 하드 디스크 조각 모음이라도 하는 느낌?
  • marlowe 2006/11/09 14:09 # 답글

    그저께 저녁에 피자를 먹었는 데, 피자 한 판과 콜라에 1만5천원 정도를 냈습니다.
    새삼 피자가 고급음식이 되었구나라는 씁쓸함이 들었습니다..
    더 싼 피자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얇은 피자는 찾기도 힘들더군요.
  • BoHemiAN 2006/11/09 18:18 # 답글

    얼마전 기사에서 뉴욕의 한 한식당이 미슐랭 가이드 뉴욕에 싸고 맛있는 집으로 올랐다고 하더군요.. 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비록 별은 받아서 랭크에는 오르지는 못했지만 한식이 세계인에게 다가간 첫 걸음이라고 할까요? 한국의 음식문화도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참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 찬별 2006/11/09 23:11 # 답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태국에는 도마뱀 피자도 있다는군요.
    http://cafe.naver.com/soulnews.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380

  • Clio 2006/11/10 01:42 # 답글

    MD-egg 님/ 즐겁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저도 피자 좋아합니다..

    Andrea 님/ 읽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Charlie 님/ 저도 앤초비를 좋아하는데 통계를 보니 미국인들에게 제일 인기가 없는 토핑이 앤초비라는 군요. 아무래도 미국인들은 생선이랑 친하지 않은것 같죠?

    악덕지주 님/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도스와 윈도우 98을 쓸때는 부지런히 조각 모음을 했었는데 맥으로 바꾼 이 후에는 몇 년간 한 번도 조각 모음을 한 적이 없네요. 요즘 들어 컴퓨터가 점점 느려지는게 바로 그 이유인것 같습니다. 당장 한 번 모아봐야겠습니다. 반갑습니다.

    marlowe 님/ 그렇군요. 이탈리아에서처럼 길거리에서 간단하게 조각으로 파는 것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10여년 전 일이지만 큰 식빵 크기 만한 치즈 피자를 한국돈으로 600원정도에 먹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가끔 이용하는 학교 근처 피자집에서는 치즈 피자 두 조각과 음료수를 합쳐 $2.50에 팔고 있습니다. 배불러요. 두 조각 먹으면..

    BoHemiAN 님/ 동감입니다. 음식 재료는 물론이지만 특히 찌고 삭히는 조리법에서 세계 최고의 건강 음식이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 사람들도 자주 만납니다. 아마 한국 음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찬별 님/ 반갑습니다. 재미있는 소식도 고맙습니다. 도마뱀 피자 맛은 어떨까요?
  • mintcondtn 2006/11/10 04:54 # 답글

    lombardi's 핏짜는 여러번 먹어봤는데 유명한만큼 재료도 신선하고 고급이지만 크러스트는 바삭바삭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맛있어서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곳 ^^
  • mintcondtn 2006/11/10 04:55 # 답글

    헉, 도마뱀 핏짜.. @@" 건좀 무섭네여..
  • Clio 2006/11/10 07:47 # 답글

    mintcondtn 님/ 그렇죠? 좀 무섭기도 하고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 같지만, 남이 먹는 것 가지고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다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세이 2006/11/10 08:56 # 답글

    한국 도미노 피자는 30분 넘으면 2000원 할인, 45분 넘으면 무료입니다. 주문하고 나서, 배달원이 늦게오기를 기다립니다.
  • mintcondtn 2006/11/10 11:39 # 답글

    BoHemiAN님이 말씀하신 미쇌린 가이드에 오른 한국 식당이 퀸즈, 훌러싱에 있는 "금강산"이라는 식당이네요 ㅠ.ㅠ
  • Clio 2006/11/11 15:13 # 답글

    mintcondtn 님/ 정보 감사합니다. 그냥 지나치며 보기는 했었는데 다음에 뉴욕 시티에 가게 되면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유세이 님 / 1 시간이 넘으면 어떻게 됩니까? 혹시 피자도 주고 돈도 주지는 않나요? 집 약도를 복잡하게 가르쳐 준다거나 초인종을 고장 낸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봐야 겠군요. (^^) 방문 감사합니다.
  • enigma 2007/05/23 02:19 # 답글

    피자헛 매장에서 주문했는데 기계오류로 주문이 들어가지 않아 한시간 기다렸다. 친구가 말해서 어떻게 된거냐 했더니, 죄송하다며 처음에는 샐러드바를 무료로 주겠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필요없다. 라고 잘라 말하자. 피자..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정도면 레어급 체험이겠죠? :)
  • Clio 2007/05/23 05:31 # 답글

    enigma 님 / 이왕이면 샐러드바와 피자를 둘 다 무료로 받으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제가 너무 바래는 건가요? ^^
  • ghistory 2008/12/23 13:35 # 답글

    카레: 커리 아닌가요?
  • Clio 2008/12/24 14:23 #

    국어 사전에는 '커리' 란 단어는 없고 '카레'란 단어가 등록되어 있더군요. 덕분에 새로운 공부를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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